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들의 매역에 빠지게 되는 《파괴자들의 밤》 《파괴자들의 밤》 속 ‘여성 빌런’은 여성인 동시에 악당이다. 선한 악당도 있지만, 말 그대로 그저 악당도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악녀가 아닌 순도 100% 진짜 강렬하고 이상한 악당들이다. 다섯 편의 소설은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도대체 그 여자는 왜 살인을 해야만 했을까?” 그리고 그 답은 모두 소설 안에 있다. 어릴적 함께 살 형편이 되지 않아 할머니와 살았던 나는 부모에 대한 살가움이 생길 수 없었다. 할머니댁에 살면서 보게 된 독초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으나 할머니의 기묘한 태도에 의문을 품었던 나는 할머니를 통해 누구나 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도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를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누군가를 죽일때의 쾌감과 짜릿함을 느끼는 나의 방식으로 말이다."아무리 해도 행복해지지 않으면,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면 된다고." p.112현재 방영중인 드라마의 소재 또한 이 문장과 통해서일까,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가지려는 욕망을 위해 어린아이를 죽이는 것에도 서습없어 보였다.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의 경계를 짓지 못하고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18살 용의자 김윤주의 모습에 오싹함을 느낀다. 뉴스에서 많이 등장하는 스토킹 문제를 다루고 있던 정해연 작가님의 '좋아서가 아냐'는 현실과는 다르게 여성 스토커가 등장한다. 급속도로 친해진 연인사이에도 지켜야할 예의는 있다. 하지만 태현의 연인 지영은 그런 것은 모르는 듯 회사에 찾아오기도 하고,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문자와 전화를 해대는 것은 기본이고, 태현의 전여자친구에게까지 전화를 걸정도였다. 태현은 결국 지영을 벗어나기 위해 야반도주하듯 사라진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드러난 진실은 더 큰 통쾌함을 가져다 주었다. 3년전 사라진 김민규 교수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3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김민규 교수의 부당함을 고발하려고 했으나 제대로 된 증거조차 묵살당해버리는 현실 앞에 자신의 자리조차 지킬 수 없던 한경. 김교수에게 가장 큰 앙심을 품는 사람으로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 중 그가 용의자로 몰리게 된것은 김교수의 딸이 내뱉은 "손목에 나뭇가지가 있었어." 그 한마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김교수를 납치하고 죽게 만든 진짜 범인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치밀함에 감탄하는 것과 동시에 고통을 감내했던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엄마의 무의식이 빚어낸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마치 뫼비우스띠와 같이 아무리 돌아도 끝나지 않는 세계.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말그대로 지옥과 다름없음을 보여주는 '사일런트 디스코'. 다섯편의 단편들을 읽으며 남성성이 강조된 이야기가 아닌 여성 빌런들이 응징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던 《파괴자들의 밤》이었다.<몽실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