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가운데 - 개정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 방황의 기억에게 보내는 애틋하고 부끄러운 다섯 편의 연서

아직은 여전한 추위와 머무는 계절인 지금 만나게 된 여름의 한가운데는 나의 기억 저편의 어딘가에 숨겨진 기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했던 고백, 헤어진 누군가와 만나기 전에 느끼던 나의 마음, 이별 후 함께 한 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와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여름의 한가운데는 다섯 편의 단편들이 기억과 추억으로 더듬어 볼 수 있는 때로는 풋풋하고, 때로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었다.

시간이 흘러 두근거림은 잠시 접어두고 만난 상대에게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 순간의 고백을 주연이 받아주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이야기하는 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주연은 대답한다. 시간이 흘러 아무렇지 않게 오랜 시간이 흘러 만나는 두 사람. 그들에게 그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그때의 분위기와 느낌은 퇴색되었지만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서로에게 남아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두 사람의 느낌을 담아내고 있던 <여름의 한가운데>다.

너무나도 좋은 날씨에 잘 차려입고 동아리 선배 결혼식을 찾은 나는 그 시절의 인연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동시에 오래 만나던 연인인 태윤과의 재회에 내심 걱정했는지도 모른다. 헤어지고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태윤에게만은 더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은 태윤이 결혼식에 오지 않아 노력이 무색해져버리고 모든 것이 최악이라고 느낀 <멋진 하루>다. 어쩌면 그렇게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던 노력보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편안함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음을 알게 된 그 자체가 멋진 하루였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숨기고 싶었던 은정, 여자 친구가 있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이야기하면서 당사자인 수겸 자신에게는 이야기하지 않는 은정을 보며 괜스레 장난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은정에게서 진짜 마음을 듣게 되지만 받아줄 수 없던 수겸.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이 흘러 듣게 된 은정의 사고 소식은 수겸에게는 너무나도 뜻밖이었다. 수영을 배우면서 다이빙까지 배우고자 했던 은정, 물속에서는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다던 은정이 떠올랐을 수겸의 이야기인 <수면 아래에서>였다.

나에게 그녀와 함께 머물렀던 1월부터 10월까지의 모든 풍경이 윤종신 노래와 함께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듯이, 그녀도 윤종신이 담담하게 들려주는 우리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게 변하지만, 부디 그 풍경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작게나마 희망해 본다. p.225

<월간 윤종신>을 들으면 만나던 그녀와 헤어지고 난 뒤에도 노래를 들으며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그녀에게도 그 노래들이 자신과의 사랑으로, 혹은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 누군가를 떠올릴 노래가 있다는 것, 추억이 있다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던 이야기였다.

《여름의 한가운데》는 나에게 서로 다른 다섯 가지의 색의 사랑과 이별, 기억을 만나 잔잔하게 곁에 남은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