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상상할 수 없는 달 속에서의 신비한 이야기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ㅣ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달 속에서의 신비한 이야기

 

 

판타지 소설을 만나는 재미는 정말 즐겁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상상으로 풀어 헤치는 것이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그 세계관을 들여다 보면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넓게 퍼져있는지 알 수 있다.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요즘은 이런 소설들의 아이템들이 더 기쁜것 같다.

 

무르 무르? 발음도 단어도 신선하다. 재미를 따라가다 보니까 한장 한장 넘기는 맛이 쏠쏠하다. 일곱번째 달이란 어떤 것일지 기대도 되었다. 그래서 들쳐보니 지구가 낳은 달들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은 다소 억지같은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왠 달이 몇개씩 되고, 기이한 환경속에 어떤 부족들의 특이한 삶이 정상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종족들 속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소 능력이 떨어져 보이는 무르무르 종족. 전통적으로 암컷 하나밖에 둘 수 없는 종족인데 고돈이 숲에 쓰러져 있는 어떤 암컷 하나를 데리고 왔는데 그 암컷은  '스포러'라는 아이를 낳았다. 처음부터 약해 빠진 이 '스포러'는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 스포러는 자라면서 아버지인 고돈의 능력과 다른 종족들의 능력마져도 배울 수 있는 떠돌이 길로 간다. 다른 무르무르의 사람들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아버지인 고돈도 알고 있다.  그러다가 '모둠'을 만났다.  모둠은 키메리에스와 플라우로스의 영토 경계를 따라서 이동하는 중이었다. 거갑충의 알을 얻기도 하고, 그가 가진 탁월한 능력 덕분에 많은 이들이 그들을 점차 다르게 된다. 그의 여행은 그냥 상상으로 만들어 내기에도 어려울 만큼 신비하였다.

 

그러던 무르무르는 종족의 반려인 암컷인 고모리 종족을 만난다. 고모리 자매들을 만나면서 티격태격 하지만, 결국에는 스포일러와 고돈을 따라서 이동한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흰머리 산'이다. 고모리 족은 어떻게 해서든 무르무르와 짝이 되어 힘을 얻어야 잊힌 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잊힌 달. 그것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대지라는 것을 안 그들은 많은 궁금증을 더욱 더 증폭 시킨 채 책의 끝을 마무리 한다. 분명 이것이 끝이 아닐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른 타 판타지 소설처럼 2편이 등장하지 않을까.

 

이런 세계관과 이런 캐릭터를 만난적이 없었다. 보통은 종족으로 무장한 판타지 소설들은 제 3세계를 만들거나 인간을 등장시키거나 마법을 부여하였다. 하지만 여기는 철저한 달의 세계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에 달아오른 완전 새로운 종족들이 탄생하였다. 보통의 고민으로 만든 소설이 아닐 것이다. 로크 미디어 시리즈의 다양한 판타지 소설들은 실험정신이 돋보여서 그런지 일단은 점수를 두둑히 주게 된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포러'와 '고돈'이란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결말에서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그들의 모험을 따라가는 재미는 '반지의 제왕' 과 비슷한 스케일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뚜렷한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진화적 삶이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저자가 2편을 만들게 될까? 우리는 기다림으로 저자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결혼에 대한 또 다른 시각 여덟가지 이야기

지혼식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5월

결혼에 대한 또 다른 시각 여덟가지 이야기

 

 

결혼. 생각해 본 적이 많다. 내 나이가 결혼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결혼 적령기이기 때문이다. 친구들, 지인들은 한둘씩 제짝을 찾아서 결혼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 진행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이다. 수주 받은 거대한 프로젝트와 같이 철저하고 예민하다. 어떤 언니는 실제로 엑셀 파일로 분석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헌데, 결혼을 왜 하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외롭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영원의 행복한 삶을 (더러는 불행의 삶을) 결혼으로부터 구원받고 있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이 <지혼식> 소설을 만나게 되면서 이런 생각들이 더 복잡하게 다가왔다.

 

지혼식은 결혼 1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말한다. 감각적 소설의 소유자 <블랙티>의 ‘야마모토 후미오’가 내놓은 이번 소설은 ‘결혼’이라는 주제로 우리의 일상을 파헤친다. 별로 어려울 것 없이 읽히기 때문에 부담은 없지만 어쩐지 ‘결혼’이라는 주제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특히 이들 부부의 싸움 모습은 결혼에 대한 조그마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더없이 그랬다. 결혼을 하면 여자가 잡아야 하느니, 남자가 잡아야 하느니 하는 주도권 싸움부터 외도와 배신, 권태, 이혼 등 극단적인 상황까지 여덟 편의 짧은 소설들로 다양하게 보여준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기도 하고 TV에서 많이 보던 광경이기도 하다. 역시 꽤 멋지게 행복한 부부들은 소설로써는 재미가 없는 것일까.

