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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류행 - 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
백진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8월
평점 :
사실 이 책을 접하고자 했던 동기는 단순했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을 엿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올해 변변찮게 휴가도 한번 다녀오지 못한 탓에 휴가 때 마다 볼 수 있었던 그 풍경이 그리웠다. 허나 이 책을 읽고 난 뒤 뜻하지 않게 몇 가지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흔히 ’풍경‘ 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아름다운 또는 화려한 경관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풍경‘ 이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었던 탓에 보고 싶은 단면에만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 같다.
책에 담겨 있는 풍경들은 내가 예상하며, 생각했던 것들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물론, 몇 장 정도는 아름답고 화려하며 웅장한 풍경들도 담겨있었는데, 대부분 풍경들은 여과없는 자연의, 자연에 의한 것들로 구성되어있었다. 마치 소세지를 만들기 전의 생고기 상태 같았다. 어떠한 가공 첨부도 없이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장면들이 표현되어 있었고, 해당 풍경을 저자가 알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분석하고 소개해주고 있었는데, 분명 간접적으로 풍경류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풍경류행은 총 4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삶이 보이는 풍경, 두 번째는 마음이 보이는 풍경, 세 번째는 어울려 사는 풍경, 네 번째는 지속하는 풍경이었는데, 필자는 두 번째 마음이 보이는 풍경과 세 번 째 마음이 보이는 풍경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첫 번째에서는 자연과 인류의 위대함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왠지 ‘남에 일이 아니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아마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한 탓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외 나머지 단락들에서는 최대한 내가 보고 싶어하던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중간 중간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들이 눈에 보였는데, 사진으로 풍경만 보는 것과 저자가 귓뜸 해주는 부연설명을 이해하며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때론 역사적으로 즉흥적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보다 실감나게 풍경류행을 할 수 있는 화려한 바탕이 되어주었다. 또한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오던 ‘풍경’ 의 영역을 완전하게 무너뜨리는 느낌이었고, 너무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려 하는 필자의 좁은 시야를 틔여준 책이었던 것 같다. ‘마음의 성형수술’ 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필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행되는 전개. 어떻게 보면 초반에 살짝 거부감이 있을 뻔 했지만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초석이 되었기에 책을 덮을 때 쯤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 투자한 내 티끌만큼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기에 다행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