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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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동안 과거로 돌아가거나 미래로 가는 여행은 책이나 영화로도 많이 소개 되었었다.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그들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면 그건 단순한 시간 여행을 뛰어넘기때문일꺼다. 그는 과거로도 가고 미래로도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이 책은 그와 그녀의 성장과 함께 한다. 물론 그는 시간여행을 하므로 10대의 헨리, 40대의 헨리, 20대의 헨리, 30대의 헨리로 나타나서 뒤죽박죽이다. 대신 그와 함께하는 한 소녀의 성장은 이 뒤죽박죽인 소설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인칭이 헨리와 클레어로 계속 바뀌면서 소설이 진행된다. 이 구성이 나쁜건 아니라지만 이 구성을 선택했기 때문에 생기는 아쉬운 점은 감정의 흐름이 좀 짧다는 것. 계속 왔다갔다하며 그들의 일이 어떻게 되는지 그들의 감정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말하므로 슬픔이나 기쁨의 감정이 오래 머물지 못한다.

또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있다. 인생이란게 그렇듯... 아무리 시간여행을 하며 산다지만 평범하게 보내는 시간도 있겠지 하며 넘어가주기로 한다. 지루한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순응하기 때문일꺼다. 영화 나비효과를 보면 끊임없이 미래를 바꾸려한다. 자신의 주변사람들을 위해. 하지만 이들은 최대한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미리 보고 온 미래를 이용하지도 않는다.

170p

“만일 내가 시공간의 연속성을 어기는 짓을 했더라도 크게 티 나지는 않을거예요.”

“혹시 너 때문에 3차대전이라도 발발한다면 너한테도 알려 줄게.”

클레어는 한번은 어겨보자고. 큰 것도 아니고 그림에 이름 넣는 것쯤 어떻겠느냐며 써넣는다. 하지만 훗날 그녀의 고백은 다시 그림의 이름을 지웠다는 거다.




시간여행자의 아내.

책의 제목으로 볼 때 주인공은 아내다.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 운명적인 만남으로 평생을 기다리며 사는 한 소녀의 이야기.

그래서 소설의 구성상 헨리와 클레어를 왔다리 갔다리해야하니 어쩔수 없다지만 마지막부분에서라도 조금은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그녀의 입을 통해서 평생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한지를 들으며 펑펑 울고싶었는데... 아쉽다. 아쉽다. 아쉬워서 슬프다.




2053년 7월 24일 목요일.

43세의, 헨리가 82세의 클레어를 만난다. 그녀는 산호색스웨터를 입고 햇빛이 드는 창가에 있다. 슬프고 기쁜 장면이다.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그래서 내 머릿속에 만들어진 이 장면은, 그와 그녀가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은 잊을 수 없을꺼다.

373p

이번엔 헨리가 반드시 올 거라는 걸 나는 안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기다린다는 것 때문에, 이런 기대감 때문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하지만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는 올 것이고, 나는 여기 기다리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 ‘흥미로운 독서를 위한 가이드’라는 구성으로 2장에 걸쳐 16가지의 질문을 제시해 놓고 있었다. 그 질문에는 답이 없다. 그 답을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그 중 하나의 질문이 나를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희극으로 분류할 것인가, 비극으로 분류할 것인가?’

난 이 책을 덮을때 쓸쓸하고 그리웠다. 그렇다면 비극인가.

하지만 분명 마지막 만남을 보고 나는 기뻤다. 그렇다면 희극인가.

어렵다. 지금 전공교수님들과 부전공교수님들이 갑작스레 보고 싶다. 해답을 알고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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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 2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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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아.
왜?
내가 널 있잖아. 오래전부터 다시 만나고 싶어했담, 너 믿을래?-122(1권)쪽

아빠는 내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길 바랐지만, 내가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 아름다운 드라마를 찍는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드라마처럼 사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55쪽

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나는 저 아일 버렸는데, 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229쪽

사랑한다.
?!
무지 사랑하고, 많이 보고 싶었고, 미안하고, 그리고 이젠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 휴... 챙피해.
(N) 그때 알았다. 예정된 통속이 유치가 신파가 때론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도 있다는 걸.-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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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 1 노희경 드라마 대본집 1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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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본은 다른 문자 간행물과는 사뭇 다르다. 글로 되어 있되, 글만으로는 그 의미 가치가 별로 없다. 본래 목적이 <글을 ‘일부’ 재료로 한 영상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본집을 내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주저했다. 글을 재료로 했지만 연출력과 연기력이 뒤섞이지 않으면 제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본집을 내는 것은 그 어느 간행물보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으며, 말이 갖는 재미때문이었다.





