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D - 기계치도 사랑한 디지털 노트
김정철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0과 1의 만남, 디지털의 세계에 푹 빠지다.

 

  나의 품에 처음 안기였던 전자제품은 무엇이였을까? 어렴풋이 떠올려보니 초등학교 6년간 5천원씩 저축을하고 모은 돈으로 졸업하자마자 구매한  '워크맨'이였던거 같다. 그정도 돈이면  온갖기능이 첨가된 최신형의 제품을 살 수 있었다. 음악 테이프를 넣어서 날마다 듣는 음악은 나를 환상에 취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인가 난 여자 치고는 유난히 기계과 친해지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아빠가 의외로 기계랑 전혀 친하지 않은 분이셔서 딸들이 기계랑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TV가 갑자기 안나오게 되면 이래저래 손을 보기도 하고, 어떤 기계든 동작이나 옵션같은 것을 꽤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면서 점차 나는 '컴퓨터'의 세계로 여동생은 '전자공학'의 세계로 빠지게 되버린 현상이 빚어졌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책이였다. <기계치도 사랑한 디지털 노트 안녕, D>라는 귀여우면서도 앙증맞은 책 제목에 걸맞게 사진이며 글들이 모두 마치 연인을 소개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연애 에세이 같은 느낌?!  딱 거기에서 시작해서 사랑에 빠져 끝나게 된다. 저자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런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도록 똑똑이 제나두와 어리버리 순이의 대화로 시작을 한다.

 

  나도 이야기를 해보면 사람들이 디지털이나 컴퓨터에 대해 상당히 어려워함을 느낄때가 많다. 디지털 세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버린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전자 제품인 컴퓨터, 휴대폰, 노트북, mp3, 게임기 등을 차례로 소개를 해준다. 아주 예쁘게 찍은 그림과 함께 말이다.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휴대폰과 컴퓨터가 가장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느낀거지만  이 두 녀석은 나의 왼팔과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내 일도 컴퓨터이고 놀이도 컴퓨터이며, 휴대폰은 나의 모든 인맥을 담당하는 비서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전자사전, mp3, 닌텐도, psp.. 셀 수 없이 많은 휴대품들이 내 사지를 모두 차지해버렸다. 그래서 이 녀석들을 알 필요가 있어졌다. 버그가 무엇인지, PC 는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세계 최초의 문자 메세지는 무엇이였는지 등 아주 다체롭고 흥미로운 디지털 이야기들이 꽤나 넘치게 들어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가치가 있는 책이였다. 내가 알지못하는 많은 부분까지도 시원스럽게 긁어준 기분이랄까? 내 팔다리에 강철을 붙여서 더 튼튼하게 만들어준 것 같았다. 무쇠팔 무쇠다리 천하무적.. 근육맨! 그래도 읽으면서 가장 기뻤던 것은 우리나라가 바로 이 디지털 시대의 강국이라는 점이다. 어떤 기계이던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많았다. MP3를 최초로 탄생시킨 것부터 구글이 절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강력 검색 사이트들까지 우리나라의 끊임없는 디지털에 대한 욕구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너무 지나치게 빠르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차 소홀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다. 그래서 난 아날로그 세계가 그리워서 필름카메라를 찍고, 절대로 책이나 만화는 인터넷 같은 기계로 보지 않는다. 그리운것은 그리운 것이다. 세계의 흐름이는 맞추되 난 여전히 아날로그 세계를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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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 2 Medusa Collection 8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무자비한 짐승적 본능, 지옥이 이보다 더 할 순 없다!

 

   친구들은 내가 겁이 많다고 하면 믿지를 않는다. 아무리 겁이 많아봐야 깜짝 놀라기 밖에 더하지 않겠냐고 그런다. 하지만 난 언제나 내 말을 좀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 그건 일종의 부탁이였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거나, 무서운 영화를 보러 간다면 난 무조건 빠지겠다는 뜻이였다. 그 말을 어기고 나에게 그한 공포감을 심어주게 되면 난 주저없이 울어버리거나 잠을 못자거나 충격먹은 상태가 되버린다. 나도 이런 모습이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맞이하곤 한다. 그런 내가.. 감히 극한 공포와 잔인함으로 무장한 책인 <디센트>를 만나게 되었다.

