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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 사적인 국립중앙박물관 산책기
이재영 지음, 국립중앙박물관 감수 / 클 / 2022년 8월
평점 :
아이가 한국사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박물관에 가는 것이 단순히 놀러가는 것보다 유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아이의 생일을 맞아서 다녀온 박물관은 목판을 구경하고, 갈판과 갈돌로 곡식을 갈아보는 체험도 해보고, 태극기의 변천사도 스탬프로 찍으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체험의 장으로 다녀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아니지만 가면서 챙겨 갔던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의 내용을 차를 타고 가면서 살펴보았다.
이 책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의 역사적 의미, 예술적 가치,당대 배경과 지식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 시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한 사람이 기존의 엄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박물관 곳곳을 산책하듯 걸으며 써내려간 유물 감상기이다. 신윤복의 그림에서 크롭탑을 연상하고 조선시대 연적에서 굿즈를, 구석기 주먹도끼에서 건조기를 떠올리는 식으로, 학술적 근거에서 벗어난 개인의 상상을 유물에 포개놓았다. p.6
백자 상감 연꽃 넝쿨무늬 대접을 보았을 때 예쁜 그릇 위의 음식을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그리고 기분까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작가님 또한 다정한 마음을 주고 받는 느낌일꺼라고 하셨다. 신석기시대의 토기로 강가에 사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아래쪽이 뾰족한 빗살무늬 토기. 토기의 표면에 빗살무늬의 빗금이 새겨져서 붙여진 이름을 가진 이 토기에 내가 무늬를 넣는다면 어떤 무늬가 좋을까? 나는 꽃무늬를 넣은 토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경주 향리 김지원의 딸 묘지명에는 "낙랑김씨의 딸. 아버지는 호장 김지원이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묘지명이다. 이 유물이 묘지명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너무 이쁘게 만든 장식용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작가님 말처럼 말그대로 굿즈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사도세자의 묘지를 보니, 영조는 왜 그토록 사도세자에게 엄하게 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부모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난 자식 더 잘되라고 엄하게 하다 보니 결국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르게 해버린 영조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이렇듯, 저자이신 이재영 작가님의 말씀처럼 유물에 대한 문화적 가치만을 논하는 책이었다면 딱딱한 느낌이라 읽기 쉽지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작품을 볼때 각자의 생각을 가지듯이 이재영 작가님의 주관적 생각들이 보태어져서 유물을 보는 재미가 더 커졌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갈 일이 있다면 책을 들고 가서 작가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해 가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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