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정세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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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를 쓰신 정세진 작가님의 첫 소설집은 이 책은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으켜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작품이다. 단편소설의 짦은 호흡을 감안하고 읽어도 재미를 느끼게 해준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작가님만의 소설세계를 만들어보셔도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집에서 1억은 부담스런 돈이 아니므로 이정도면 어느 누구도 피해입지 않고 잘 해결된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그렇게 나쁜 인간이 아이어서 저들에게도 다행인 일이다. 세상엔 나보다 훨씬 파렴치한 인간들이 널려있다. 적어도 난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p.35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중에서

아이를 유괴하고 부모에게 1억을 요구하기 위해 당당히 집으로 들어와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1억을 달라고 요구하는 범인. 그런 범인을 보고 아이가 어디있는지 묻고는 어렵지 않게 현금 1억을 준비해서 범인에게 건넬수 있는 아이의 부모.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었기에 자신을 신고하지 않는 보험으로 두사람의 비밀을 요구한다. 1억에 버금가는 비밀을 요구하는 범인의 특이한 점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그리고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 상식을 벗어난 것들이어서 책을 보고 있는 내가 더 당황스러운 노릇이었다. 자신은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는 범인, 비상식적이다.

강인욱 대표 인터뷰를 하러 간 나는 자신의 시간은 10년 단위로 수없이 반복되어 3만살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끊임없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는 강인욱 대표의 이야기에 더 대꾸조차 하지 못한다. 자신만이 타임루프하는 것은 아니라 인류가 타임루프되지만 혼자만 그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부자가 될 수 도 있었다는 강인욱 대표의 이야기. 강인욱 대표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할까?

커갈수록 행운의 빈도수는 점차 늘어났다. 이제는 지나치리만큼 끝없이 밀려든다. 그럴때마다 여지없이 불행을 맞이해야만 했고 나는 고통받았다. 행운의 여신은 이제 더욱 노골적으로 날 시험했다. 나는 온종일 쏟아지는 행운을 거부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p.75 [어쩐면 운이 좋아 우연처럼] 중에서

부모님이 여행간 외딴섬에서 7개월만에 조산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나는 우연히 섬에 있던 산부인과간호사 덕분에 무사히 태어날 수 있었으나 나를 낳은 뒷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렇게 나는 행운을 얻은 뒷날 불운을 맞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그로인해 사람과의 관계를 멀리하면 살아가는 나. 과연 행운보다 돌아오는 불행이 크다면 그것이 행운일까?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를 잡을 수 없음이 행운인걸까? 행운을 쉽게 거머쥐는 사람, 그리고 그 뒤에 돌아올 불행 앞에 행운을 마주하기 주저하는 사람.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안타까웠던 '어쩌면 운이 좋아 우연처럼'이었다.

한 쪽에선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까지 전부가진 자신감 넘치는 내가 되었지만 그 에 반에 또다른 한쪽의 나는, 여전히 볼품없는 실패자였다. p.131

두 세계를 넘나 들 수 있는 능력이 하루 아침에 생긴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야기 속의 '나'는 잠에서 깨는 것과 동시에 다른 세계로 넘나들 수 있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적응이 되고 난 뒤에는 한쪽 세계에만 머물고 싶어 카페인 과다복용에 수면제 과다복용까지 이른다. 그리고 부와 명예를 갖기 위해 한 세계에서 보고 온 작품을 다른 세계로 와서 자신이 쓴것마냥 작품을 출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건 마치 '도적'과도 같아보였다.

15살 해영은 납치 당한채 외딴 섬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는 9살 여자아이 은별이 있었다. 그렇게 해영과 은별은 산돼지 같은 남자와 오씨 할멈의 하녀라도 되는듯 지내고 있다.집안일을 하면서 온갖 폭행을 당하고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손발이 묶이고 입을 막고 빈 우물속에 넣어 자신들이 잡혀있음을 눈치채지못하게 하기까지 하는 모습. 도망칠 궁리를 하면서 분위기를 보는 듯한 해영과 밤마다 엄마,아빠가 자신을 찾아오기를 바라는 은별은 별에 대고 빌고 있다. 해영이 탈출을 시도하다 들키고 폭행을 당한 그날 해영과 은별을 구해주러 온 이들은 기도해서 구해주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신의 심부름꾼인양 이야기 하는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곱편의 단편소설을 하나하나 만나보면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유괴하고 돈을 요구하면서도 당당하게 피해준적없으니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범인, 여러 시간을 리셋되어 살아왔다는 강인욱대표, 행운 뒤에 더 큰 불행을 마주하는 사람, 두 세계를 넘나들면서 사는 사람, 죽음의 문턱에 있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는 아들, 별에 소원을 빌고 있었던 은별 덕에 빠져 나올 수 있었던 해영, 6살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갑자기 시작된 2차성징에 당황하면서도 자신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사람. 비현실을 현실인듯 이야기 하는 정세진 작가님의 스토리힘을 느낄 수 있었던 나는 그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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