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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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개로 변해버린 어머니의 이야기

프란체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본 독자라면 나이트 비치의 띠지에 적힌 '카프카적 변신'이라는 말이 이해가 갈 것이다. 프란체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갑자기 벌레로 변해 버린 채 결국 삶의 끝을 맞아야 했다면, 레이철 요더의 《나이트 비치》는 조금 다르다. 밤이 되면 개로 변하는 엄마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그 속에는 엄마로서의 고됨과 불안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생명의 탄생을 시작으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엄마 혼자 오롯이 하다 보면 그로 인한 고됨과 우울감, 좌절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짓게 만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출산 전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라면 그런 마음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들을 함께 하고 싶어 자신의 일이 아닌 아이를 택했다면 그것으로 얻게 되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 속에서 우울감과 분노,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빚어낸 좌절감, 게다가 남편의 일이 바빠 독박 육아를 한다면 그런 감정은 더 커져만 갈 것이다.

《나이트 비치》를 읽으면서 어쩌면 내 안에 있는 나도 모르는 '나이트 비치'와도 같은 존재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른 아기들과 달리 수면시간이 10시간도 채 되지 않고, 내려놓으면 깨서 울던 첫째를 키우면서 우울감에게 잡아먹히기 일쑤였다. 그런 내면에 있는 어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 그 감정이 결국 밤이 되면 개로 변하게 만들었다. 그런 나이트 비치를 보면서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비록 소설이지만, 엄마라면 느껴보았을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모성애라는 말로 다 담아내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시간들, 물론 아이가 자라더라도 여전히 그런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이전에 온전히 나라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 그런 강한 마음이 빚어낸 나이트 비치.

오랫동안 내 일과 나 자신에게서 소외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일과 삶이 단편적이고, 단순히 그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게 내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 p.311

결국 나의 삶 속의 암울한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은 나의 마음임을, 나의 생각임을 소설로나마 느끼게 해주는 《나이트 비치》였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을 키울 때의 감정이 살아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내 분노를 표출하는 존재로 변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나는 개보다는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공감 갈 만한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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