그래서 나 또한 구입을 고민했다. 드라마에 굉장히 빠져 살았었다. 그건 영상과 배우의 표정. 몸짓. 목소리. 나레이션. ost까지 한데 어우러져 표현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한 것이 아닐까. 대본집으로 그 세상을 접할 때 오히려 실망하지 않을까. 그럼 그들이 사는 세상을 궁금해 기웃거리던 내가 흥미를 잃고 그 세상에 발걸음을 끊어버리는게 아닐까 하고. 그 두려움에 몇날 몇일을 미루고 미루다 구입을 했다.

그래 까짓것 상상해보지. 뭐. 드라마의 그 배우 그 공간이 아닌 나만의 머릿속에 새로운 세트를 짓고 새 주인공을 찾아내보자. 하고. 그리고 책의 첫장을 펼쳐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새 세트를 짓지도 못했고 새 주인공을 찾지도 못했다. 나도 모르게 1년전의 그 공간, 그 주인공을 그대로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재현하고 있었기때문이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어쩜 이렇게 다 사랑스러울까. 조연 한명 한명까지도. 미운 사람이 하나도 없고 소중하다. 아니 분명히 미운 짓들은 했다. 미운사람이었다. 지오는 아무렇지않게 준영에게 넌 너무 쉽다며 비수를 꽂고 쉬운 여자도 아닌 가벼운 여자도 아닌 준영이는 또 미친 양언니에게 감정을 기대하게 했다. 규호는 잘난 자기 인생에만 신경 쓰느라 남을 돌아볼 시간이 없고 윤영은 한 사람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마냥 기다리게끔 했다. 다들 한 성깔한다. 작가도 배우도 스탭도.

그런데도 미운사람은 왜 없는걸까. 누군가에게 미운짓을 한 그 사람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서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거슬러올라가볼까? 민희는 양언니를 짝사랑하다 조금의 눈물을 흘리고, 미친 양언니는 준영과 지오의 시간에 끼어들었고, 준영은 엄마에게 상처받고, 엄마는 아빠에게 상처받았다. 이런 식이다. 그래서 모두 미워할 수 없다. 그래서 새 주인공들을 찾지 못했나보다. 난 이미 그들을 안고 있었던거다.




301p(1)

내가 드라마국에 와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드라마트루기. 다른 말로, 연출법의 기본은, 드라마는 갈등이라는 것이다. 갈등 없는 드라마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최대한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을 어설프게 풀지 말고, 점입가경이 되게 상승시킬 것. 그것이 드라마의 기본이다.

드라마국에 와서 내가 또 하나 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얘기는 드라마는 인생이라는 말이다. 현실과 달리 드라마 속에서 갈등을 만나면 감독은 신이 난다. 드라마의 갈등은 늘 준비된 화해의 결말이 있는 법이니까, 갈등만 만들 수 있다면, 싸워도 두려울 게 없다. 그러나 인생에선 준비된 화해의 결말은 커녕, 새로운 갈등만이 난무할 뿐이다.




우린 갈등에 익숙해있다. 초등학생때부터 배웠다. 발단-전개-절정-결말의 그래프를 그려가며 절정에서는 산 하나를 우뚝 세워 그려넣었다. 하지만 언제나 결말은 곧게 곡선을 그리며 내려온다. 해피엔딩. 언제나 해피엔딩을 꿈꾼다. 그래 우리 인생도 그런가? 지금 내 인생은 왜 계속 절정에만 매달려있을까. 결말로 가기가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라고 지쳐 주저앉아있는것은 아닌가? 아님 아직도 심심하게 발단에만? 힘들게 한걸음 한걸음 나섰는데 아직도 출발지점? 좀 허탈해져버린다. 그리고 불안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많이 나아갔는데 나만 아직도 여기에 라며 혼란해 하고 있는가?




149p(2)

화이트아웃 현상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모든게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상태.