 

여덟편의 소설들은 이렇다. 서로에 대해서 싫증을 느낀 부부가 상대편에 대해 다시 새롭게 알아간다는 내용의 ‘도게자’, 정략결혼을 했던 아내가 냉정하고 다정한 남편을 만나서 그의 아이에 관한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금지옥엽’, 오빠네 집으로 내려간 여동생이 오빠의 부부의 비밀을 알게 되는 ‘원앙’, 정말로 부지런한 평범하고 조용한 아내가 외도를 하는 것 때문에 당황하는 바람피우는 뻔뻔한 남편이야기 ‘정숙’ 진심은 이혼을 하고 싶은거라고 말하는 냉정하고 차가운 부부 ‘마스오’, 이혼으로 절망에 빠졌지만 다시금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바쓰이치’, 유방암이 생긴 줄 알고 도망갔지만 가정의 불화가 밀어닥쳐서 혼란스러워 하는 남편에게 사랑을 느끼는 ‘가을 가지’ 그리고 마지막 제목의 소설인 10년 산 부부의 진지한 갈등을 그린 ‘지혼식’
 
“ 하지만 겉을 꾸미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말아. 형태를 만들어놓으면 내용은 나중에 따라올지도 모르잖아. 거짓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부도 있는 거라고.” - p.103 <원앙>

 

이런 내용들이다. 우울하기 짝이 없는 슬픈 결혼이야기지만 현실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작가의 문체가 참 마음에 든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것이 감정적으로 잘 전달되는 듯하다.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느낌이다. 적나라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들. 이 소설을 통해서 더 큰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은 없는 단편 소설이었다.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소설, 작가의 솜씨로 기특하게 잘 살아 났다. 그래도 슬프지만은 않다. 이 소설들은 뒤로 가면 갈수록 ‘긍정’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픔이 있고 갈등은 있지만 결국 서로 하나가 되는 기쁨으로 타인이 아닌 진정한 ‘남편과 아내’로 믿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는지. 내가 경험하지 않아서 직접 체험담을 말할 순 없지만 흐릿한 감만은 감정에 가득 실린다.

 

천하를 얻은 여인, 선덕 여왕의 파란만장 인생 픽션

선덕여왕 2 - MBC 특별기획 드라마 '선덕여왕' 원작 소설!
김영현.박상연 극본, 류은경 소설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5월

천하를 얻은 여인, 선덕 여왕의 파란만장 인생 픽션

 

 

시작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MBC 특별 기획 드라마 <선덕 여왕>! 그 드라마가 나온다고 했을 때 최근에 서점을 강타하고 있는 다양한 선덕 여왕 소설 중에 어떤 것일 이지 궁금했었다. 얼마 전에 신진혜님의 ‘선덕 여왕’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덕만 공주가 직접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되어서 그때그때의 사건에 접할 때마다 심리 묘사가 주로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그것도 나름 꽤 재미있게 읽었었다. 선덕 여왕님에 대한 사료도 찾아보고, 또 미실공주라는 악녀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역사 소설은 주의 깊게 봐야함에도 여전히 역사적 사실과 픽션부분을 구분해 보기는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런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여김)

 

