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신화 - 그림에 깃든 신화의 꿈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비로움의 강력한 흔적을 찾아서

 

신화의 그림을 보면 두근거린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우리나라 신화가 아님에도 어릴 때부터 제우스니, 아폴로니 하는 이름들을 들을 때마다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아이템을 선사해주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엮어가는 배신과 사랑의 이야기들은 자극적이기도 하고 실제 있었을 것 같은 환상을 꿈 많은 아이들에게 심어주었다. 그래서 나도 만화를 그리면서도 도전해 본 기억이 있다. 여주인공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그녀가 질투했다던 비운의 새벽의 여신 에로스가 멋진 태양의 신 아폴로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가 펼쳐지는 판타지 로맨스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가 하늘을 찌르지만, 신화를 맞이하는 수많은 꿈 동무들은 모두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무한한 신화가 있음을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유럽 미술 여행을 할 때 보았던 수백 점의 ‘신화’그림들이 바로 그것이다. 놀라운 장면 장면들이 하나같이 걸작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내가 그림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은 전무했다. 그래서 신화를 그림과 함께 해석해 보는 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책 <그림 같은 신화>를 만나게 되었다.

 

첫 장에 쓰여 있는 문구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신화는 다른 사람의 꿈이 아니라 이 세상의 꿈이다”라고 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힘’에서 표현했다 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내가 꾼 꿈들이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인간들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자신들이 의지하고 싶어 하는 대상을 찾아 끊임없이 탐구하고 발견해왔다. 신화는 인간의 그런 욕구를 가장 잘 그려낸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엮어가는 신비와 환상의 세계를 통해서 현존하는 자연세계를 재해석하고 그들을 닮기 위해 인간의 행동을 맞추어 갔다. 그래서 신화는 우리에겐 창조의 대상이자 즐거움의 대상이다. 매력적인 신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세계에 빠져보자.

 

이 책의 구성이 난 무척 마음에 든다. 신은 우리의 인간의 빗대어 표현한 초자연적 존재이지만, 가장 강력하게 희로애락을 갈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그 “인간의 감정”인데, 그 감정의 중추 역할인 ‘사랑’, ‘욕망’, ‘슬픔’, ‘외로움’으로 신화를 나누었다. 그 네 가지 감정에 따라 유명한 신화들을 소개하고 그 신화를 표현한 미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최근에 공부한 크레타 문명의 크레타 섬의 지도자 미노스의 궁전에 얽힌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의 이야기는 ‘알면 알수록 보인다’ 라는 말을 실감케 하듯 감칠맛 나게 읽혀졌다. 어차피 신화 소개의 글이기 때문에 멋들어지게 쓸 필요가 있을까. 그 신화와 그림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이토록 상큼한데 말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아폴론과 다프네의 이야기에서는 다프네의 편지 형태로 읽어주어 지루함을 살짝 비켜 가도록 했다. 이것은 저자의 깜찍한 배려가 아닐까.

 

악의 위대한 축인 저주 할 수 없는 이름 메두사와 상자가 무서운 판도라의 이야기도 꼭 다시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림과 함께 읽는 책이기 때문에 이전에 읽었던 신화들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냠냠. 책은 언제나 맛있다. 그림과 함께 읽어서 더더욱 맛있는 만찬이다.

신화를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장하고 보기에 더없이 훌륭한 책인 듯하다. 그래서 흡족하게 웃으며 또 다른 신화를 찾아서 검색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든든하다. 같은 신화의 꿈을 꾸고 싶은 이들, 환상에 젖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