 

  1,2 로 두껍게 나누어진 이 소설은 제프 롱 저자가 실제로 네팔, 에베레스트 산, 티베트 등을 두루 다니면서 히말라야 산맥에서 투어 가이드로 일했던 경험, 유럽안보협력기구 감독하의 보스니아 첫 선거에서 감독관으로 있으면서 '지구상의 가장 낮은 지점을 찾는다'라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1세기의 지옥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이야기는 극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들었고 나를 밀쳐내려고 애를 썼다.

 

  시작은 특정 물체에 대한 발견부터 시작한다. 히말라야 산맥을 트래킹하던 여행객들과 아이크가 '아이작'이라는 시체를 만나게 되는 것. 수녀 앨리를 위해  마녀라고 불리우는 소녀 코키 마디바가 지미를 굶주린 신에게로 보내버린 것. 육군 공수 정찰 부대가 세르비아인들과 대치중  발견한 엄청난 양의 질소를 보고 무자비한 학살이 일어났을 꺼라고  정찰을 갔다 생긴 일들. 이 모든 것들이 단순한 시작에 불과했다. 좁고 험한 산속의 지하 동굴이 연결되어 있어서인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잔인하고 극악한 일들이 읽기에는 만만치 않은 것들이였다. 점차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오는 지옥의 문을 열고 탐색해야 하는지, 아니면 파멸의 길을 둘러싼 곳곳의 악마들이 살아나기 전에 도망쳐야 하는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멈출 수 가 없었다. 지하 세계 탐색대들은 포스토이나 야마 즉 '단테의 동굴'이 심연으로 통하는 입구가 되었다고 확신하면서 '지옥'을 탐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이들의 모험은 헬리오스 사 같은 기업과 정부가 개입하면서 점차 변질되어 간다. 수많은 연구원과 과학자들을 이용해 지하 세계를 통해서 세계 식민지화를 건설하려는 탐욕을 드러내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서 내내 보여주고 있는 악마와 지옥은 비단 우리 인간과 인간의 세계와 동떨어진 다른 세계가 아닌 것 같다. 인간속에 내제되어 있는 잔인성과 탐욕들이 실체화가 될 때 비로서 그 세계는 만들어지고 활기를 띄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강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 떠올랐다. 글을 읽어서 그런지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는 참혹한 세계였다. 특히나 이런 방대하고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이토록 섬세하고 훌륭하게 써나갔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단지 저자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감과 생생하고 스릴 넘치는 묘사, 그리고 비교적 자세하고 현실적인 과학적 상상력들이 하나로 뭉쳐서 놀라운 소설 <디센트>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난 보지 않을 생각이다. 이미 이 책으로도 충분히 공포감을 맞이 했고, 너무 잔인할 것 같아서 절대로 화면으로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난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지옥이 있다 해도 인간이 내제하고 있는 악마적 본성을 컨트롤 하면서 진정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이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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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무자비한 짐승적 본능, 지옥이 이보다 더 할 순 없다!

 

   친구들은 내가 겁이 많다고 하면 믿지를 않는다. 아무리 겁이 많아봐야 깜짝 놀라기 밖에 더하지 않겠냐고 그런다. 하지만 난 언제나 내 말을 좀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 그건 일종의 부탁이였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거나, 무서운 영화를 보러 간다면 난 무조건 빠지겠다는 뜻이였다. 그 말을 어기고 나에게 그한 공포감을 심어주게 되면 난 주저없이 울어버리거나 잠을 못자거나 충격먹은 상태가 되버린다. 나도 이런 모습이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맞이하곤 한다. 그런 내가.. 감히 극한 공포와 잔인함으로 무장한 책인 <디센트>를 만나게 되었다.

 

  1,2 로 두껍게 나누어진 이 소설은 제프 롱 저자가 실제로 네팔, 에베레스트 산, 티베트 등을 두루 다니면서 히말라야 산맥에서 투어 가이드로 일했던 경험, 유럽안보협력기구 감독하의 보스니아 첫 선거에서 감독관으로 있으면서 '지구상의 가장 낮은 지점을 찾는다'라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1세기의 지옥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이야기는 극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들었고 나를 밀쳐내려고 애를 썼다.

