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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ㅣ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당신은 존 딕슨 카를 알고 있는가?
'당신이 존 딕슨 카를 잘 안다면 당연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라는 띠지에 붙은 타이틀이 무색하게, 내게는 처음 먹어보는 씁쓸한 초콜렛처럼 생소한 작가, 존 딕슨 카. 그의 기념비적인 데뷔작에 이끌려 <밤에 걷다>를 움켜쥐었다. 원채 노블레스 클럽에서 출간한 소설들은 든든하게 믿고 있는 터라 망설임은 없었다.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귀여웠고,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는 기이했다. 이번에 만나는 책은 또 나에게 어떤 단어를 안겨줄 것인가 기대했다.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라는 점을 명시하고서.
존 딕슨 카는 20세기 초에 활동한 작가로 이 작품은 1930년대 작품이다. 그는 이미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과 함께 20세기 3대 추리소설작가로 활약했던 작가였다. 원래 내가 추리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지금은 아니다) 굳이 그들을 알려 하지 않았었다. 헌데, 상당히 유명하신 분이었다.
작품 세계로 들어가보자. 시공간적 배경은 파리의 4월, 저녁 8시 페넬리의 가게 2층이다. 주인공 나는 법원의 고문이자 경시청 총감 앙리 방코랭에게서 흥미로운 전갈을 받고 막 니스에서 그곳으로 도착하였다. 세계적인 스포츠 맨 라울 살리니가 결혼을 압두고 협박 편지를 받았는데, 결혼하려는 신부는 다름 아닌 4년전에 아내를 살해하려고 했던 살인마 로랑의 아내, 루이즈 부인이었다. 그녀는 음욕 살인 충동이 있는 로랑을 만나 고통의 나날속에서 보내다가 라울을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가장 재미있는 사실은, 로랑은 정신 병원에 수용되었다가 탈출하고, 성형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살해에 실패한 아내를 추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문속에서 다같이 모여있던 그 곳의 카드룸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협박을 당하고 있던 '라울 살리니'가 목이 댕강하고 날아간채 웅크린 자세로 살해당한것! 자세를 봐도 이상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이상한 알리바이를 발견할 수 가 없다. 주인공 '나'와 예리한 총감 방코랭은 오늘 '로랑'을 봤다고 말하는 루이즈 부인과, 신경 정신과 의사 그라펜슈타인, 라울의 친구 에두아르 보트렐르, 프랑수아 경관 등 그 사건 현장에 있었던 모두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쫓는 코드는 책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도 있고, 그림자, 연극, 그레이 양도 있다. 자,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결국에는 두번째 살인 사건마져도 생겨나게 된다. 범인은 누구인가, 로랑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이 사건은 사실, DNA 검사나 지문검사가 있었다면 쉽게 해결 될 수 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과학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트릭' 하나로만으로도 이렇게 거창하고 멋지게 꾸밀 수 있어서 더 재미 있다. 끝까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사건 추격전은 책을 읽어가는 재미를 더해준다. 다소 생각보다 진행이 더딘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책의 추리를 판단하기엔 부족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에도 확인했듯이 항상 추리에는 '콤비'가 있어야 더 맛깔스러운 서사성이 유발되는 것 같다. 흠, 아무튼 나도 이젠 어느정도 추리 소설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