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빌려주는 수상한 전당포
고수유 지음 / 헤세의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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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골목 한구석에 위치한 허름한 전당포,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수상한 거래

살아가면서 후회의 순간은 존재한다. 행여 그런 후회의 순간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때 내가 했던 선택이 가져온 결과가 빚어낸 현재를 돌이켜보면 과거의 그 선택을 후회로 기억하곤 한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지, 하는 후회의 순간을 가진 사람들이 '시간을 빌려주는 수상한 전당포'에 들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과거의 선택을 바꿀 기회 시간을 갖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존재하지 않듯, 그곳에서는 과거의 시간으로의 회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그 대가로 자신의 미래 시간을 주어야만 한다.

지금 이 순간,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혼재되어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은 촘촘한 그물망처럼 이어져 있다. 현재 속에 과거가, 과거 속에 현재가, 미래 속에 현재가, 현재 속에 미래가. 현재 속에 과거가, 과거 속에 현재가 있으므로 우리는 타임 전당포에 시간을 대출받아 과거로 갈 수 있는 것이다. p.218

우연히 줍게 된 타임 전당포의 명함을 들고 찾아간 곳에서 자신이 되돌리고 싶은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의 소원을 빌고 과거의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과거로 향한다. 과거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간 사람들은 그런 자신을 방해하는 움직임을 느낀다. 자신의 결정을 되돌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혹을 하고,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빌린 시간 이상으로 과거에 머물게 된 사람들은 소멸해가는 자신의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약속을 지키고 돌아온 사람뿐만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은 과거로 온 대가를 시간으로 치르게 된다. 과거에 머물러 있던 시간에 비해서 약 20년의 시간을 대가로 주어야 하기에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과거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기에 이해되었다.

내 집 마련 꿈을 이루기 위해 입는 것 먹는 것 아껴서 모은 돈을 빌라왕에게 떼이게 되자 자살할 결심을 한 여자, 잘못된 상대를 선택하여 비난을 받게 되자 일도 그만두고 캣맘이 되어 사람들과의 단절한 삶을 살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린 여자, 홍콩 반점을 열고 도둑이 들었을 때 신고하지 않고 지나쳤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그 도둑을 회유하기 위해 과거의 시간으로 가게 되는 홍콩반점 사장님까지. 각양각색의 사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이에게 시간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 대출 부적격자의 등장에 대처하는 전당포 사장 할머니의 모습과 함께 컴플레인 고객까지.

현재의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면서까지 되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선택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시간을 빌린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소원을 이루고 타임 전당포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후회의 순간을 바로잡고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선택을 바로잡은 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의 일로 이득을 얻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과거에 머무르며 현재로 되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소멸이라는 크나큰 대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로 되돌아왔지만 소원이 아닌 것을 하게 되며 그것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간에게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다가오는 시간을 막아낼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만 한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든 시간을 빌려주는 《수상한 전당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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