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딸입니다 라임 청소년 문학 65
파스칼린 놀로 지음,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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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사각지대 속, 무관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하는 아프도록 날카로운 목소리

《나는 나쁜 딸입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마치 내가 책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나쁜 딸입니다》 속의 리라와 같은 일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일들을 겪어왔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부장적인 아빠와 그런 아빠의 폭언을 감내하고 살아온 엄마.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외할머니의 오랜 부재로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야 했던 엄마. 엄마가 기댈 곳이라고는 외삼촌뿐이었지만 그런 엄마의 마음이 무색해지게 외삼촌은 이른 나이에 돌아가시고 홀로 기댈 곳 없이 보낸 시간이 더 긴 엄마. 리라의 엄마와 같은 고통을 겪은 엄마의 모습이 보여서 책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고, 책의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엄마와의 일이 떠올랐다.

《나는 나쁜 딸입니다》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을 고민 없이 구해내고 시장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아빠가 등장한다. 남들에게는 관대하지만 가족에게는 박한 아빠의 모습 또한 동일시 되어 씁쓸하기만 했다. 그런 리라의 아빠는 엄마에게 폭언을 가하는 것은 물론 폭행도 스스럼없이 행한다. 두 사람 사이에 리라 외에도 쌍둥이 아들이 있음에도 관계는 변하지 않고 여전하다. 아빠의 폭행과 폭언은 아이들이 집에 있는 순간에도 행해진다. 아빠가 엄마에게 소리치는 그 순간 리라는 엄마를 구하는 대신 동생들을 구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아빠의 폭력, 리라는 자신이 없는 순간 아빠가 가할 폭행들로 엄마가 힘든 순간이 찾아올까 봐 항상 불안해서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조차 없다. 담임선생님께서는 그런 리라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를 바라며 말을 건네지만 리라는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할 수조차 없다. 그렇게 리라는 엄마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자신은 나쁜 딸이라고 생각한다. 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는 하지만 아빠의 폭행이 무서워 그곳을 피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도 녹아있음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의 폭행이 계속되면서 리라의 세상은 알록달록한 세상이 아닌 회색으로 가득 찬 세상이었다. 그런 회색빛 세상 속에 붉은빛의 웅덩이를 발견하던 날 리라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부엌에서 발견한 날 리라는 몹시 두려웠다.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 전에 엄마는 리라에게 도와달라고 이야기한다. 리라 엄마는 왜 리라 아빠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머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리라에게 아빠에게서 벗어나겠다고 이야기하는 말에 리라는 그 말을 믿게 되지만 여전히 엄마는 그 자리 그대로 머물며 고통을 받아내고 있다. 그렇게 리라의 회색빛 세상에 또다시 사건이 일어나고 리라의 세상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

다른 사람들의 일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고 관심 가지지 않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경찰에 신고를 해도 단순한 민원으로 치부해버리는 현실 앞에 더 참혹한 사건이 터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나쁜 딸입니다》는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그런 모습을 봐왔던 터라 더욱 마음을 짓눌렀다. 도움의 손길도 필요하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더없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낀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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