이번에 만나게 된 <선덕 여왕>은 실제 지금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표지에서부터 미실 역의 고현정과 선덕여왕 역의 이요원이 메인 표지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서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얻는 자 천하를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 라는 타이틀과 함께 책 속의 탐험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 소설은 첫 설정부터 녹녹치 않다. 미실이 ‘개’를 이용하여 진평왕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인 동륜태자를 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실제 화량세기 필사본에 동륜태자는 개에 물려죽었다 전해진다) 진평왕과 마야 사이에서 태어난 천명공주와 덕만공주가 여쌍둥이가 된다. 여쌍둥이는 대흉조이기 때문에 이를 숨기고자 덕만은 어릴 때 미실을 피해서 중국 사막에서 살게 되고, 그 뒤를 이어줄 왕자들이 줄줄이 죽음을 맞이한다. 개인적으로 시작 설정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고대 이야기에서는 신화적 설정이라던가 전설, 저주와 관련된 설정이 항상 따라오게 마련이다. 여쌍생아였기 때문에 천명과 덕만의 사이에 대한 것이라던가 덕만이 훗날 여왕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성격 형성이라던가 하는 부분에서 타당성을 부여할 수 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미실공주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악녀도 이런 악녀가 우리나라엔 드물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 이러진 않았을 법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어느 미실보다도 훨씬 더 사악하고 잔인했다. 읽고 나서 드라마를 보았는데, 고현정이 정말로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철저히 이중 인격적 행위를 일삼는 권력과 탐욕에 눈이 먼 팜므파탈 미실. 이 고대 시대에, 이런 여인이 신라를 휘어잡았다는 것만 생각하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장-’여인들 저리가라이지 않은가! 대원신통이란 독특한 신라의 계급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라만의 독특한 종체제인 진골적통과 대원신통을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란만장한 덕만공주가 선덕여왕이 되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그녀를 돕기도 하고 밀치기도 한다. 그녀가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화랑이 되는 것도 다소 독특하기는 하지만 역시 시대극에서의 매력은 주인공의 ‘남장’과 그 안에서 만나게 된 남자와의 사랑이 아닐까. ‘미인도’와 ‘바람의 화원’이 그러했고, ‘대망’과 ‘다모’도 그랬었다. 꼭 빠질 수 없는 재미의 키워드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여자로써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남장’ 코드가 자주 등장하는 가보다.


본격적인 무대는 바로 덕만의 사랑, 김유신과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춘추, 미실의 아들 비담이 등장하면서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하다. 비담은 실존하는 인물로 진지왕과 미실이 사통하여 낳은 아들이기 때문에 선덕 여왕 통치 체제에서 많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정말 볼만한 이야기들이 풍부하며 책장이 미친 듯이 넘어간다. 드라마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매우 기대가 크다.

천하를 얻은 여인, 선덕 여왕의 파란만장 인생 픽션

선덕여왕 1 - MBC 특별기획 드라마 '선덕여왕' 원작 소설!
김영현.박상연 극본, 류은경 소설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5월

천하를 얻은 여인, 선덕 여왕의 파란만장 인생 픽션

 

 

시작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MBC 특별 기획 드라마 <선덕 여왕>! 그 드라마가 나온다고 했을 때 최근에 서점을 강타하고 있는 다양한 선덕 여왕 소설 중에 어떤 것일 이지 궁금했었다. 얼마 전에 신진혜님의 ‘선덕 여왕’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덕만 공주가 직접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되어서 그때그때의 사건에 접할 때마다 심리 묘사가 주로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그것도 나름 꽤 재미있게 읽었었다. 선덕 여왕님에 대한 사료도 찾아보고, 또 미실공주라는 악녀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역사 소설은 주의 깊게 봐야함에도 여전히 역사적 사실과 픽션부분을 구분해 보기는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런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여김)

 

이번에 만나게 된 <선덕 여왕>은 실제 지금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표지에서부터 미실 역의 고현정과 선덕여왕 역의 이요원이 메인 표지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서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얻는 자 천하를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 라는 타이틀과 함께 책 속의 탐험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 소설은 첫 설정부터 녹녹치 않다. 미실이 ‘개’를 이용하여 진평왕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인 동륜태자를 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실제 화량세기 필사본에 동륜태자는 개에 물려죽었다 전해진다) 진평왕과 마야 사이에서 태어난 천명공주와 덕만공주가 여쌍둥이가 된다. 여쌍둥이는 대흉조이기 때문에 이를 숨기고자 덕만은 어릴 때 미실을 피해서 중국 사막에서 살게 되고, 그 뒤를 이어줄 왕자들이 줄줄이 죽음을 맞이한다. 개인적으로 시작 설정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고대 이야기에서는 신화적 설정이라던가 전설, 저주와 관련된 설정이 항상 따라오게 마련이다. 여쌍생아였기 때문에 천명과 덕만의 사이에 대한 것이라던가 덕만이 훗날 여왕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성격 형성이라던가 하는 부분에서 타당성을 부여할 수 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미실공주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악녀도 이런 악녀가 우리나라엔 드물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 이러진 않았을 법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어느 미실보다도 훨씬 더 사악하고 잔인했다. 읽고 나서 드라마를 보았는데, 고현정이 정말로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철저히 이중 인격적 행위를 일삼는 권력과 탐욕에 눈이 먼 팜므파탈 미실. 이 고대 시대에, 이런 여인이 신라를 휘어잡았다는 것만 생각하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장-’여인들 저리가라이지 않은가! 대원신통이란 독특한 신라의 계급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라만의 독특한 종체제인 진골적통과 대원신통을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란만장한 덕만공주가 선덕여왕이 되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그녀를 돕기도 하고 밀치기도 한다. 그녀가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화랑이 되는 것도 다소 독특하기는 하지만 역시 시대극에서의 매력은 주인공의 ‘남장’과 그 안에서 만나게 된 남자와의 사랑이 아닐까. ‘미인도’와 ‘바람의 화원’이 그러했고, ‘대망’과 ‘다모’도 그랬었다. 꼭 빠질 수 없는 재미의 키워드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여자로써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남장’ 코드가 자주 등장하는 가보다.


