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소녀들 -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생의 식민지 경험
히로세 레이코 지음, 서재길.송혜경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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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식민지 조선에서 자란 일본인 소녀들의 눈에 비친 제국일본과 식민지 조선

눈에 보이는 것에서 사물의 본질,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실로 어렵다. 식민지에서 자란 소녀들은 진실을 감추는 두꺼운 벽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여학교에서의 교육과 교우관계, 가족과의 생활 속에서 소녀들의 눈에 식민지는 어떻게 비춰졌는지 분명히 하고자 한다. 두꺼운 벽 안에서 소녀들은 조선민족에 대한 우월의식을 내면화한 식민지주의를 몸으로 체득했다. 때로는 두꺼운 벽은 그 왜곡으로부터 진실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을 엿보았던 소녀들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외세의 칩입을 너무나도 자주 받아왔다. 그런 침입에도 똘똘뭉쳐서 지켜온 조상들은 결국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우리의 물자를 약탈당하고 사람들을 전쟁포로로 데리고 가고, 일본 자국민의 군인들을 위한 성노리개로 젊은 여자들을 데리고 간 위안부조차 사과 한마디 없이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을 볼때면 화가나곤 한다. 내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식민지라는 아픈 역사속의 상처는 여전히 우리의 의식 속에 살아있다.

제국의 소녀들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에서 태어나서 자란 일본인 소녀들. 그중에서도 경성공립고등학교를 배움의 터로 했던 소녀들의 식민지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거기에 식민지로 건너가 식민자로서 그곳에서 생활한 여성이나 식민지에서 자란 식민자 2세에 새해서는 많은 공백이 남아있다. 그들이 식민자로서 어떻게 생활했고 어떤 의식을 가졌으며 피식민자와 어떻게 접촉하고 어떤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는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식민자로서 식민지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식민지 지배를 뒷받침했다고 생각하고 그생활 자체를 밝히는 것이 중요할것이다.

제1장은 식민지 조선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2세들의 부모세대가 어떠한 경위로 조선으로 이주했는지 개인의 기억을 토대로 서술하고 있다. 제2장과 제3장은 식민지 시기 고등여학교에 관한 것이다. 제4장에는 여학생들이 처했던 식민지 조선에서의 상황과 조선인들과의 교류, 접촉 등에 관한 경험을 언급하고 있다.

동등한 입장에서 생활해도 각 신분의 격차에 따라 달랐을 생활 모습이, 식민자와 식민지배를 받는 사람으로 나뉘어 있는 생활을 했다는 것이 겪어보지는 않았으나 나라 없는 설움을 그대로 받았을것을 생각하니 슬프기그지 없다. 게다가 경성제일고등여학교 동창회는 식민지 시기에 조직되어 100주년을 기념하며 2008년에 막을 내렸다고 한다. 마지막 동창회 때 식민지 시절 불렀던 <개교식 노래>와 <교가>가 다시 불리며 천황이 다스리는 나라 영광의 빛이 영원토록 발하기를 노래했다고 하니 끔찍할따름이다.

제대로된 역사의식도 없이 잘못된 역사를 배우면서 살아가는 일본. 일본이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어지는 마음이 더 커지는 제국의 소녀들이었다. 지금 현실에서 또 다시 식민지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한민족이 그 민족의 정당성을 부정하며 지배하려고 드는 것이 과연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일인지, 일본은 그에 대한 반성을 하기나 하는지 묻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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