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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권수업
정광욱 외 지음, 안경환 감수 / 미래의창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일반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인권이라는 의미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땅한 권리’ 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권이라는 의미를 모순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될 때가 있는데, 이 선상에 놓여진 가장 애매한 경우는 바로 범죄자에 대한 인권이다. 물론, 범죄자도 죄질에 따라 무게감이 달라지지만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우리는 죽어 마땅하다고 지탄하고, 분노한다. 하지만 법에서는 범죄자도 인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속쉬원하게 풀어보고 싶었던 문제였기 때문에 이 책에서 ‘내가 만족할만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이책에는 특정 형태를 띈 6개의 케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해당 장별로 논제가 되는 부분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케릭터들은 각각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를 펼치는데, 사실 이 때문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다르게 오히려 생각이 더 복잡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너무 답답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L의 이야기에 화까지 났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도 중요한건 법의 굴레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형들이 있는지, 형량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인권과 범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자연스러운 토론 분위기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고 논제를 통해 가볍고 보다 편하게 습득할 수 있었다.
열띈 토론을 벌이고, 그 내용을 토대로 해결방안을 찾아내 각 장별로 결말을 도출하는 전개. 바로 이것이 ‘서울대 인권수업’ 이라는 책이 출간된 이유인 것 같다. 소통의 부제, 극심한 대립각, 감정적으로 치우쳐서 문제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관점이 아닌 하나의 논제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풀어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어쩌면 이것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듯 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대립각이 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되는 중대안에 대해서 이러한 토론 방식은 너무나도 속편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공감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책에서 가장 좋았던 장은 7장, 성소수자편이었던 것 같다. 일단 이 편만큼은 케릭터들의 등장이 없이 이문제로 고민을 하는 부류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나가고 있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케릭터들이 던지는 이야기가 없어서 가장 좋았다.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 해당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형태의 전개 또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꼽자면 이 장 뿐만이 아니라 장 전체적으로 독자들이 알기 쉽게 토론되는 내용에 있어서 독자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차근차근 풀어 따로 포인트를 두고 설명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줄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필자가 소개평 자체를 보기 좋을대로 해석하고, 특정 부분에만 몰입하여 기대감을 갖았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속쉬원하게 막힌 마음을 뻥 뚫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과는 차이가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 큰 것 같다. 그래도 가장 기본적으로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될 듯 하다. 이 책에서 진행되는 토론이 100% 옳은 소통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책에서 말하는 “누구든지 사람답게 살고 싶으니까” 라는 말답게 논제의 무게감에 감정이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끌어주는 듯 하다. 중립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이들은 아마 큰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