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은 도깨비 집터를 비롯한 여섯편의 작품이 실린 연작 단편집이다. 단편이라고는 하나 연작이라 내용은 매끄럽게 연결되고 한권의 책으로 마무리되기에는 조금 아쉽고 여운을 남겼다. 우리는 이야기를 만나기전에 궁녀 규칙 조례부터 만나게 된다. 책의 띠지에 "궁궐에는 왜 이리 금기가 많습니까?"라는 문구처럼 궁녀들이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한 금기. 그 금기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고, 왜이리도 많은지는 책을 다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알게 될것이다. 고양이매가 매년 같은 날이 되면 날아와 2주동안 울어대고 왕이 그 고양이매를 잡기 위해 불러온 스님들은 금강경만을 불러대니 고양이매는 그 곳에서 떠나지도 죽지도 않은채 분위기만 흐려댈 뿐이다. 그런 날 머리를 말려달라며 찾아온 궁주가 우연히 이 곳이 도깨비집터라는 말을 듣고 화를 내기는 커녕 어떤 연유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다. 궁주 자신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면서 말이다. 누구도 드나들 수 없는 냉궁에서 궁녀들은 끊임없이 괴담을, 혹은 기담을 이야기했다. p.72 백희의 이야기는 자신이 궁에 들어오기 겪은 기이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도깨비를 보았다는 이야기, 믿을 수 없는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부럽지 않게 살던 백희의 아버지가 기방을 드나들다 뱀술을 먹고 죽어 장례를 치르던 둘째날 찾아온 누더기를 입었으나 수련을 하고 왔다는 한 사내가 몇가지 사실을 맞추자 백희의 어머니는 그의 말을 믿게 되고 아들이 백명을 먹어야 살 수 있는 팔자라는 말에 방법을 물었으나 한명을 먹었으니 아흔아홉명을 더 먹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뒤 아들은 시름시름 아파오고 약을 쓰느라 백희마저 돈을 벌러 가야할 처지에 이른다. 백희가 다른 이모집 일을 하다 돌아온 어느날 오빠는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더니 백희마저 잡아먹으려고 들었다. 백희가 쇠꼬챙이로 찌르고 도깨비를 물리쳤다고 생각하고 나와보니 도깨비는 흔적도 없었다. 그 얘기를 들은 궁주는 화를 냈고, 그런 얘기를 해서인지 백희는 비비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된다. 궁녀들은 불길한 존재인 고양이매에 대해서 입에 올려서도 안되고, 우물 속을 들여다 보아서도 안된다는 금기, 물건을 찾기 위해 춘향이 놀이를 하고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천벌을 받게 된 이야기 등 기묘한 이야기가 연속으로 나온다. 궁에서 있을법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져 자연스레 궁녀들이 기묘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괴담 모임은 적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궁녀들에게는 딱이었으나 왕이 보기에는 좋지 않았다. 어느 시대의 왕이 등장할지 책을 읽어나가다 조선시대 이방원이 왕으로 집권해 있을 시기라 전후 사정을 조금 더 알고 있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책이었다.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갈 때 쯤, 금기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나오는데 그 부분은 정말 놀라웠다. 읽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상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자 한다.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잠못드는밤의궁궐기담 #현찬양소설 #연작단편소설 #추리 #미스터리 #한국단편소설 #엘릭시르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