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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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생활 20년 차, 나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걸어가는 삶

《고양이는 대체로 누워있고 우다다 달린다》는 제목만으로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내가 여덟 마리 집사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양이를 키운지 벌써 6년 차가 된 지금, 고양이 습성을 그대로 담은 제목에 이끌려 읽어보게 된 전찬민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작가님의 도쿄 생활이 고양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양이들은 20시간 가까이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을 깨어 활동한다. 물론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에 한해서지만 말이다. 예민하고 까칠할 것 같으면서도 고양이 특유의 느긋함이 있다. 그러면서도 달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잽싸게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추진력을 가졌다. 그런 고양이처럼 어느덧 도쿄 생활을 하신지 20년 차가 되어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기보다는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한발 한발 걸어가는 도쿄의 '천천히' 고양이라고 표현하신 것을 보면서 작가님의 재치에 더욱 반하게 되었다.

단돈 30만 원을 들고 오른 유학길에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한된 규정 근무 시간을 훌쩍 초과해서 일을 하게 되어 출입국 관리사무소로 불려가게 되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한 것이지만 유학이 아닌 돈을 벌러 온 불법 취업자 의심을 받게 되는 난처한 상황까지 처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호기롭게 일본을 나가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나와 펑펑 울었다는 작가님.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아닌, 남자친구와 결혼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보고 고양이들이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벽이건 소파건 밟고 통통 튀어나가는 듯한 상황을 보는 느낌이었다. 돌발과도 같은 상황에서의 선택, 그 선택이 작가님의 일본 생활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이 신기할 뿐이다.

좌절은 어쩌면 발버둥 쳐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오는 괴로움이지 않을까. 다리의 방향을 살짝 옆으로 틀어 걷기와 달리기,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방향으로만 써본다면 현실의 문제를 버텨내는 힘은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오래 버틸 것도 없다. 딱 다음날 하루치만 잘 살면 매일이 살아진다. 험한 길이어도 가다 보면 편안한 내 집이 나올 테니까. P.171

일본에서 생활하기 편리한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구입하고 지정된 장소에 주차를 하지 못해서 자전거가 실려가 벌금을 내고 찾아오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곳의 공원으로 가기도 하고. 낯선 땅에서의 낯선 방식으로의 삶을 책에 다 담지 못하셨겠지만 얼마나 버거웠을까. 자신에게 난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우리처럼, 작가님 또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괜찮은 척 덮어두고 잊은척하던 모습도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계셨기에 더욱 친근하게 와닿을 수 있었다.

작가님의 도쿄 생활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떨어져 있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담겨있었다. 곁에 함께 계셨더라면 조금은 수월하게 적응하셨으리라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흘러간 20년 동안 느긋한 듯 빠른 듯 작가님의 스타일로 채워진 시간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고양이는 대체로 누워있고 우다다 달린다》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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