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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일지라도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팩토리나인 / 2023년 3월
평점 :
그가 있는 세계가 현실일까, 그녀가 있는 세계가 현실일까
나에게는 조금 낯선 작가님이신 미아키 스가루 작가님. 《사랑하는 기생충》, 《푸른 하늘, 흐린 하늘》을 쓰신 미아키 스가루의 인생작이라는 설명이 책의 띠지에 적혀 있을정도로 호평을 남긴 《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일지라도》는 2019년에 출간되었던 《너의 이야기》를 재출간하면서 제목이 바뀐 작품이라고 한다. 일본 소설들을 재출간하면서 제목이 바뀌는 경우를 본터라 놀라운것은 아니었지만, 내용의 부제와도 같던 《너의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일지라도》 라는 제목이 더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여행을 하는 대신 의억(나노로봇에 의한 기억 개조 기술이 만들어낸 가공의 기억)을 넣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하며 허구를 사랑하는 부모님과 살아온 주인공 치히로. 치히로 또한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레테(특정 시기의 기억을 제거해주는 나노로봇)를 구입하여 부모님과 살아왔던 시간들을 지우려고 했다. 그런 치히로가 레테를 마시고 깨어난 그는 뭔가 잘못되엇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청춘시절이 사라진것이 아니라 가공의 청춘 시절이 만들어져있었다. 결국 레테가 아닌 그린그린을 먹게 된 치히로의 기억속에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낯선 소꿉친구가 생겨났고, 그녀(도카)가 치히로의 기억속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순간이 많아졌다. 허구의 가상의 세계임을 알면서도 현실에서 도카를 찾게 되는 치히로다.
실재하는 인간이 실재하지 않는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도 허무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인간이 실재하는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도 똑같이 허무하다. 실재하지 않는 인간이 실재하지 않는 인간을 사랑하게 된다. 이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허무다. 사랑이란 실재하는 인간끼리 하는 것이다. p.67
허구의 인물일꺼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와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치히로, 그리고 그에게 여름이 끝나면 사라질꺼라고 이야기하는 도카. 둘은 여름을 함께 보내며 치히코는 지금의 기억이 의역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현실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환상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일꺼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행복감을 느낀다면 얼마나 슬픈일일까. 자신의 앞에서 사라져버린 도카를 생각하면 치히로의 마음은 어떨까?
줄곧 치히로는 허구의 인물일꺼라는 생각을 해오던 도카가 발견한 한통의 편지. 그 편지 한통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허구의 세계에 대한 좋지 않던 인식이 바뀌는 동시에 그 세계에서 행복을 느꼈던 치히로와 도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만들었던 허구의 세계에서 행복을 느꼈던 도카가 애잔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두사람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던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