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시타는 말하지 않아
야마시타 겐지 지음, 나카다 이쿠미 그림, 김보나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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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인 털이 없어 겨울엔 춥겠다.
학교엔 엄마가 없어 엄마 잔소리로부터 해방되겠다.
백화점엔 창이 없어 바람을 좋아하는 식물은 자라기 힘들겠다.
야마시타는 말이 없어 친구들이 답답하겠다.

지렁인 털이 없어 겨울에 정말 추울까?
학교에 엄마가 없다고 학교에 잔소리가 하나도 없을까?
백화점엔 바람을 안 좋아하는 양치류같은 식물을 키우면 되지 않을까?
야마시타가 말이 없다고 친구들이 정말 답답했을까?

야마시타는 말이 없을 뿐 행동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업 시간에 계속 장난도 친다.
학부모 참관 수업, 모두가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아이템을 들고있는 학교를 향항 야마시타의 발걸음은 그야말로 파워당당이다.
목소리가 녹음된 라디오를 들고 오는 번뜩이는 재치로 위기(?)를 넘기다니 보통 놈이 아니다.
말없이도 아주 유쾌한 특별한 야마시타.
이런 야마시타를 소외시키거나 이상한 아이로 대우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는 야마시타야말로 이들이 만나는 '진짜 야마시타'인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야마시타 행동에 일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역시 아이는 아이.
야마시타에게도 졸업이라는 빅 이벤트는 특별했던가 보다.
학교가 끝나는 마당에 야마시타는 대답이라는 반전가득한 행동을 하지만,
듣는 이가 아무도 없었으니, 말했으나 없는 말이 되어 버렸다.

야마시타는 왜 말을 했을까?
졸업이라서?
마지막이라서?
말하지 않는 자기를 기다려 준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 마음을 알아서?
야마시타만이 그 대답을 알겠지만,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 준 따뜻한 분위기가
야마시타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서
결국 “네”라는 대답으로 튀어 오른 것이 아닐까?

지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도 야마시타들이 있다.
처음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실제로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크게 오해했다.
적대감이 있는 건가? 뭐가 불만인거지?라고.
다행히 여러 가지 인연으로 자주 만나게 되면서
빠르지도 않지만, 너무 늦지도 않게 이 오해를 없앨 수 있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겠지만 우선 기다려주려고 한다.
그 아이들 안에 나의 따뜻한 눈빛과 마음이 닿아 쌓이고 쌓이면 어느새 튀어오르겠지.
그 아이들만의 대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하지만 티 안내야지.
혹시라도 쌓이던 따뜻함들이 부담으로 녹아내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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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추천 #그림책서평 #그림책이좋아 #기다림이가져다준선물
#나도좀더많이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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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구역 51F 아름다운 청소년 30
효주 지음 / 별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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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구역 51F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애들아~ 나와 DNA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복제된 생명체가 있다면 무얼 시킬 거야?”
아이들이 말한다.
“내가 혼나야 할 때 그 친구를 대신 보낼거야.”
“숙제시켜야지. 하기 싫은 일 시키지 않을까?”
아차. 질문부터 틀렸다.
존재를 수단화하는 질문이라니..
수단화를 정당화시키는 답변을 요구하는 어리석은 질문이라니..

‘복제된’ 생명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 존재를 존재 자체로 보지 못했다.
내가 가진 생명존중사상이 이리도 좁고 편협했던 것이다.
내가 생명체를 존중한다고?
어떤 생명체는 시작부터 도구적 존재로 상정하고 있으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복제된 생명체를 ‘복제된’ 생명체가 아니라, 복제된 ‘생명체’로 보는 시선.
생명체에 무게감을 두는 시선이 필요하다.
아직 그 시선이 없어 나는 이리도 어리석은 질문을 하고야 만 것이다.

민후는 교통사고로 인해 이전 기억을 잃었을 뿐 아니라 머리가 깨질듯한 이명을 겪고 있다. 본인이 쌍둥이인지도 몰랐으나 엄마가 어떤 사진을 보고 흐느껴 우는 것을 보고 엄마의 서랍장을 뒤져 ‘준후’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리곤 뒤바뀐 운명을 원망하고 죽은 자식을 그리워하는 엄마를 원망하며 지낸다.
그러던 민후에게 전학 온 지아는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친구가 된다. 지아와 함께 있을 때 이명이 사라지는 신비한 경험. 둘은 귀 뒤에 비슷한 상처를 확인하기도 하고 함께 놀이공원도 가며 점차 가까워진다. 어떻게 안 것인지 화가 난 채 놀이공원으로 지아를 데리러 온 지아 아빠. 그리고 그 뒤 이유를 알 수 없이 지아는 계속 결석을 한다.
지아 아빠는 엄청 유명하고 부자인 제노크론 테크 대표 유명우. 제노크론 테크가 운영하는 생체 연구소 이터널 메모리. 여기서 사람을 상대로 불법 임상 실험을 하고 있다는 생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민후. 갑작스런 지아의 죽음 목격 등 이야기의 전개가 긴박하게 이루어 진다.
“휴먼 클론도 사람이에요.”라고 외치던 지아.
복제 인간과 죽은 반려동물의 복제인 Come Pet.
우리들에게 다가 올 가까운 미래에 관한 이야기.

