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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을 처음알게 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 라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작가님의 작품에 빠져 하나둘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감성에 매료되어 있었고 신작 소식에 주저없이 구입하게 되었다. 이번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생각지도 못한 소재를 사용하셔서 깜짝 놀랐다. 지금껏 읽은 작품에서도 예상치 못한 소재를 사용하시기도 하셨지만 말이다. 두 자매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낭만적이지 않았던 별사탕 내리는 밤이라는 작품이 문득 생각난다. 함께하면서도 외로운, 홀로 있으면서도 행복한. 에쿠니가오리 작가님의 특유한 감성들이 묻어난 작품들이 많았다.
세 사람 모두 추억담이라면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것이다. 어느새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었다. 가족만큼 친밀한 관계였던 것은 아니라 해도 아주 오래전에는 반했느니 어쨌는니 콩깍지가 씌었던 적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간지는 치사코가 자신에게 마음을 두었던 무렵의 일을 기억하고 있으며, 츠토무는 치사코와 잠자리를 같이 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치사코는 그 전부를 기억했다.p.12 ~ p.13
이렇듯 치사코, 간지, 츠토무 세사람의 이야기인 과거 회상이 주로 언급되어지면서 세사람과 인연인 있는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조금은 복잡하게 진행이된다. 세사람이 엽총동반자살이라는 죽음을 택하지 않았다면 알 지 못했을 인연이 시작되기도 하고, 가족이 와해된거나 다름없어서 결혼식날 숙부님만을 불렀던 도우코는 할머니인 치사코의 죽음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결혼한 도우코는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는 자리까지 만들게 된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세사람(치사코, 간지, 츠토무)와 달리,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서로를 알아가려고 하는 사람들. 죽음을 맞이한 뒤에서야 그들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들. 곁에 있을때는 소중한 것을 알지 못하다가 사라져버리고 나니 그 사람들의 흔적을 뒤늦게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감사해요. 아니, 이번일 뿐만 아니라 내내 당신들 같은 사람과 같은 시대를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p.271
츠토무는 치사코와 간지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세사람이 어떤 식으로 함께 죽음을 택하기로 한것일까?
죽음의 순간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다. 한편으로는 누군가와 함께 세상을 마감할 수 있음이 안심되고, 마지막에 대한 정리를 하고 갈 수 있어서 안심되기도 할 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사람은 자신들의 죽음에 대한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치사코는 자신들의 시신이 늦게 발견되어 부패된 상태인것은 피하고 싶다고 한다. 죽음 뒤에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치사코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자신의 재산을 처분해서 기부를 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와중에 누군가와 연관있는 것들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방에 가득 챙겨오는 세심함을 보인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는 세사람의 죽음에 대한 언급보다는 과거회상의 비중을 많이 두면서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세사람의 죽음으로 와해되었던 한 가족이 다시 왕래하는 계기가 되었고, 할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알지 못하는 유족과의 연락을 주고 받기도 하고, 떠난 이에 대한 슬픔만을 그리기보다 세사람을 추억하는 분위기여서 슬프지 않았다. 슬픔 속에서도 담담한, 에쿠리 가오리 작가만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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