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것은 이상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는 작은 다방 '흑조'를 운영하는 천연주의 취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흑조'에 들르는 사람들이 하는 온갖 기이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 이야기 속 진상을 이야기하는 연주. 그런 연주의 취미로 더러 커피를 마시려는 이유가 아닌 자신의 곤란함을 해결하고 싶어서 들르는 손님들이 종종 늘어가고 있다. 왜 백조가 아닌 흑조일까? 그런 의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읽고 유추해 보자면, 경성의 정화 여자고등보통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하더라도 연주에게는 빛이 났다. 언제나 웃고 밝음으로만 가득했던 그녀는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를 겪게 된다. 그 사고로 연주는 화마에 휘말려 목숨은 건졌지만 크나큰 후유증과 함께 그녀 속에 있던 밝음 대신 어둠만 남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온천물에 몸을 담그러 가는 길에도 그녀는 홀로 갈 수 없는 처지였다. 그녀의 곁에는 러시아에서 온 야나씨와 강선생이 함께 했다. 그리고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서 정신을 잃은 그녀는 구포역에서 면장 장씨의 집으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사건의 흐름을 파악해 내는 연주의 통찰력은 빛을 발하게 된다.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야시 고개의 여우에게 의뢰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그것이 진실인지 꾸며낸 것인지 어느 쪽으로 믿건 개의치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들은 이야기에 대한 갈망은 조금씩 드러난다. 스미레장 온천에 들른 연주 일행과 그곳에 머물게 된 하자마 시로 부부와 스미레의 시종인 야나기.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하자마 스미레의 호기심으로 연주(센다)와 대화를 나눈 두 사람. 그곳에서도 연주의 관찰력과 추리력은 빛을 발한다. 각자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스미레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힌트를 경찰에게 제공하는 연주.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중에도 독립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연인이지만 각자의 임무에 대해서는 비밀인 상미와 경석. 그곳에서 상미를 미행하는 회색 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체를 밝혀낸 연주. 흑조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매력 있는 연주(센다)라는 인물이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에서 그녀가 만나고 싶어 하는 과외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그리고 기차에서 만난 '유리'라는 남자는 무엇을 위해 연주에게 접근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기념품으로 얻게 될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진다.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