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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찌와 마지막 3일 ㅣ 읽기의 즐거움 41
조은진 지음, 이지오 그림 / 개암나무 / 2023년 4월
평점 :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애틋하고 소중한 시간! 《하찌와 마지막 3일》
《하찌와 마지막 3일》이라는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다가왔다.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닥쳐보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아들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이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태어나면서부터 예쁨 받은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지금도 할아버지댁에 가서 자고 오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 아빠 없이도 혼자서 할아버지, 할머니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온다. 마찬가지로 둘째도 학교 등교할때나, 하교할때나 할머니댁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이야기 한다. 그런 아이들을 볼때면 할머니 할아버지께 받은 사랑이 얼마나 큰지 저절로 느껴진다.
《하찌와 마지막 3일》 속의 유하도 할아버지와 특별한 사이였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유하의 편이었고, 유하 또한 그런 할아버지에 대한 애칭으로 '하찌'라고 불렀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 요양원에 계시는 할아버지와 집으로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방학동안에는 학원도 쉬고 할아버지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할정도였다. 그런 유하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 그러면서도 할아버지가 집에서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하셨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게 집에서 치르게 된 장례로 분주해진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사진준비에 한창이었다. 유하는 자신이 그린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놓고 싶었지만 다른 가족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유하의 각별한 사이를 아는 할머니께서는 유하가 그린 그림 또한 나란히 놓자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속에서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르는 유하였다. 함께 마트에 갔다가 사라진 하찌를 찾아 뛰어다니기도 하고, 하찌와 함께 자라산으로 갔을 때 놓은 올무로 염소가 죽었다며 찾아온 이웃 아저씨를 떠올리기도 하고, 하찌가 군대에서 살려주었다는 마을 분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별을 준비하는 유하였다.
할아버지와의 마지막날 유하가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상여앞에 서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가 느껴보지 않은 일이지만 죽음에 대한 것이 떠오르면서 슬퍼졌다. 그러면서도 유하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던 손녀 유하가 마지막 길을 배웅해주었으니 얼마나 행복하실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이도 이 책을 읽어보더니, 아직은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일이지만 슬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는 동시에 할아버지와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이별의 시간이 최대한 늦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산딸기를 따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리어카에 타고 다니기도 하고, 할아버지께서 사오신 치킨을 떠올리는 아들이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아이는 이번에도 산딸기를 따러 산으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과 정을 느껴보지 못한 아이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뭉클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될것이다. 할아버지라는 존재가 아닌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그사람을 떠올릴 추억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