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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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출판사에서 가제본 서평단 모집을 한다는 소식에, 어느 누구도 읽어보지 못한 책을 가장 먼저 읽어볼 수 있다는 사실에 주저없이 신청하여 받아보게 된 《원청》. 《원청》을 쓰신 위화작가님의 책의 제목만 들어보고 읽은 것은 처음이라 작가님의 글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걱정도 되었지만 책의 두께감과는 무관하게 책의 내용에 빠져들어 어느새 마지막까지 읽은 책이었다.

이야기는 청나라가 끝나고 중화민국이 시작하는 대격변기에 역사의 한가운데에 선 린샹푸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파친코》나 《작은 땅의 야수들》이 생각났다. 《원청》의 린샹푸는 어쩌면 《파친코》의 선자일수도 있고, 《작은 땅의 야수들》의 옥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청》의 린샹푸 또한 중국 역사 한켠에 살아 숨쉬고 있을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린샹푸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린샹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여의게 된 후 어머니와 살아간다. 그리고 어머니가 살아 생전에 린샹푸의 짝을 찾아주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린샹푸는 몇번의 선을 보았고 자신이 마음에 들었던 여인이 행여 말을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돌아서게 만든 마담이었다. 그후 린샹푸는 우연히도 자신의 집 앞에서 보게 된 아창과 샤오메이를 알게 되고, 갑자기 쓰러진 샤오메이를 두고 떠난 아창을 뒤로 하고 샤오메이를 돌보다 자신의 신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샤오메이와 함께 하는 밤은 봄날의 꽃밭에서 잠드는 듯 하다고 느끼는 린샹푸. 샤오메이는 어떠했을까?

이야기는 내내 린샹푸의 시선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기에 린샹푸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반해 샤오메이의 기분은 드러나지 않고 있어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또 다른 이야기'라는 소제목과 함께 이어진다. '또다른 이야기' 속에는 샤오메이의 감정과 일생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이렇듯 원청은 린샹푸와 샤오메이가 각각 주인공이 되어 감정과 일생을 보여주고 있다.

린샹푸가 자신의 재산을 보여주고 난 뒤 얼마지나지 않아 금괴 일부를 들고 사라져버린 샤오메이. 샤오메이가 사라지자 슬픔에 빠져있다 기술을 익혀야한다는 생각에 밤낮없이 장인들에게 기술을 배운 린샹푸. 그런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난 샤오메이. 그녀는 홀몸이 아닌 채 나타났다.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 린샹푸는 또 말없이 사라지면 찾으러 갈꺼라고 이야기한다. 샤오메이가 다시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랬지만 또 다시 사라지게 되고 린샹푸는 어린 딸을 품에 안고 샤오메이를 찾아 나선다.

가는 내내 물어봤지만 역시 원청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린샹푸 마음 속에서 원청이 형태를 잃고 공허해지기 시작한다. p.107

원청, 그곳은 어디일까?
찾을 수 없는, 어디에도 없는 도시인 원청.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가본적 없는 원청을 찾아나서지만 원청은 형태조차 없었다. 샤오메이는 왜 원청으로 간다고 했을까? 그녀를 찾기 위한 험난한 시간들과 새로운 도시인 시진에서 자리를 잡으며 그녀의 흔적을 찾아 헤매던 린샹푸. 그녀에 대한 린샹푸의 애정은 그토록 간절했을까. 그런 린샹푸의 죽음이 그려지는 상황은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그가 그렇게 죽을꺼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린샹푸의 이야기 뒤에 이어지는 샤오메이의 이야기 또한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흐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위화 작가님의 글에 온 정신을 집중하며 읽어나가는 동안 안쓰럽기만 했던 린샹푸. 그의 삶을 애도하며 샤오메이의 선택은 원망스러웠다. 이토록 글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읽었던 원청.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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