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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현실과 환영이 뒤섞이고, 인간과 비인간이 교통하는 한층 더 진화한 정보라식 환상 괴담
정보라 작가님의 《저주토끼》를 읽었을때의 기괴함, 당혹스러움은 없었다. 단편인듯 보이던 작품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던 연작 소설집인 《한밤의 시간표》는 작품을 쓰시면서 놀이동산같은 작품으로 재밌었다는 작가님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표지부터 묘한 분위리를 자아내더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게 뭐지? 하는 생각으로 아리송하더니 어느새 빠져들어 순식간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밤이 아니면 찾을 수도 없는 연구소, 그 곳에서 존재하는 것들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밤에만 살아 숨쉬듯 깨어나는 존재들, 그리고 그 존재들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이어진 사람들. 그들에 의해서 전해지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한밤의 시간표》.
《한밤의 시간표》 두번째 이야기인 '손수건'에서의 오싹함과 몰입감은 책이 마무리 될때까지 이어졌다. 큰 아들보다 작은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 작은아들에게는 크나큰 상실감이었다. 일흔이라는 나이에도 엄마에게 돈을 받아 쓰는 생활을 해오던 그이기에. 큰아들은 작은아들에게 쏟아붓는 어머니와의 인연을 끊었으나 동생들에게 소식을듣고 달려왔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의 풍경은 살벌하기만했다. 마지막 가는길에 같이 화장해달라고 한 한장의 손수건을 보고 자신에게 보여준적없으니 달라는 작은 아들과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야한다는 데서 큰아들과 작은 아들은 싸우게 되고 결국 큰아들은 상주역할을 하지 않은채 나가버린다.
작은 손수건 하나에 집착하게 되는 작은 아들. 겉잡을수 없이 손수건을 찾으러 다니며 원혼에 둘러싸인다. 손수건을 손에 쥐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작은 아들. 어쩌면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작은 아들을 데리고 싶었던 엄마의 혼이 담겨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손수건에 대한 이야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손수건의 유래와도 같은 이야기를 연구소에서 일하는 선배가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그 이야기이 더욱 오싹해졌다. 그런 오싹함 속에서도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실 《저주토끼》를 읽고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한밤의 시간표》를 읽으면서 작가님에 대한 마음이 바뀌었다. 오싹한듯 기묘하고, 기묘한듯 하면서 현실과 환영이 살아있는 작품은 정보라 작가님만이 쓰실 수 있는 세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정보라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