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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이런 내가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은 찾아올까요?"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저자 아쿠마루 가쿠가 묻는 '진정한 속죄'의 의미
마가키 쇼코는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사야마와 구보와 함께 아르바이트 후에 술을 마셨다. 연인인 아야카의 냉랭한 분위기를 느낀 사야마가 한잔 하자고 한 것을 들은 구보가 합류하게 되면서 정작 하려던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술만마시고 헤어지게 되었다. 쇼코가 집에 도착했을 때 아야카에게 문자를 한통 받게 되고 술을 마신 상태인 쇼코는 운전을 하고가다가 누군가를 치고 만다.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 비도 많이 오는 날, 쇼코는 처음에는 개나 고양이를 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뉴스를 통해 알게 되고 그 사건이 쇼쿄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의 인생까지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재판을 통해 4년 10개월의 형을 받은 쇼코가 교도소에서 나왔을 때에는 부모님은 이혼을 한 상태였고, 결혼이 예정되어 있던 누나는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외갓집 동네에서 어머니의 성으로 바꾸어 살고 있었다. 쇼코는 자신이 살던 옛동네에서 혼자 살면서 일용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야마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한번 만나기로 한 자리에 구보와 야스모토까지 함께 나와 있었다.
아니, 뒤처진 것이 아니다. 다시는 만회할 수 없는, 영원히 좁힐 수 없는 차이가 자신과 그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p.160
자신을 만나러 나온 사야마, 구보, 야스모토는 취직을 한 상태지만 전과를 갖게 된 쇼코는 그들과의 간극을 느끼고, 거기다 쇼코가 화장실을 가자 뒷담화를 하는 모습에 쇼코는 한바탕 퍼붓고 나와버린다. 쇼코는 그렇게 인간관계에 염증을 느낀다.
내가 과연 이 한을 풀 수 있을까,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응어리져 풀리지 않는 이 한을. 마가키 쇼코를 만나야한다. 그가 죄의식에 몸부림치고 고통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 한 뒤에 이 한을 풀지 말지를 정할 것이다. 내가 죽기 전까지 이 한을 풀어야 한다. 반드시 이 한풀이를 해서 뜻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저 세상에 가도 기미코와 후미코를 만날 수 없으리라. p.197
자신의 인플루엔자 열을 내리게 하기 위해 얼음을 사러 나갔던 기미코는 자신의 곁에 돌아오지 못하고 불단의 유골함으로 되돌아왔다. 자신의 아내 기미코를 죽게 만든 쇼코의 재판일에는 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쇼코가 교도소에서 나오고 사는 곳을 알게 되자 쇼코가 살고 있는 맨션으로 옮기려고 한다. 치매증상을 보이는 노리와. 노리와는 무엇을 위하여 그곳으로 이사를 하려는 것일까.
쇼코가 일용직이 아닌 다른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한 것은 아야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야카는 자신이 보낸 문자로 인해 쇼코의 인생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덜기 위해 쇼코의 기운을 북돋여주고 저녁에 가서 음식도 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쇼코의 집과 가까운 노리와에게도 음식을 나누어주고 있다.
도망치면 안된다.
아무리 비난받아도, 그로 인해 마음이 아무리 상처 입는다 해도... 내일 노리와를 마난러 가자.그리고 그 노인의 마음을 전부 받아내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아무리 격한 증오나 슬픔이나 분노일지라도. p.341
쇼코는 처음에는 교도소에서 죄값을 치르고 나왔으니 다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따금씩 나타나는 악몽과 노리와의 행동에 더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을 택한 후에야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으리라. 죄를 짓고는 하루도 마음 편히 살 수 없다는 말처럼 말이다. 노리와에게 사죄를 하고, 쇼코와 아야카의 미래에는 조금 더 밝아지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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