 

  시작은 특정 물체에 대한 발견부터 시작한다. 히말라야 산맥을 트래킹하던 여행객들과 아이크가 '아이작'이라는 시체를 만나게 되는 것. 수녀 앨리를 위해  마녀라고 불리우는 소녀 코키 마디바가 지미를 굶주린 신에게로 보내버린 것. 육군 공수 정찰 부대가 세르비아인들과 대치중  발견한 엄청난 양의 질소를 보고 무자비한 학살이 일어났을 꺼라고  정찰을 갔다 생긴 일들. 이 모든 것들이 단순한 시작에 불과했다. 좁고 험한 산속의 지하 동굴이 연결되어 있어서인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잔인하고 극악한 일들이 읽기에는 만만치 않은 것들이였다. 점차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오는 지옥의 문을 열고 탐색해야 하는지, 아니면 파멸의 길을 둘러싼 곳곳의 악마들이 살아나기 전에 도망쳐야 하는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멈출 수 가 없었다. 지하 세계 탐색대들은 포스토이나 야마 즉 '단테의 동굴'이 심연으로 통하는 입구가 되었다고 확신하면서 '지옥'을 탐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이들의 모험은 헬리오스 사 같은 기업과 정부가 개입하면서 점차 변질되어 간다. 수많은 연구원과 과학자들을 이용해 지하 세계를 통해서 세계 식민지화를 건설하려는 탐욕을 드러내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서 내내 보여주고 있는 악마와 지옥은 비단 우리 인간과 인간의 세계와 동떨어진 다른 세계가 아닌 것 같다. 인간속에 내제되어 있는 잔인성과 탐욕들이 실체화가 될 때 비로서 그 세계는 만들어지고 활기를 띄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강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 떠올랐다. 글을 읽어서 그런지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는 참혹한 세계였다. 특히나 이런 방대하고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이토록 섬세하고 훌륭하게 써나갔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단지 저자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감과 생생하고 스릴 넘치는 묘사, 그리고 비교적 자세하고 현실적인 과학적 상상력들이 하나로 뭉쳐서 놀라운 소설 <디센트>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난 보지 않을 생각이다. 이미 이 책으로도 충분히 공포감을 맞이 했고, 너무 잔인할 것 같아서 절대로 화면으로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난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지옥이 있다 해도 인간이 내제하고 있는 악마적 본성을 컨트롤 하면서 진정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이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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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한국사 - 역사 속의 진실 혹은 거짓
이정범 지음 / 풀빛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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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역사를 되짚어 놀랄만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시대를 거슬러서 역사를 되짚어 본다는 것은 짜릿한 일이다. 어릴 때부터 역사라면 사죽을 못써 안달했던 나로써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래전 친구들을 꼬득여 공주 답사를 다닌 일도 생각이 났고, 백제 문화 유적 답사, 영주 안동 문화 답사와 경주 답사까지도 다녀봤지만 생각해보면 어디하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드물다. 그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내가 아는 역사는 단편적으로 맞추어진 기록의 역사서를 바탕으로 누군가가 지은 책이나 소설, 영화, TV 라는 미디어 매체에 국한되어서 생긴 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솔깃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던 보편적인 역사 지식을 확 깨는 듯한 사건이나 이야기들이다. 역사 스페셜이나 한국사 전과 같은 방송에서도 여러번 본 적이 있어서 더욱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날 궁금함에 몸서리치게 만들은 책이  < 서프라이즈 한국사> 이다. 저자는 우리의 기억속에 이미 뿌리 박혀 있는 역사 상식들의 진실을 알려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최초  국가인 단군 조선시대 때부터 대한민국 이승만 정부 수립 때까지 알짜배기의 시대들만 골라 적나라게 설명을 해준다. 한민족 최초의 고대 국가를 세우고 단군 신화로만 이해하고 있는 우리의  고대사의 흔적을 담은 <환단고기>라는 책에 대한 비밀, 익히 다양한 프로그램과 책을 통해서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다시금 머리속을 정리해주고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 미스테리 한성 백제의 풍납토성과 삼천 궁녀 의자왕에 대한 진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이야기가 너무도 재미있어서 거대한 국가들 사이에서 가끔 고개를 빼곰 들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가야국들에 대한 알찬 이야기들 등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의 늪에 빠져드는 내 몸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정말로 잘 알려지지 않은 위인들과 사건도 상당히 많이 존재를 한다. 임진왜란 시절의 역관 홍순언의 활약상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터라 반가운 마음에 쉬엄 쉬엄 읽었지만, 조선 후기의 미륵신앙과 '정감록'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생소한 부분이였다. 미륵신앙은 나라의 기운이 쇄하고 혼란의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불교 신앙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씨가 망하고 정씨가 득세한다' 라는 핵심적 내용이 담긴 정감록의 뒷배경 이야기는 흥미 진진했다. 내 머릿속 지식의 서재에도 또 한자리가 차는구나 하는 기쁨의 미소가 절로 나온다.