이렇게 미래는 다가오는데, 아니 미래는 성큼 다가와 있는데
현실에 사는 나의 생각은 한참 퇴화된 채 후퇴하고 있다.
윤리적 공백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의식을 깨우고, 인식을 깨우기 위해
미래를 담은 책을 읽을 때다.

금지구역 51F에 나온 주인공들은 그냥 존재일 뿐이었다.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사랑을 할 줄 알고 고통을 분담할 줄 알고 울 줄 알고 서글퍼하며 외로움을 딛고 일어서는 존재.
그냥 나랑 같은 존재. 나같은 존재.
누군가와의 DNA일치 여부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주체로서의 존재.
그들을 맞이해야 한다면 어떤 생각과 태도여야만 하는지 알게 해 주는 책이다.

#금지구역51F #효주작가님 #별숲 #청소년소설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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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토끼!
마리카 마이얄라 그림, 토베 피에루 글, 기영인 옮김 / 블루밍제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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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이었을까? 6살이었을까?
언니를 따라 어린이집을 다녔다.
엄마의 증언으로는,
나이차가 없는 언니를 잘 따라다녔고,
잘 놀아서 간식비만 내고 다닐 수 있었단다.
그래서 그랬을까?

선생님과 친구들을 따라 노랑 나비처럼 팔랑팔랑 소풍을 갔다.
다들 원복을 입고 있었으나, 나 역시 위아래 모두 원복과 비슷한 노랑이었기에
모두 다 같은 개나리라고만 생각했다.
재밌게 논 후, 빙 둘러앉았다.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예쁜 자세로 있으면 모두에게 선물을 주신다 하셨다.
무슨 선물일까를 기대하며 가장 예쁘게, 부동 자세로 기다렸다.
선생님은 친구들 무릎 위에 필통이 담긴 투명 봉투 하나씩을 예쁘게 올려주셨다.
너무 두근거렸다. 호흡이 가빠졌던 것 같다.
드디어 선생님이 내 앞에 오셨다.
그리곤..그대로 내 앞을 지나가셨다.
다음 필통은 내 옆 친구 무릎 위에 올려졌다.
상황을 파악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하지만 여기서 울면 모두의 행복함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직감을 했던 것 같다.
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아 입을 더 세게 앙 다물었다.
가만있으려고 노력해도 눈 앞은 불투명해지고, 몸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이 슬픔의 양을 담아내기엔 당신 난 너무 작은 체구였다.

그래서 안다.
카야의 마음을.
‘나만 없다’는 것의 느낌은 끝없는 터널과 어둠의 느낌이니까.

없다는 있다와 결국 큰 차이를 만든다.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며 지레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과는 함께 하고 싶지 않다고 지레 오만스러워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차이는 구별을 만들어 내고, 종국엔 차별로 이어지기 쉽다.
없는 사람 카야. 있는 사람 코테와 카르멘.

그러니 이것을 중요하지 않게 만들면 된다.
‘토끼’가 놀이의 주요 요소가 아니기만 하면 된다.
그저 우리로 만족하게.
그래서 카야는 거짓말을 작정한다.
“나도 있어 토끼!”
모두에게 있다는 건 출발점이 같다는 것.
이제 토끼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같은 출발점 안에서 아이들은 가벼워진다.
의심의 눈초리를 가진 코테가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 카르멘이 있기에
카야의 거짓말은 오히려 놀이가 된다.
의심많은 코테자신조차 어느새 이 놀이에 푹 빠져 버린다.

나만 없다고?
그럼 이제부턴 이렇게 말해볼까?
“나도 있어 토끼!"
"내 토끼는 함께 찾아보자!”
"우리 내일도 만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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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문어 스콜라 창작 그림책 52
한연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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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

울었다.

울고 싶다.

 

이 중 가장 슬픈 말은 울고 싶다

울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

울고 싶다.

그럼 울자.

울어야 풀린다.

울면 눈물 문어가 나오니깐.

내 눈물 모아 만들어진 눈물 문어가 나를 위로한다.

속상하지?”, “실컷 울어~”, “괜찮아~”라고.

 

그러니 나도 울어야겠다. 지금.

학교를 옮겼다. .

학교급을 바꿨다. 으앙.

