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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독서법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9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평점 :
좌충우돌 청소년과 청년들이 겪는 과정을 다섯편의 이야기로 보여주고 있는 《바람의 독서법》
제일 먼저 접했던 김선영 작가님의 책은 《무례한 상속》이었다. 부자였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많은 것을 물려받은 줄 알았지만 쉽게 유산 상속을 하지 않으시는 할머니의 마음을 따라 수수께끼를 풀듯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시간을 파는 상점》 1권과 2권을 읽었고, '학폭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알지 못하는 타인에 대한 용기를 그린 《붉은 무늬 상자》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런 작가님의 신작인 《바람의 독서법》을 만났다.
청소년 문학으로 다섯 편의 단편으로 청소년에 대한 흔들리는 일상이 결국 삶임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다룬 《바람의 독서법》은 어쩌면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인거 같다. 질풍노도의 시기와도 같은 사춘기. 그 무시무시한 반항은 어쩌면 나도 지나쳐왔을 시간이기에, 나의 삶도 너의 삶도 흘러감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으로 가게 된 인서, 게다가 초등학교 시절 좋지 않은 사이로 끝나버린 유라가 같은 학교인것을 알게 되자 학교에 더 가기 싫어져 가지 않는다. 결국 그런 인서에게 '쉼,숨,숲'이라는 곳에 가게 한 인서의 엄마.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고, 그곳에서 보게 된 비둘기알. 그 알이 태어날 수 있게 지키자는 의견까지 낸 인서. 그런 엉뚱한 인서의 읜견을 받아준 선생님과 어릴적 유라와의 오해가 풀리고 다시 학교로 가기로 마음 먹게 되는 인서. 인서의 방황에 엄마는 잠시 내려놓고 인서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박물관 기획전에서 어떤 움직임을 본 듯한 강우. 그렇게 우연히도 강우에게 찾아온 신비한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강우는 특이한 흔들림으로 모의고사에서도 글자들이 다르게 보였고, 그것을 보고 답을 찾아 성적이 올랐다. 너무나도 뛰어났던 형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강우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 보였지만, 강우는 그런 글자들의 움직임과 반짝임 앞에서 학교 옥상으로 도망치게 된다. 자신 앞에 찾아왔던 바람은 그렇게 잠시 머물렀다 흘러갔다.
희망도 없던 강우에게 희망이 싹틀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바람, 그 바람 앞에 강우는 답답했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사람끼리, 특히 가족끼리는 본질을 건드리는 말은 피하고 싶어한다. 안 그래도 늘 바닥을 보고, 보여주는 관계인데 더 싶은 바닥까지 들여다본들 독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쑥쓰럽고 민망함만 남아 더욱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p.115 '나는 잘 지내'중에서
언니가 겪은 불운한 삶이 자신을 거쳐 딸에게까지 옮겨갔다고 생각하는 주연의 엄마. 주연은 엄마에게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서는 피하고자 하는 본질 또한 밝혀야함을 이야기하고, 그런 딸의 말에 용기라도 얻은 듯 딸의 생각을 지지하고 자유롭게 날고자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어도 부모입장에서는 어린 아이와 다를바 없는 부모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속박하려할 수록 반감은 더 생기기 마련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낭만 갗은거. 사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게 없으면 건조해서 견딜 수 없는데, 견질수 있게 해주는 것." p.151 '중독'중에서
교수와 결혼한 인해는 골돌품을 모은다. 소소하게 모으는 수집품에 남편 또한 신경쓰지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던 그 골동품을 보관하기에 공간이 부족해지자 갤러리를 지으면서 남편은 불만이 생겼다. 결국 그 불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쏟아진 비로 인해는 골동품들을 잃었다. 그 골동품은 아들인 정언이를 부담스러운 할머니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우리는 무언가에 중독된다. 나는 책에 중독되었고, 아들은 포켓몬스터에 중독되었다. 그런 중독이 우리를 좋은 길로 안내할지도 모르기에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흔들려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단지 나의 삶이 조금 흔들리는 것일뿐. 흔들리는 삶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그 흔들림이 멈추고 다시 삶을 살아가리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