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 김동식 저자의 단편집 《청부살인 협동조합》 책을 펼쳤을때 김동식 작가님의 이력에 눈이 갔다. 주물공장에서 노동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2017년 말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에 출간하며 데뷔하셨다고 하니 대단함을 느낀다. 한권의 책을 집필하여 발간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닐텐데 세권을 동시에 집필하시다니!!! 책의 제목 중에 김남우라는 이름이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작품에도 나오는 이름이어서일것이다. 작가님이 그 이름을 주로 사용하는지 궁금해졌다. 동명의 오디오드라마와 동시에 제작된 이번 단편집에는 오디오드라마 원작 15편과 신작 5편을 함께 담긴 소설집 청부살인 협동조합을 만났다. 한권의 책에 20편의 소설이 담겨 있어 기대감과 동시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흐름이 짧은 탓에 단편에 몰입이 될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짧은 흐름 덕분에 바로바로 이해하고 넘어가기 수월하였다. 어쩌면 이것이 작가님께서 노린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여러 단편들이 머리에 콕콕 박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칠판에 적힌 글씨. 필기로서 지식을 보여주는 글씨가 살인을 일으킨다면 어떨까?'칠판에 적힌 연분홍색 글자들은 이름이 되고, 그 이름이 지워지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남우. 그리고 그 글자가 보이는 이유를 알게 되고 당황스러워한다. 📖 "무슨 말인지 알겠지? 청부업자들끼리 미리 대화 채널을 만들어 놓고, 일거리 들어온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모이는 거야. 그리고 다함께 품을 들여서 한 번에 처리하는 거지. 얼마나 좋아?" p.42 버스 전복사고로 죽은 일곱명이 모두 청부살인 대상자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청부살인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청부살인 협동조합'. 청부살인 대상보다 청부살인업자가 더 많은 황당함. 청부살인이 작위적이지 않고 사고사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의도라고 하니 이해도 되기는 했다. 서로 도움을 요구하는 협동조합이라는 설정자체가 신선했다. 남편과 아이가 한순간에 살해당하고 혼자 살아남은채 범인으로부터 「내가 왜 널 살려뒀을까」 라는 메시지를 살인현장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홍혜화는 자신의 남편과 딸을 잃고 슬픔에 빠져있다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에게 내연녀가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홀로 남은 사람들 또한 그러했다. 범인은 왜 그녀만을 남겨두었을까? 반전이 뇌리를 스친다. 「폭력 대상을 찍어주세요. 가치가 측정됩니다.」앱을 사용한 폭력. 폭력앱으로 대상을 찍으면 가치가 측정된다. 가치가 측정된 것을 보고 그 대상에 폭력을 가한 후에 다시 앱을 확인하면 '띠리리링' 소리와 함께 적립금이 적립되고 적립금은 10만원 부터 인출이 가능하다. 점점 폭력대상의 가치는 올라가고 폭력의 수위와 함께 인출금액이 올라가버린다. 이런 폭력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폭력이 세상을 뒤덮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폭력앱이 끝이 아니었다. 협박앱과 상위앱인 살인앱까지 존재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을 위해 할머니에게 폭력을 가하고 돈을 인출한다. 자신의 가치 또한 1억이 넘지만 소년은 결국 할머니를 해치게 된다. 결국 인간이 가장 잔인하고 무서운 존재이리라. 짧은 단편들 속에서 허를 찌르는 작가님만의 전개방식과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전개로 읽는 재미를 주었던 《청부살인협동조합》이었다.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