원하는 학년을 배정받지 못했다. 엉엉.

배정받은 부서가 바뀌면서 업무 폭탄을 맞았다. 으헝헝.

가장 긴 시간 있게 될 학교에 마음 털어놓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흐어어엉.

 

괜찮아~ 다시 생각해 봐.

누구나 학교를 옮길 때는 와.

학교급을 바꾼 건 너가 원했던 도전이잖아.

원했던 학년의 수업은 조금 들어가잖아. 그걸로 만족해 보자.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업무니깐 오히려 빨리 적응하는 계기가 될 거야.

항상 옮겼던 새 학교에서, 그리고 새로운 교무실에서 평생 만날 좋은 인연을 만났던 너잖아. 이번에도 믿고 기다려봐. 인연은 시간이 또 해결해 줄거야.

 

나의 눈물 문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참 많은 위로가 된다.

나의 눈물 문어야 고마워.

이 책은, 내가 나에게 주는 위로였구나.

내가 나에게 하는 위로 연습이구나.

다들 울고 싶은 날.

실컷 울어 버리는 용기로, 자신의 눈물 문어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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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의 탄생 올리 그림책 24
전정숙 지음, 김지영 그림 / 올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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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탄생! 하면 생각나는 것?

A. , 산고의 고통, 힘내!, 아기, 놀라움, 경이, 탄성, 벅참, 감동, 궁금증!

 

책을 받았다. <자음의 탄생!>이라.

세종이라는 큰이신 왕께서

몇몇의 왕자, 공주와만 몰래 산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억울한 백성들을 없게 하려는 일념 하나로 끝까지 힘을 내

자음(과 모음)이라는 아기들을 탄생시키고야 말았다.

소리글자라니!!

이는 누구도 상상하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움이며

처음 보는 경이로움이었기에

모두가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을 뿐 아니라

집현전 학사들의 갖가지 반대를 이겨내고 창제하고 배포하고만 애민정신!

민본주의의 진정성이 느껴져, 뜨거운 벅참 감동은 배가 된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소리글자? 대체 어떻게 만들어 진거야??”

 

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드니 만물의 뜻이 통한다.

어떤 경우라도 두루 통하고,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소리와

닭 홰치는 소리와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적을 수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온 글이다.

 

훈민정음(訓民正音).

훈민정자(訓民正字)가 아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소리.

문자이기 이전에 소리인 한글.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온대로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자음!이다.

 

ㄱ을 소리내보라. 어머나! 정말로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다.

그래서 어금닛소리글자라고 한다.

ㄱ과 비슷한 ㅋ과 ㄲ도 마찬가지다.

입모양은 변하지 않고, 소리만 좀 거칠어지는 느낌이다.

이번엔 ㄴ을 소리내 보자. 어머나! 혀가 윗잇몸에 닿는다.

그러니 혓소리다.

ㅁ은 한자 입구()를 닮았는데,

소리 역시 소리가 나오는 입술의 모양과 관련이 있어 입술소리다.

ㅅ은 이 사이에서 새어나는 소리니, 잇소리다.

마지막으로 목구멍을 편하게 열고 공기를 내뱉으면 목구멍소리인 ㅇ이 나온다.

 

소리의 속성은 보이지 않음이나 글자의 속성은 보임이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표음문자로 보이게 만든 세종.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독하게 지속한 세종 자신의 공부를

혼자의 똑똑함으로 끝낸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이라는 글자로 만천하에 드러내 모두에게 고른 혜택을 주었다.

훈민정음은 기침이나 사랑과 마찬가지로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들이었던 것이다.

 

한국이 두고두고 감사하고 존경을 표시해야 할 거성 세종!

자음의 탄생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된 세종실록에서조차 한글을 창제한 과정의 기록이 전무한만큼 은밀히 진행한 이 과업을 완성시킨 세종의 인생 질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세종이 되어본다.

백성 모두가 쉽고 편리하게 배울 수 있는 글자는 무엇일까?”

소리를 문자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자발적인 문자를 갖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을 세종을 상상해 본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므로, []가 되어 바다에 가나니.”

 

<용비어천가>의 구절처럼,

글자 창제에 흔들림이 없었던 뿌리 깊은 세종의 신념은

결국 많은 열매를 맺었다.

모닝레터(하루 아침에 배울 수 있을 만큼 쉬운 글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글 덕에

한국은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백성에게 모두 반포되어 사용된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를 흐르고 흘러 현세대에도 여전히 유용한 글자로 사용되고 있고,

2010년 경부터는 바다를 건너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찌아찌아족에게 가

그들 부족의 글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노래가 되었다.

살어리살어리랏다. 한글과 살어리랏다.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얄라.”

자음(과 모음)의 탄생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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