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가 제철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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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세 편의 소설이 한권에 모이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고 해요. 그런 방식을 택함으로서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리즈인듯하네요.

이번에 만난 트리플 시리즈는 안윤 작가의 방어가 제철이랍니다.
책속에는 달밤, 방어가 제철, 만화경. 세편의 이야기와 에세이가 한편 실려있답니다. 흐름이 길지 않아서 아쉬울 수도 있지만 잠깐 틈나거나 할 때 읽기는 좋았답니다. 저역시 아이와 놀러가는 차에서 잠깐씩 읽었을 뿐인데 다 읽었거든요. 그 정도로 부담없이 읽기에는 좋은 작품인 듯하네요.

매년 소애의 생일을 챙기고 있는 나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소애가 이사갈 곳을 찾는 동안 함께 살면서 일하는 시간대가 달랐던 두사람. 소애가 일하러 가기 전 밥과 반찬 두서너가지 차려진 밥상을 보면서 사람사는 집이라는 걸 느끼다, 소애가 지낼곳을 정하고 나가고 나자 휑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나가고 나니 혼자됨이 더 서글프게 느껴진 나. 소애의 생일을 맞아 먹고 싶다는 육개장을 끓이면서, 미역국과 나물을 하고 소애의 생일을 준비하고 달빛 아래 차례 둔 언니의 제사상은 더욱 아련하게 느껴지네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내게 자주 묻곤 했다. 내 인생이 더 떨어질 곳 없는 나락에 다다랐다고 느낄 때마다, 잊고 있던 그 감각이 깊은 밤 잠든 내 가슴과 목을 짓누를 때마다 어디서부터 대체 어디서부터, 하고 물었다. 숱하게 했던 그 질문이 실은 결코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걸, 질문처럼 물음표를 달고 있엇지만 사실 한탄이나 체념에 더 가가웠다는 걸 아주 나중에야 깨달았다. 오랫동안 나는 절망을 느끼는 것과 희망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다름을 알지 못했다. p.66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입시준비를 하고 싶었던 안라는 재능이 있냐는 엄마의 말에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원비를 모으던 그때 오빠와 정오가 아르바이트 중인 패스트푸드점으로 나타나 흰 봉투를 내밀던 그 시절, 안라는 자신이 입시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군대 가기전 오빠가 돈을 벌기 위해 막노동을 하러 가지 않았을테고, 그랬다면 공사장 철근에 맞아서 죽음까지 가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자책을 하면서 살아가다 엄마가 돌아가시자 엄마가 하시던 반찬가게를 이모들과 하고 있다. 안라는 어떤 마음으로 엄마가 하시던 반찬가게를 이어오고 있는 것일까? 반찬가게의 하루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며 자신을 위한 시간은 일주일에 하루가 다일텐데 말이다.

우리가 왜 3년 동안 만남을 이어갔는지.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그 일들의 이유가 모두 같으며 그러므로 단 하나의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곧 방어가 제철인 계절이 온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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