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he Art Book 아트북 ㅣ 파이든 아트북 2
PHIDON 지음, 이호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즐거움'은 모두의 것이다.
문화를 배움에 있어서, 문화를 즐김에 있어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은 '예술'이다.
예술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빈곤하고 처량하며 메말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나는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도 그리면서 조금 매말라 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촉촉하게 적셔주면서 산다.
이런 생각을 하고 지낸것이 어디 나뿐일까. 예술은 시대를 초월하고 인종을 넘나든다. 어쩌면 이 드넓은 우주도 그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다른 별에서도 누군가는 'ART' 를 즐기고 있으리라고 본다. '즐거움'은 모두의 것이다.
그런 '즐거움'을 나는 <The Art Book>이라는 묵직하고 거대하며 위대한 책과 함께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약 500여명의 미술가들이 작품들을 알파벳 순으로 만날 수 있다.
거창하게, 어려운 단어를 써가면서 읊지 않아도,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글은 단순한 제시에 불과하다. 부연 설명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보면 좋을 것인가라는 힌트로 만족해도 좋다.
그래서 '문자'는 소박하게 맨위에 자리잡고서 그림들에게 독자들의 즐거움의 영역을 양보했다.
그래서 우리는 충분히 '작품' 을 이 책 한권으로 만족할 수 있다. 예전에 읽었던 다른 서양 미술사 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분명 화가들의 일생, 시대적 배경, 작품 분석이 구구 절절하게 들어가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친숙하다. 옆에 두고 두고 펼쳤다 닫았다 하면서 내 친구로 만들 수 있다. 친구가 될 수 있는 미술책, 흔치는 않다, 틀림없이.
그럼, 새롭게 알게 된, 또는 나의 흐리멍텅한 감정을 톡톡 건드려준 작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안토니오 카노바의 조각, '큐피드와 프시케' 의 경우는 실제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고 대감동을 받은 조각품이다.
아직 날개를 접지 못한 채 큐피드는 죽어가는 연인 프시케를 부드럽게 포옹한다. 서로는 진심으로 사랑해보인다.
매력적인 자세와 순수해보이는 청춘이 참 완벽하다는 감탄을 자아냈었는데, 여기서 이 작품을 또 만나게 되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사랑에 매말라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 이 조각상을 봐주면 좋을 것이다. 후훗.
아니면, 페르디난트 호들러라는 화가의 '툰 호수'라는 풍경화는 어떨런지.
처음 알게된 화가이자 처음 보는 작품이었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새개와 표현법으로 선명한 흔적으로 기억되었다.
독특한 균형의 산과 호수에 비친 그림자, 그리고 절제된 듯한 블루톤의 미묘한 차이를 단정하고 세련되게 표현해낸 듯 하다.
결코 화려하다고 멋진 그림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마음도 어쩐지 착해지는 기분이랄까. 아, 이래서 ART은 '즐거움'이다.
하지만 꼭 그런 착한 '즐거움'만 있진 않다. 충격적인 작품 파울라 레고의 '가족'의 경우는 근친상간이 성적 전율를 표현하는데
아낌없이 가족들을 동원하였다. 아버지 옷을 벗기고 있는 엄마와 두 딸, 하지만 그림체는 만화체에 가까우며 전체적으로 사용된 색채는
갈색의 저채도 저명도로 모호함을 자극한다.
책에서 레고는 전래동화에서 불순한 장면들만을 골라서 보여준다고 한다.
오, 이런 미술가도 있었구나. 하지만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시대의 현실'임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온다.
이런 저런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ART 의 세상에 빠지다보면 나도 예술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상당히 두껍고 비싼 책이기 때문에 직접 사서보긴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자신감있게 말할 수 있다.
든든한 친구를 둔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