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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역사 - 진실과 거짓 사이의 끝없는 공방
황밍허 지음, 이철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너희가 법을 아느냐?"
어디서 따온 말이다. 어디서인지, 난 알지 못하지만 "너희가 빵을 아느냐?" 뭐 이런 유머스런 농담을 들어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난 법을 공부한 적도 없고, 법정에 서본적도 없으며, 아는 법정인 또한 없는 터라, 법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 인지도 모르겠다. 성인이 되어서야 느낀 거지만, 현대에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것이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였다. 당최, 알 수 없는 경제, 경영의 복잡한 원리라 던가, '제 몇 조 몇 항에 의하면..'라는 말로 시작하는 어렵고 감히 다가가기 어려운 법의 세계라던가, 정말 사회에 적응하고 살기 위해서는 절실하게 알아야만 하고, 공부해야만 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 것이다. 비로소 그때, 난 성인의 길을 맞이 했음을 느꼈던 지도 모른다.
이 책은, "감히 내가 법에 손을 델 수 있을 것인가?" 에서 나오는 길고 긴 한숨을 단숨에 집어 삼켜준 유쾌하고 실감나는 책이였다. 법의 역사라면, 어려운 용어들만 가득한, 길고 지루한 책일 줄 알았는데, 막상 책을 펼치고 술술 잘 풀려가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하나의 역사책 자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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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으로 고통을 가하여 피고인이 순순히 법정에서 자백하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정교한 예술과도 같았던 것이다." p71
어떤한 사건이 있다면, 그 사건에는 피해를 준 사람과, 피해를 본 사람이 존재한다. 가장 최초의 구성되는 법정의 역사 요소일 것이다. 피해를 준 사람을 찾아내어서 피해를 본 사람이 억울한 일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작으로, 죄의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서 고문기술이 끝없이 발전하고, 법관과 변호사라는 직업이 생겼으며, 수많은 죄목으로 인하여 법의 진화도 매우 놀랍게 발전해 나갔다. 고대, 중세 시대에는 법을 다스리는 것은 모두 신이 내리는 것이라 생각하여, 죄인의 고르는 방법도, 죄인을 묶어서 물에 빠뜨린 후에 물위에 떠오르면 물의 신이 죄인이라서 받아들이지 않는 다고 보고,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또 수많은 사람이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자그마치 9년동안 2천여명이 솥에 넣여져 죽임을 당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역사의 현장이다. 이런 판단의 기준이 현제는 배심원들로 바뀌였다. 2005년 마이클 잭슨이 아동 성희롱 소송에서 승소했던 사건도 배심원중 상당 수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이라 한다.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 지금의 배심원단 제도는 미국 건국의 기초가 된 자유정신을 대표하는 것이라 한다.
재미나고 말도 안되는 너무 웃긴 이야기가 있다. 중세시대엔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동물들을 법정에 세웠다는 것이다! 정말 돼지나 노새나 벌레에게 심판을 내리고 사형을 선고했다는 말인가? 이런 황당한....;;;;
그런데도 이 사상은 그당시 보편적이였다니! 사형에 선고받으면, 동물들에게 사람옷을 입히고 화형이던 교수형이던 각종 징벌을 행했다 한다. 풋. 정말 역사는 꼭 배워볼 만한 가치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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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미국의 귀족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미국의 귀족은 특별한 유대관계 없는 부유층이 아니라 변호사와 법관 같은 법조인이라고 말할 것이다." p225
변호사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단연 최고의 상류층 사회의 으뜸 직업이다. 변호사로 성공한다는 것은 정계에 입문하는 길이기도 하는 것이다. 맨날 자주 보는 '미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바로, "제 변호사를 불러주세요" , "소송을 걸겠어요!" 이다. 모든것이 이미 '법과 소송'화가 되버린 미국의 사회란 말이다. 책의 저자는 황밍허란 중국의 법관인데, 그래서 중국의 법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변호사 역사는 그리 길진 않지만, 도덕적 품격을 중요시 여겼으며, 그리고 조상을 숭배했기 때문에 '조상의 이름을 걸고!!" 란 것이 아주 많이 먹혔다는 것. 아무래도 중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국가들에겐 유교사상이 강력하여, 도덕적 교화로 무조건 죄가 없어지고 다스려 진다고 생각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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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문화는 그 나름의 합리성, 그리고 그에 맞는 관습과 규칙을 갖게 마련이다." p.355
타당한 진리이다. 중국의 문화가 이렇다 저렇다 우리는 비판하고 낙후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도 못지않은 법에 관한 아직 미숙한 부분이 다분하다.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절찬리 반영되었던 드라마 '포청천~'이 생각났다. 중국은 그래도 '공명정대한 재판관'에 대한 정서가 강해서 유명한 명판관이 어느정도는 있는 모양인데, 왜 난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할 유명한 재판관이나 변호사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은 왜일까. 간신배나 부패한 상류층 사회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면, 난 책을 잘못 읽고 있던 것일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재판은 예수의 재판과 2000천년전에 벌어진 소크라테스의 재판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더욱 더 놀랄만한 사건들이 가득하여, 입이 쩍!하고 벌어질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준다. 어떤 분야를 다가갈 때에는 항상 설레임과 긴장감이 교차하곤 한다. 그것을 명쾌하게 날려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558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 하고 흥미진진한 그림들과 사진들까지 가득하니, 이만큼 좋은 지식 책도 드물꺼란 생각이 든다. 지식 서적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최근 들어서 이 책처럼 만족스러운 책도 별로 없던것 같다. 유쾌하고 재치있으며, 진리가 넘치고 놀랍기까지 한 역사가 술술 풀어진다. 풀어지고 헤쳐진 법의 역사, 만나보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