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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아이를 만났다. 정신장애가 있어보일 정도의 산만함, 꽤나 돌발적인 행동들로 보여주는 반항심 그래서 무서웠다. 하지만 솔직하게 그대로 표현하는 성격에 문득문득 보이는 그의 천재성은 이 아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했다.
이 아이 와타루의 변함없는 주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크로마뇽인이라는 것.
“그래 내가 태어나기 전 아주 오래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크로마뇽인이 아버지일리 없잖아..........
하지만 어느새 내 머릿속에는 와타루의 아버지=크로마뇽인이라는 공식이 당연하게 성립됐다.
이 책은 그의 성장을 천천히 독자와 함께한다. 책이 대개의 책보다 두꺼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산만함이 사라지기도 하고 더 반항적이 되기도 하고 아버지생각보다 친구나 이성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이 꼬마는 어느덧 나보다도 키가 훌쩍 커버린 듬직한 -하지만 아직은 어린- 남자가 된다.
그가 그의 진짜 아버지를 만날꺼라고 생각못했다. 역시 그의 아버지는 크로마뇽인이라고 철썩같이 믿어버렸고 응원했으니까...
그리고 진짜 아버지를 만났을 때 그렇게 헤어질꺼라고도 생각못했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알기위해, 와타루가 얼마나 오랜시간 당신을 생각해왔는데... 당신이 이럴수 있냐며 대신 소리쳐주고싶었다. 이 고독한 아이를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갈 무렵 이 아이가 날 안아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
493p
우리는 빙하기처럼 새하얀 세계의 65억분의 2였다. 인류의 역사를 생각하면 너무도 보잘 것 없는, 지구의 탄생부터 생각하면 너무도 사소한 17년째와 18년째의 역사를 있는 힘을 다해 연장시키려 하고 있었다. 한걸음이라도 더.
어느새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괜찮아, 이 위기는 벗어날 수 있다니까.
와타루는 끊임없이 자기자신이 누구이냐고 질문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는다.
왜 이책을 청소년기에 보지 못했을까...
왜 이책이 내가 성인이 된 이때에 나온걸까...
어째서 너를 이제야 만나게 된걸까...
하지만 상관없다.
아직도 나를 발견하지 못한 지금 이 시기는 분명 청소년기이니까. 그리고 너에게서 배우면 된다.
고마워 와타루. 너에 의해 치유받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