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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계단을 구른 것이 계기가 되어 집을 짓고자 마음먹어버린 30대 여성 마리의 이야기
어쩌면 그녀의 4차원적이고, 충동적인 모습 때문에 마리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쾌하고 당당한 여자일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많은 않다. 어쩌면 현실의 보통 여성을 제대로 그리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꿈과 현실이 다를 수 밖에 없는 불안하고 두려운 사람이 요즘현실의 사람이니까.
책의 중반. 그녀는 고민 끝에 본격적으로 집짓기를 시작하고 설계사무소를 찾게되면서 재밌어진다. 물론 내가 러브모드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커피프린스1호점의 남자들을 상상하면서... 그러나 이 설계사무소의 남자와의 러브도 없다. 보통의 책과 다른 부분이다. 보통은 이쯤에서 로맨스가 나온다구!!!
집 또한 그렇다. 집의 완성을 보고 싶었다. 충분히 더 이어나갈 수 있지만 작가는 집의 설계가 완성될 때쯤 책을 끝낸다. 여전히 나에게 지어도 돼냐고 묻기위해서일까. 집의 결과를 보인다면 그건 지어도 돼?가 아니라 ‘집 지었어’ 정도일테니까.
이 책 종이가 두껍다. 계속 2장이 잡힌다고 생각해 손가락을 움직여보지만 한 장이었다. 그래서 200쪽도 되지않는 책이 그나마 이 두께의 책이 나온것 같다. 여전히 얇지만... 그래서 굉장히 빨리 술술 읽긴 했다.
하지만 아쉬운 책이라는 건 어쩔수가 없다. 좀 심심하고 책을 놓는 손이 좀 허전하다. 보통 책을 다 읽어도 여운이 남아 침대머리맡에 놓아두는 편인데 책장을 덮자마자 책장에 제자리를 분양해주었다.
이 책을 던지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책엔 작은 단편이 하나 딸려있다. 처음 차례를 보다가 두편의 구성으로 되어있는걸 보고 꺄우뚱했었다. 이 어색한 구성 때문에 이 책. 장편집도 단편집도 아닌게 되버렸네 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오히려 이 쪽이 더 좋았다. 20쪽이 조금 넘는 짧은 글이었지만 이 편의 주인공 그녀는 시시각각 변했다. 하루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그녀의 기분, 생각, 행동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게 더 나에게 맞았다.
그녀의 유머도...
164
먼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이 접시가 받아들여 컴퓨터화면에 파형이 되어 나타나는 것을 마냥 지켜보는 것이 오빠의 일인듯 싶다. 근처 아이들한테는 “우주인을 찾고 있는 거란다.” 하고 간단히 설명해둔다고. 오빠는 안테나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보내줄 생각을 않고 있다. 애초에 내가 염려한대로 일이 커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우주인의 잡담까지 수신할 정도의 고성능 안테나는 필요 없는데.
그녀의 생각도...
172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아무래도 내 안의 여러 가지 것들이 굳어지면서 사고의 순환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새로 나온 과자맛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기고, 무심결에 옷도 비슷한 색상으로만 사들이고 있는 데다 친구에게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이나 하고, 사소한 일을 끌어안은 채 마냥 끙끙댄다. 또한 날마다 컴퓨터와 침대만 오가는 생활에 의문도 품지 않는다. 정체되는 경향은 글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대 때는 댐 같은 것도 태연하게 폭파시켰는데. 요즘 부부싸움 장면에서 찻잔하나를 깨는 데도 주저하기 일쑤다
그녀의 결말도... 모두 다 마음에 든다.
184
‘이거 네 거였지? 미안, 돌려주는 걸 잊었어! 켄이치.’
‘후회’하다 한달음에 ‘뚜껑이 열려버린’ 나는, 오빠가 보낸 꾸러미를 여는 데 돌입했다. 포장을 마구 잡아 찢으면서, 그와 헤어진 원인이 ‘끝에가서 내 기분을 배신한다.’ 였음을 새삼 떠올렸다.
크크 마지막 이 반전에서 처음엔 그의 메모를 이해 못해서 어리둥절해있다가 이해 후 곧 나도 화가 났고 또 곧 뚜껑열려버린 그녀가 이해되면서 상상이 되버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그나마 찝찝하지 않게 생각하는건 단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