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센트 1 ㅣ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무자비한 짐승적 본능, 지옥이 이보다 더 할 순 없다!
친구들은 내가 겁이 많다고 하면 믿지를 않는다. 아무리 겁이 많아봐야 깜짝 놀라기 밖에 더하지 않겠냐고 그런다. 하지만 난 언제나 내 말을 좀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 그건 일종의 부탁이였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거나, 무서운 영화를 보러 간다면 난 무조건 빠지겠다는 뜻이였다. 그 말을 어기고 나에게 그한 공포감을 심어주게 되면 난 주저없이 울어버리거나 잠을 못자거나 충격먹은 상태가 되버린다. 나도 이런 모습이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맞이하곤 한다. 그런 내가.. 감히 극한 공포와 잔인함으로 무장한 책인 <디센트>를 만나게 되었다.
1,2 로 두껍게 나누어진 이 소설은 제프 롱 저자가 실제로 네팔, 에베레스트 산, 티베트 등을 두루 다니면서 히말라야 산맥에서 투어 가이드로 일했던 경험, 유럽안보협력기구 감독하의 보스니아 첫 선거에서 감독관으로 있으면서 '지구상의 가장 낮은 지점을 찾는다'라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1세기의 지옥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이야기는 극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들었고 나를 밀쳐내려고 애를 썼다.
시작은 특정 물체에 대한 발견부터 시작한다. 히말라야 산맥을 트래킹하던 여행객들과 아이크가 '아이작'이라는 시체를 만나게 되는 것. 수녀 앨리를 위해 마녀라고 불리우는 소녀 코키 마디바가 지미를 굶주린 신에게로 보내버린 것. 육군 공수 정찰 부대가 세르비아인들과 대치중 발견한 엄청난 양의 질소를 보고 무자비한 학살이 일어났을 꺼라고 정찰을 갔다 생긴 일들. 이 모든 것들이 단순한 시작에 불과했다. 좁고 험한 산속의 지하 동굴이 연결되어 있어서인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잔인하고 극악한 일들이 읽기에는 만만치 않은 것들이였다. 점차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오는 지옥의 문을 열고 탐색해야 하는지, 아니면 파멸의 길을 둘러싼 곳곳의 악마들이 살아나기 전에 도망쳐야 하는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멈출 수 가 없었다. 지하 세계 탐색대들은 포스토이나 야마 즉 '단테의 동굴'이 심연으로 통하는 입구가 되었다고 확신하면서 '지옥'을 탐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이들의 모험은 헬리오스 사 같은 기업과 정부가 개입하면서 점차 변질되어 간다. 수많은 연구원과 과학자들을 이용해 지하 세계를 통해서 세계 식민지화를 건설하려는 탐욕을 드러내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서 내내 보여주고 있는 악마와 지옥은 비단 우리 인간과 인간의 세계와 동떨어진 다른 세계가 아닌 것 같다. 인간속에 내제되어 있는 잔인성과 탐욕들이 실체화가 될 때 비로서 그 세계는 만들어지고 활기를 띄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강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 떠올랐다. 글을 읽어서 그런지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는 참혹한 세계였다. 특히나 이런 방대하고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이토록 섬세하고 훌륭하게 써나갔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단지 저자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감과 생생하고 스릴 넘치는 묘사, 그리고 비교적 자세하고 현실적인 과학적 상상력들이 하나로 뭉쳐서 놀라운 소설 <디센트>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난 보지 않을 생각이다. 이미 이 책으로도 충분히 공포감을 맞이 했고, 너무 잔인할 것 같아서 절대로 화면으로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난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지옥이 있다 해도 인간이 내제하고 있는 악마적 본성을 컨트롤 하면서 진정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이 더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