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났다 - MBC 창사 60주년 VR 휴먼 다큐멘터리 대기획
김종우.MBC <너를 만났다> 제작진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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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기술의 힘을 빌려 하늘나라에 있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너를 만났다》를 보는 순간 무라세 다케시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기차 탈선 사고로 죽게 된 사람들이 기차역에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죽기 전 기차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을 데리고 나올 수 없다. 다만, 그들이 죽기전에 만날 수만 있다. 그들은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만나고 돌아와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살아나간다. 《너를 만났다》 또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에게 다시 한번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해주면서 살아갈 힘을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VR이라는 낯선 과학기술을 통해서 구현해내어 보여주는 가상 현실의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상실감을 아직 느껴보지 않아서 이별에 대한 느낌을 다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슬픔이 내게 전해지는 듯해서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만약, 너를 만났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만난 상황만을 보여주었다면 더 많이 슬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기획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어서 담담하게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존재를 다시 만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 그 속에서는 벌써 자신 곁을 떠난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어서 일것이다.

셋째였던 나연이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이가 넷이나 되는 가정, 그 속에서 항상 해맑았던 나연에 대한 기억을 아이들은 아직도 조금은 가지고 있었지만 VR로 만나게 되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커버린 아이들은 자신의 동생이 이렇게 죽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 싫다고 했다고 한다. 거기다 동생이 병원에서 떠난 것을 보지 못한 상황에 화가 나면서도 동생이 너무나 보고 싶다는 아이들. 아이들의 그런 감정은 너무나도 솔직했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이 상처받지 않고 크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나연이 너무 좋아했다는 미역국 모형까지 납골당에 넣어둔 나연의 엄마, 그런 나연의 이야기를 통해 VR로 구현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제작진들. 그런 노력 끝에 나연이와 나연이 엄마가 만났을때 변함없이 미역국을 먹으며 쌍따봉을 날리는 아이를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쓰리고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책의 중간중간에 QR을 통해서 다큐멘터리 일부를 볼 수 있기도 해서 보기도 했다. 책으로 읽고 영상으로 보니 애잔함이 더 커졌다.

로망스라는 부제로 시즌2에서 VR로 사랑하는 이를 만났던 김정수씨와 다섯아이들. 아내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전까지 두사람의 사랑은 너무나도 예뻤다. 연애한지 6개월만에 아이가 생겨 결혼할 정도로 두사람의 애정은 컸고 그렇게 다섯아이를 낳았다. 언제나 팔베개를 해 주었다는 김정수씨의 말에 팔베개를 하는 모습 재현을 하려고 준비하는 제작진의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다. 아내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김정수씨의 모습이 짠하기도 했다.

두번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VR로 만나 그리움을 달래는 이들. 그들은 그렇게 잠시나마 그리움을 달래고 살아갈 수 있어 다행인듯 하다. 인간적인 시선과 과학기술의 완벽한 조합으로 이뤄낸 MBC <너를 만났다> 시리즈를 한권의 책으로 만나며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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