본격적인 무대는 바로 덕만의 사랑, 김유신과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춘추, 미실의 아들 비담이 등장하면서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하다. 비담은 실존하는 인물로 진지왕과 미실이 사통하여 낳은 아들이기 때문에 선덕 여왕 통치 체제에서 많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정말 볼만한 이야기들이 풍부하며 책장이 미친 듯이 넘어간다. 드라마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매우 기대가 크다.

서정성이 풍부한 절제된 시집

바다에 뜬 거울
최학 지음 / 문예사조 / 2003년 11월

서정성이 풍부한 절제된 시집

 

최 학. 만나본 적이 없는 시인이다. 이런 낯설음이 가끔은 흥에 겨울 때가 있다. 그는 어떤 느낌을 전할까. 시인이 관심 있어 하는 사물의 조각들은 어디쯤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펼치는 느낌은 정말 감칠맛 난다. 시를 좋아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내게 시는 차가운 심장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독한 붉은 펌프질과도 같기 때문이다. 헌데 이 시인은 놀랍게도 군인이시란다. 정말로 문무를 겸비하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에 쓰인 시 ‘그 말 한마디’가 꽤나 시작부터 따뜻하게 전해온다. 목에 찬 그리움이 ‘사랑한다’ 그 말 한 마디인 것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셨는지, 오랫동안 그 시를 기억하고 또 기억하려고 했다.

 

제목으로 내놓은 ‘바다에 뜬 거울’이라는 시는 어둠이 내린 밤바다의 모습을 표현한 시이다. 쓸쓸함이 묻어 있고 파도가 밀쳐 시커먼 바다 거울이 깨지는 느낌을 참 짧은 은유적 표현으로 멋지게 담아내었다. 애초에 모든 빛을 삼켜버리는 이미지를 이 책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이 문뜩 들었지만 막상 책의 전면적인 시들을 보면 특별히 어둡지도 특별히 밝지도 않다. 중립적인 마음에서 슬플 때는 슬프고 기쁠 때는 기쁘다. 때로는 어머니를 노래하고 때로는 그리운 고향을 노래한다. ‘인연의 강’에서는 인연의 뿌리에 침묵으로 밑거름 된 한 줄기 혈맥이 영원한 강이 되기를 희망도 해본다. ‘초록으로 핀 시인’에서는 시인이 되기 위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초록빛으로 물들어 자연이 된 모습을 표현한다. ‘난’은 물을 많이 주지 않아서 갈증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삶의 벼랑 끝에 선 우리와 닮았다. 헤아릴 수 없는 시들이 꽤 근사하게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시인의 시작(作)스타일을 알 것 같다. 그는 절대 많은 단어들을 품지 않는다. 특별한 시상을 독자들에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 구구절절하게 설명함이 없이 상당히 칼 같은 언어로 깔끔하게 선을 긋는다. 짧고 굵다. 거의 모든 시들이 다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 내가 쓰는 시들도 대충 이런 비슷한 풍의 느낌인데, 그래서인지 더 친근해진다. 시인은 시를 지을 때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한 모양이다. 단어 선택에 매우 신중을 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뚜렷한 주제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총 4부로 나누어서 쓰였지만 시집의 특성이나 이 시집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메시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분명 서정적인 측면이 강하기는 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과 시집만의 개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각각의 시 자체에는 충분히 매력이 있다. 이 시에는 포장마차도 있고 봄날도 있으며 빛 잃은 염전도 있다. 그래서 충분히 한 사람의 인생을 느끼게 해주었다. 모든 것이 서정시이여서 아름답고 고요하다. 전체적인 세상의 풍경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듯하다. 나와 같이 습작시를 쓰는 사람으로서는 더 없이 좋은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묘사력이 좋다. 절제된 시어의 쓰임, 절제된 감정 처리, 절제된 명상 등 절제미가 돋보였다.

 

어렵지 않은 시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읽는 것만으로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