내가 가는 길이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아웃 현상을 곳곳에서 만난다.

절대 예상치 못하는 단 한 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갈 수 없는 그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화이트아웃 현상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어느 한 날 동시에 찾아왔다.




그들의 삶이 갈등과 오해. 피곤함 같은 것이 섞여있다해도 내 눈엔 마냥 아름답고 재밌어보인다. 지금의 내 삶도 누군가 보고 아름답고 재밌어라고 말해줬으면 싶지만 잘 모르겠다. 아닐꺼다. 아직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답답한 상태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그들의 갈등이 부럽다.

난 지금 화이트아웃상태다. 하지만 찾아왔다. 찾아왔다면 또 언젠가는 물러날꺼다. 그렇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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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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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성경에 열여섯줄밖에 나오지 않는다

책의 앞부분에 쓰여있는 한줄의 글이다. 이 짧은 문장만으로도 사람의 호기심을 100% 끌어올릴수있구나 라고 감탄하며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종교이야기일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종교에 관심도 없고, 카인과 아벨이라면 이름만 들어봤을뿐 그들에 대해서 아는게 없는데 이 소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괜한 걱정말라고 말하겠다.




이 책은 단지 성경에 나오는 그 열여섯줄이 시작이 될뿐.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이야기가 절묘하게 섞여있다. 영웅의 뒷모습, 주인공과 주인공의 삶, 사건이 일어나고 쫓고 쫓기는 관계속에 종횡무진 일어나는 사건들, 여러번의 부딪힘은 자연스럽고 인위적이지도 않게. 반전도 적당히 놀라게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여, 아버지들과 아들들의 이야기가 계속 해서 보여진다.

크게 세가지 이야기가 있을까? 카인과 아벨의 살인사건에 대한 해석, 슈퍼맨의 비화에서 힌트를 얻으며, 아버지와 아들의 상처와 화해와 치유의 과정.




이 책. 굉장히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어내려가게했다. 정말 칭찬할만한 점은 지루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역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게 문제가 될 수는 있겠다. 왜냐면 두꺼운 책을 재미있게 술술 읽어내려가긴 했으나 책을 덮고 나서 이 책이 말하는 큰 주제가 뭔지,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룬 사건이 뭔지에 대해 딱히 뭐라고 얘기를 못하겠다는 거다. 그래서 내 이해가 부족해 사실 서평을 쓴다는게 좀 난감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서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게 읽었으나 어려운 소설이니 한번 더 두 번 더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일테니까.






38p

한 사람이 둘러본 웹사이트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속에 정리된 가구배치를 보는것과 같지




257p

하지만 성경은 거의 모든 중요한 인물의 죽음이 기록된 책이라는 걸 잊어선 안돼. 성경에 노아는 몇 살까지 살았고 모세는 몇 살까지 살았다고 나와있는데 기이하게도 카인의 죽음만 언급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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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꿀꺽! 단무지 일본어 - 정상적인 공부 방법이 통하지 않는 당신을 위한 만화로 배우는 왕초보 일본어
이옥균 지음 / 와이엘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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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는 나라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니, 오히려 싫어했다- 그 나라의 언어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연예인에 관심이 생겨서 자료를 하나하나 보게 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단어들이 조금씩 들려오고, 자막으로 나오는 글자를 내눈으로 맞춰보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히라가나 정도는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하고...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10대때는 언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쉬웠는데 20대중반의 나이에 꼬불랑거리는 일본어를 받아들이기조차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무턱대고 외울 책말고 뭔가 쉽게 좀 가르쳐줄 책이 없을까하고.

서점에 가서 1시간 가량 일본어코너에 퍼질러 앉았다. 생각했던것보다는 많지 않았다. 영어는 토익이다 토플이다 독해다 회화다 단어책이다 뭐다해서 5개.6개 이상의 코너들로 이루어져있는데 일어는 겨우 한코너정도. 모든 책을 다 꺼내보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발견.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그림과 같이 연상해서 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그래서 사실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외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별로일꺼다. 정말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외우지 않은 사람, 외우지 못한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하자면 초보라면 이 책을 보지말고, 정말 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 완전초보만 봐라.




그림들이 좀 산만하게 있고, 글자가 조금 작기도해서 조금 정신없지만 쨋든 정말 정말 초보에게는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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