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존재를 증명해야 살 수 있었던 고독한 V 양의 이야기 아름드리미디어의 새로운 시리즈 ‘초단편 그림소설’의 첫 권은 모더니즘 대표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불가사의한 V 양 사건》이다. 《불가사의한 V 양 사건》은 타인의 무관심으로 언제부터인가 이름조차 희미해지고 지워진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 혹은 군중 속의 외톨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씁쓸한 삶을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 곁에서 단순히 배경인 것처럼 있는 듯 없는듯했던 V 양이 어느 날 자취를 감춘다. 처음에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우편함에 한통 두통 쌓여가는 우편물들 속에도, 교구 목사가 전달한 교구 메시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도, 부엌문 앞에 고기를 던져 넣던 푸줏간 주인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떻게 한 사람의 빈자리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들이 조금만 V 양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면, V 양의 미래는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단순히 배경에 불과했던 그녀의 빈자리를. 오래전 버지니아 울프가 썼던 고전 중의 하나인 《3기니》를 읽으면서 여성에 관한 고정관념들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삶을 그렸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간다. 《불가사의한 V 양 사건》은 지금은 우리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오래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금의 모습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주변의 이웃은 물론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의 관심에서도 벗어나 버린 사람들의 고독사. 고독한 여성의 마지막으로 향해 갈수록 알 수 없는 혼돈을 느끼게 하는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은 불가사의한 V 양 사건을 더욱 불가사의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혼자라는 외로움, 군중 속의 외로움은 모든 이들이 내보여주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자리한 외로움이 아닐까. 그 외로움의 실체를 마주한 느낌이 든다. 부록으로 실려있는 고정순 작가님의 <이름이 되어>는 자신에게 있는 돈을 맞추어 집을 계약하다 보니 서울지역이 아닌 접경 지역으로 집을 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게 계약한 집은 여성용 기숙사로 사용되던 건물이지만 여자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녀가 잔금을 치르고 공사를 하고 '내 집'이라는 이름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오롯이 자신의 집이 되었다. 하지만 그전에 살던 여자들의 우편물이 여전히 '내 집'으로 도착하기도 했고 내 집은 어느새 그녀들의 이름이 붙은 집인듯한 기분이었다. 그들의 우편물이 오지 않게 되자 비로소 나의 집에 된 이곳. 이곳은 이제 나 혼자의 이름으로 된 나의 공간이 된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