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풍경에 악몽으로 바뀌어 공포로 다가오는 《양꼬치의 기쁨》 일어나지 않은 일,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상상하기를 좋아했다는 남유하 작가님은 소설가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한 듯하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들을 우울함이 감돌도록 표현하실 수 있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괴기하고 부자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남유하 작가님이 만드신 '그로테스크한 카타르시스' 장르가 무엇인지를 단박에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다친 아이와 함께 보낸 병원에서의 시간과 집에 돌아와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이 든 아이를 보며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읽기 시작해서일까. 내용을 읽을수록 나의 기분은 수렁속으로 빠져들었다. 누군가 의도한 것도 아님에도 내가 한없이 가라앉았던 것은 남유하 작가님의 소설집인 《양고치의 기쁨》이 한몫한 거 같다. 작가님의 이력을 보니 호러 소설 창작 그룹의 멤버이시기까지 하니 이해가 가기도 했다. 무서운 영화는 선택에세 제외시키편인데 이런 괴기함을 안겨줄줄이야. 양꼬치의 기쁨은 열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제목만으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내용들과 만나다보니 이것이 작가님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새삼느끼게 되었다.갓 결혼해서 시어머니와 살게 된 나는 남편을 연인처럼 대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에서 영화 '올가미'가 떠올랐다. 남편이 출장간 사이에 선물이라며 건넨 물건의 정체를 알게 되니 더 경악스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남편과 따로 나가살기 위해 1년짜리 전세계약을 하고 온 모습에서는 주인공이 시어머니와 다투지 않기 위해 나가는 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평범한데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내용은 점점 기괴한 상황에 다다른다. 이런 이야기로 끌고 나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닫혀 있는 방'과는 다르게 너무 독특한 소재의 단편도 있었다. 우발적이었는지 계획적이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아내를 죽이게 된 남편. 그는 아내가 자신에게 보이던 사랑이 개미 지옥을 파놓고, 독으로 마취시켜 서서히 자신을 파먹어 들어가고 있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화가 났다. 순종적인 사랑을 그런식으로 매도하는 남편에 대한 분노랄까. 그런데 놀라운 일은 뒤에 일어난다. 그에게 리와인드(뒤로 가는 사람들)와 시간 왜곡(역행?)이 일어나며 자신이 죽인 아내를 다시 집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 신기한 경험 속에서 남편이 맞이한 결말은 자업자득이라고 느껴졌던 '뒤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어릴적 자신의 얼굴에 가위를 떨어뜨린 언니로 인해 흉한 흉터가 생긴 아영. 아영은 예쁜 언니가 미웠고 그런 감정들이 쌓인것일까? 미래에서 온 노파가 된 자신을 만나 받게 된 은색 캡슐은 아영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언니가 죽게 된것이다. 아영은 자신의 소원으로 변하게 될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신의 흉터를 없애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은색 캡슐을 삼키고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는 노파. 아영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양꼬치의 기쁨》을 읽으면서 오싹하기도 한 기분이 들어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그런 내가 느낀 공포스러움을 《양꼬치의 기쁨》을 읽는 누구나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오싹함, 괴기스러움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