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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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추억을 돈으로 바꿔드립니다.”

나의 추억을 맡기고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지우고 싶은 기억들, 그런 기억들을 맡기고 싶지 않을까? 내게 상처 주던 누군가와의 기억, 슬픔들,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들. 한편으로는 그런 기억들이 있었기에 내가 변화될 수 있었고, 지금의 내가 있기에 내가 만약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에 들른다면 추억을 맡기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 전당포에는 간단한 규칙이 있다. 마법사에게 추억을 맡기는 순간,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그 기억은 사라진다. 스무 살이 되기 전 추억을 맡기고 받아 간 돈을 돌려주기만 한다면 그 추억은 다시 자신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다들 돈은 있지. 어릴 때보다는 말이야. 하지만 그 소중한 돈으로 추억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p.21
"추억 같은 거,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도 특별히 문제 될 게 없거든." p.22

추억을 맡기고 찾아간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는 마법사. 그리고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자신이 추억 전당포에 들렀다는 사실조차 잊고 만다고 한다. 형인 야마토를 따라 추억 전당포에 들른 하루토는 엄마와의 추억을 전당포에 맡긴다.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순간들이 대부분이지만 기억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거라는 하루토. 엄마와의 추억을 아무것도 아닌 듯 치부해버리는 모습에 괜스레 내가 화가 나기도 했다. 하루토는 그 추억을 찾으러 오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추억 전당포에 마법사를 취재하러 왔다가 그것을 믿지 않는 선생님에게 실망하고 신문부를 그만둔 리카. 리카도 하루토처럼 자주 추억 전당포에 들른다. 하지만 리카는 한 번도 추억을 맡긴 적이 없다. 뺑소니를 당한 할머니의 기억을 되살려 뺑소니범을 찾으려고 했던 유키나리, 괴롭힘을 당하는 기억을 전당포에 맡기고 하루하루 새로운 시작을 하는 듯 깨어나는 메이도. 저마다의 사정으로 전당포에 들렀다.

추억을 맡긴다는 건, 결국 자신이 기억하고 쉽지 않은 기억을 봉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전당포에 맡겨진 추억들은 마법사가 들춰보다 맡긴 아이의 나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바다의 불가사리로 되었다가 밤하늘의 별로 바뀐다고 했다. 추억은 우리 눈에는 볼 수 없지만 곁에 있는 존재와 같은 게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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