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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1 ㅣ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
조완선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6월
평점 :
잃어버린 우리의 역사를 찾아서
역사를 안다고 끄덕 거리면서 피식, 하고 미소를 지을 때 즈음,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아주 커다란 코끼리 위에 올라앉은 작은 모기만한 존재라는 것을 실감할 때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통하여 뿌리에 뿌리를 내리면서 커다란 나무들을 풍성하게 만드는 글을 만날 때가 그러하다. 몇 년 전부터 역사 픽션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요즘,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더러 있었다. 이정명님의 화제작 <바람의 화원>과 <뿌리 깊은 나무> 같은 것이 그 하나의 예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 한 줄의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창작력을 발휘하는 역사 픽션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보게 되었다. 바로 조완선님의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조완선. <반달곰은 없다>라는 중편 소설로 등단하여 처음으로 내놓은 장편 소설이 바로 이 역사 추리 소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이다. 약 2여 년 동안 우리 고문서의 발자취를 복원시키기 위해 국내와 프랑스를 샅샅이 파헤치면서 엄청난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 공부하고 연구한 만큼의 빛을 발휘하듯 이 소설에는 역사적 놀라운 사실들이 차례로 드러나게 된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에 참을 수 가 없었다.
외규장각을 아는가? 규장각의 역할을 대신하고자 강화도에 우리나라의 귀중한 고서들을 모아 두었던 곳을 말한다. 나도 사실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헌데 이 외규장각 도서들을 몽땅,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갔다는 것이다. 약 70여권의 외규장각 도서들과 함께 세계 최초 금속활자라 일컫는 우리 '직지심체요절‘ 또한 바다 건너의 멀고 먼 프랑스 타지의 국립 도서관에 안치되어 있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의 각종 의궤와 직지심체요절은 세계기록문화유산에도 등록될 만큼 매우 큰 가치를 지닌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바로 그런 점을 이 저자는 결정적으로 지적했다. 이것을 소설화 시켜야 하면 흥미진진하겠다고 발견한 것이다. 소설의 시작을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직지심체요절 반환 협상을 눈앞에 두고, 프랑스의 국립도서관 관장 세자르가 살해를 당한다. 그 고서를 처음 발견했던 정현선박사와 미국 하버드대학 박사인 헤럴드는 그의 죽음과 그가 남긴 메모에서 가리키는 한국의 전설의 고서를 찾고자 분주한 추격을 강행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30년 전에 한국의 고서들을 세계에 드러내는 것을 조용히 막았던 사람들인 동양학문헌실의 일본인 미사코, 중국인 왕웨이, 상트리가 모두 차례로 사망했던 것이다. 왕웨이는 3년 전에 교통사고처리로 의문의 죽음을 이미 당한 터였다. 본격적인 사건의 진상 파헤치기는 범인 찾는 추리와 함께 한국의 잃어버린 역사들이 하나씩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역사 퍼즐이 시작되었다. 즐거움은 두 배가 되고, 빠른 전개는 책장을 쉴 틈 없이 넘겼다.
더 이상 책의 내용을 말하면 읽는 독자들의 즐거움을 몽땅 뺏어버릴지도 모르니 여기까지 하고 살포시 접어두어야겠다. 다만, 이 책의 화려함은 한국, 프랑스, 독일, 중국을 연결하는 세계적 스케일로 치장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느끼지 못했던 우리의 완전한 보물들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상상력의 가지는 언제나 관심과 배려 속에서 커가는 것 같다. 한국판 다빈치 코드라는 타이틀을 살짝 가지고 나왔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피어나는 추리라서 그런지, 더없이 나는 즐거웠다. 다만 한국 무대에 대한 비중을 좀 더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묻어난다. 너무 유럽에서만 잔뜩 이루어지고 있어 외국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연쇄 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남겨진 ‘토트’ 조직의 상징들이 약하단 기분이 든다. 좀 더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한 게 요즘 시대의 문화 코드가 아니겠는가.
앞으로 이런 소설들이 마구 쏟아져서 숨을 막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당당히 우리의 역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더 사랑하고 아낄 수 있도록 문화가 튼튼하게 받쳐 줬으면 좋겠다. 나도 거기에 한 몫 든든히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