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꿈도 의욕도 없던 중3 박창식, 1928년 오산학교에서 소년 김소월, 백석, 이중섭과 함께한 두 달간의 좌충우돌 성장기영화 '점퍼'를 떠올리며 고정욱 작가님의 《점퍼》와 마주했다. 공간을 뛰어넘는 공통점은 있으나, 자유자재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공간으로의 이동이 가능했던 영화 속과 다르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시대로 가게 되는 창식이의 이야기는 색달랐다. 여느 타임슬립 소설이 그렇듯, 다른 시대에 도달했을 때는 그 시대에 자신이 있음을 믿지 못하고 현실 도피하려 한다. 중3인 창식은 이혼하고 술만 마시는 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만다. 자신에게 꿈도 돈도 없게 만든 상황을 만들어준 장본인이기에 더욱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그림에 재능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할 상황적 여유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할머니께서는 종이를 줍고 다니시고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온 아버지에 대한 화는 결국 다툼으로 이어지고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창식은 1928년의 시대로 가게 된다. 1928년의 박창식이 살고 있는 시대는 일제 강점기. 그곳에서 만나게 된 김소월과 백석을 만나 자신이 가진 그림 그리는 재능을 조금씩 빛을 발하게 되는 시기도 찾아온다. 하지만 일본에 의한 탄압은 그런 문화적인 활동조차도 쉽지 않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해로 인해 일본 경찰에게 잡혀가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문화 행사로 걸어둔 시나 그림들도 눈치를 보고 걸어야만 했다. 그런 애타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기도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자신이 살아가던 곳으로 돌아오게 되자, 창식은 얼떨떨했다. 어느새 흘러버린 두 달간의 시간이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자신이 1928년에서 보낸 시간만큼 1928년에 있던 박창식 또한 2024년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갔던 것이다. 시간은 결국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같은 시간을 살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이루어낸 변화들이 만들어낸 각자의 삶의 변화. 그런 변화의 톱니가 맞물려 결국 이루어낸 시간의 연속성을 볼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1928년의 시간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서 역사가 어렵다는 생각보다 재밌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에 허구가 스며들었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역사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점퍼》였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