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로 떠나는 지하철 여행 《상봉역에서 딱 만났다》 7호선 경기도 의정부 장암역에서 인천광역시 석남역까지 53개 역에 동시를 붙였다. 지리학적 언어인 역의 ‘지명’에 연관된 동시도 있고, 시인이 역에서 보고 겪고 느낀 감상을 동시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지하철은 교통수단으로만 여긴다. 여행이라는 즐거움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을 수 있다. 지은이는 “나는 지하철 타는 걸 좋아합니다.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갈 수 있고, 많은 생각을 데리고 탈 수 있어서 그렇지요.”라고 하였다. 그러기에 이 동시집은 특별하다. 빨리 가는 편리함의 기능에서 더하여 ‘지하철에서 생각’이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을 탈 기회가 많이 없는 나에게 지하철은 낯선 대상이다. 제일 최근에 지하철을 탔던 것도 너무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까마득하다. 지하철 노선도를 봐도 어디로 내려야 할지 사실 잘 모를 정도로 까막눈이나 다름없다. 그런 생소한 지하철역의 이름이 동시로 표현되었다는 것이 너무 재밌게 다가와 만나게 된 상봉역에서 딱 만났다는 사실 살고 있는 동네의 지명과도 같다는 단순한 반가움에서였다. 상봉역에서 딱 만났다를 읽다 보면 53개의 역의 이름이 등장하고, 짧게나마 그 이름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다. 동시들이 모두 그 역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낯선 지하철의 이름과 동시가 등장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동시집의 이름이기도 한 <상봉역에서 딱 만났다>를 읽으면서 전시회를 보느라 설레던 마음은 어느새 하나의 마음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전철을 어떻게 타고 갈지 민수는 열심히 검색을 했고, 한조의 아이들은 두 개의 의견으로 나뉘었지만 결국 상봉역에서 딱 만난 것이다. 진작 그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서로 이야기했더라면 전시회를 보고 나온 마음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즐거웠던 마음은 전시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곳에 머무르고 서로 언짢은 마음만을 지하철역으로 가지고 온 아이들이었다. 조선 시대의 학자인 서거정의 호인 사가정을 따서 이름 붙인 사가정역. 아파서 응급실을 다녀왔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는 엄마를 보게 된 나는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몸이 아파서 결석을 하고 쉬는 것을 보고 엄마도 학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아파도 쉬지 못하는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시<학생이면 좋겠다>였다. 배나무를 많이 재배하던 마을 동쪽에 한강이 흘러서 이름 붙였다는 이수. 현관문 손잡이에 대롱대롱 까만 봉지 속의 배가 흔들리고 곧 들려오는 관리실 아저씨의 목소리. 삭막한 도시의 생활 속에서도 따스한 정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는 시인 <전등>이었다. 새들이 유리창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유리창에 자꾸 들이받아서 죽는 것을 보게 되자, 개구리 왕눈이, 아기공룡 둘리 인형들을 조르르 창가에 세운다. 그랬더니 새들이 유리창을 들이받지 않아서 새를 지켜서 기쁜 마음을 표현한 동시에서 순수한 마음이 전해져오던 <인형이 새를>이다. 낯설었던 지하철역의 이름이 동시로 만나게 되니 내가 마치 그 역들을 한 정거장씩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 지나가면서 그 속에 담긴 동시를 만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 동시 향기 시리즈 《상봉역에서 딱 만났다》였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