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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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다들 반전이라며, 이런 이야기였어? 하는 듯한 반응의 글들을 많이 보았다. 거디가 책의 띠지에 조차 당당하게도 '단 한 글자도 놓치지 마라 모든 것이 복선이며 단서다! 속을 확률 100%의 반전 미스터리'라고 적혀 있기에 '난 속지 말아야지.'하며 책을 펼쳤다.

책을 처음 펼쳤을때는 내용보다는 다지마 도시유키 작가님의 모습이 더 미스터리했다. 이 작품이 마지막 소설이라기에 돌아가신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는데 마지막에서야 그 궁금증이 풀렸다. 한쪽 시력을 잃고 다른 한쪽의 시력도 잃게 되면 주위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가족들에게 편지를 남긴채 1989년 사라지셨다고 한다. 2022년 현재까지도 소식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작가님의 생애 마저도 미스터리로 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백합》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내용은 청소년 소설 그 자체였다. 여름 방학 동안 롯코산에 있는 아버지 친구의 별장에 놀러간 열네살 소년 스스무는 동갑인 가즈히코와 여름방학을 함께 보내게 된다. 둘이서 우연히 간 연못에서 만나게 된 가오루를 만나 둘은 같은 감정을 갖게 된다. 부잣집애 치고는 스스럼 없는 모습을 보인 가오루의 속 사정을 알게 된 스스무와 가즈히코는 어느새 가오루를 향한 마음이 자라고 있었다. 동정에서 비롯된 마음이리라 생각했던 가오루 또한 이둘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줄을 몰랐으리라.

가오루가 없어서다. 가오루가 없는 동안에 우리는 아무런 즐거움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날 하루가 얼른 끝나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시간은 평소보다 더 천천히 흘러갔다. p.111

그렇게 둘은 가오루를 그리워하며 가오루와 함께 보내는 일상이 행복했다. 스스무의 짧은 일기와 함께 스스무가 이야기하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동시에 다른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오면서 각자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시대도 다르고 접점도 없어보이는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추리 미스터리라는 강한 반전을 기대한다면 너무나도 잔잔하게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부담없이 읽고 난 뒤에 '앗, 놓쳤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반전을 선사한 《흑백합》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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