 

  어째서 역사는 이토록 매력적인 분야인 것일까. 이 책은 대중들에게 뿌리 박힌 사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그리고 실록과 역사서에 실제로 어떻게 쓰여있는지를 차근 차근하게 설명한다. 물론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면서 진실로 역사가 제대로 평가받기를  원하며 우리 나라의 역사가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여러번 강조한다.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리라 믿는다. 다른 이유는 없다. 역사는 내가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고 익히려는 노력은 계속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가는 길이 곱게 포장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서프라이즈한 한국사이야기, 그 놀라움 속으로 여러분도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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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 파트너
한정희 지음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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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삶 속에서 피고 지는 인생의 꽃향기를 닮은 소설

 

  오래전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쳤다. 언제 였었는지 기억도 가물 가물 한데, 내가 아마도 중학생이였을 무렵인 것 같다. 두꺼운 검정색 뿔테 안경을 끼고 헐렁한 옷차림의 아주머니 한 분이 엄마가 너무 좋다면서 우리집에 하루 이틀 머물고 간적이 있었다. 다소 말투가 조금 어눌해 보이시는 분이였지만 항상 웃고 계셨고 엄마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듯 보였다. 하지만 어쩐지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였었다.

아주머니가 가고 한참 후회 엄마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조금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많은 구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분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했다.

 

  갑자기 <브리지 파트너>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이지만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을까라는 심정으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나이는 아직 되지 않았지만, 어쩐지 여자로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의 저 뒷 동산의 그림자인거 같다고나 할까. 이 한정희님의 소설 <브리지 파트너>는 온통 뒷 동산에서 사그러들고 있는 뿌리박힌 꽃들을 하나씩 뽑아버리는 것 같다. 총 7개의 단편 소설이 모여있는 책이지만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중년' 그 시대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 그리고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제일 먼저 찾아오는 <웃으면서 죽는 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어째서 자살부터 시작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끈덕진 사연이 있을 것이다. 자살의 모양과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 어쩐지 풍자적 느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절친했던 친구 현임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는 웃을 수가 없었다. 몸이 일그러진다는 루게릭 병과의 10년동안 싸워온 친구와 상처난 가죽 가방. 다소 어색해 보이는 관계 속에서도 저자는 묘한 연결성을 확립해갔다. <유희>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쫓겨난 남자와 필리핀 여성의 만남. <브리지 클럽>에서의 외교관 부인과 <브리지 파트너>에서의 각자의 사연때문에 영국을 가게 되는  브리지 게임의 파트너 남녀 등 다문화적 사회와 직업을 불문하고 중년 여성들의 어둡고 슬픈 느낌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후기 인상파 화가 세잔이나 고갱의 그림에 등장하는 벌거벗은 여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색채는 진하고 불투명하다.

 

  하지만 예외적인 작품도 존재를 한다. <나쁜 자식>은  밀쳐 떨어진 여자의 아이가 세속적이고 이중적인 어른들의 세계를 파고드는 이야기로  비판을  연결 짓는다. 자식들이 다 크게 되면 반항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또 부모의 곁을 쉽게 떠나 버리게 된다. 자식만 바라보는 삶을 살다가는 갑자기 찾아오는 실망감과 외로움을 참을 길이 없어질 지 모른다. 거기서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를 배신하고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허다하게 많은 게 사실이다.

 

  이 소설은 특별히 어려운 표현을 나열하지도, 비꼬거나 적나라게 들어내지도 않은 무척 객관적인 느낌으로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저자 스스로가 중년이어서 그런지 더 깊고 다양하게 중년의 여러 삶들을 탐색해준 기분이 든다. 앞으로 나도 이와 같은 삶에 부딪혀야 할 때가 오겠지만 '이해'라는 것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맞이하고 싶어졌다. 엄마와 아빠를 이해하고 곧 다가오는 내 삶을 이해할때 비로소 이 책에 담겨있는 인생의 꽃향기는 은은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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