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4·16재단 엮음, 임진아 그림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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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같은 시각.

나도 제주도를 향해 떠났어.

너는 배를 탔고, 나는 비행기를 탔을 뿐.

너와 나의 목적지도, 목적도 같았어.

그 날 볕이 참 좋더라.

수학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 바람, 온도, 습도.

"와~"

내 눈 앞엔 두 줄로 도열한 기나긴 설레임들이라니..

아차!

도착 연락을 해야지?

얼른 핸드폰 전원부터 눌렀어.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뭐지?

재난문잔가?

이 목록 뭐야?

'엄마 엄마 남편 아빠 엄마 남편 아빠 언니 남편 남편 동생 언니 엄마 엄마 엄마 동생..........'

끝도 없네?

겨우 2시간 꺼놓았을 뿐인데? 잉?

"뚜루루루루~~~"

과도한 애정을 느끼며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수자야~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되는거야?"

엄마였어.

"엄마~ 나 제주도 수학여행온다고 했잖아.

비행기라서 그랬지. 근데 왜?"

"아니 수학여행 간 사람들 다 물에 빠졌다 그러는데

너는 폰 꺼져있지.. 연락이 안되서 너무 놀라서..

여기는 너때매 난리났지."

전화부대에 껴있는 남편 목록을 보니

비행기타는 걸 알고 있던 남편마저

울 엄마 채근에 꽤나 당황했나 싶었어.

하나님아버지를 찾으며

감사를 말하는 엄마를 보며 나는 그저 웃었지

"엄마! 내가 왜 죽어~~!"

죽음은 당연히 내 것이 아닌양 말이지.

그런데 가만..뭐라고?

수학여행 간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띠링!

수학여행 단톡방.

세월호 참사가 시작된 뉴스가 공유되기 시작했어.

꿈이지?

아니, 꿈이어야 했지.

수학여행 모든 팀은 호텔로 먼저 들어갔어.

짐을 풀기도 전에

2학년 전체가 로비에 모여

TV브라운관 화면만 하나같이 쫓아다니고

있었지.

다들 움직이지 못한 채.

실시간으로 마주 한 세월호 참사.

기울어진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하염없이 침잠하는 것을

여과없이 그대로

우린 함께 보고 있었어.

"와아아~~"

세월호 전원 구조!

실시간 소식에 다 같이 환호하다가.

오보라네?

조용히 부둥켜 안았고,

입을 틀어 막았고,

조용히 울었고,

크게도 울었어.

왜 아무도 구조하지 않는거냐며

소리를 질렀고,

어이없음에 넋이 나갔고,

돕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자책했어.

그렇게 304명의 사랑을 잃고 말았지.

나만 가족 품으로 돌아왔고,

너는 가족 품에서 아주 멀어져 버렸어.

여기까지가 2014년, 나의 십육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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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십육일은

그 날의 이야기.

그 날을 기억하는 이야기.

그 날을 기억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

그 날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로 조용히 안내하는 이야기.

그 날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야기.

망각을 거부하며

기억의 소임을 알리는 책.

기억의 노력들이 하나하나 손을 잡고

이어달리기하는 책.

이런 책이 나와 기쁩니다.

먼저 당신이 이 길을 걸어줘서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이어달리기를 할 차례네요.

좋아하는 여러 작가님들의 언어에 기대 위로받으며

내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하여 고민합니다.

조용하지만 뜨거운 투지도 불태워 봅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게 아니듯이.

10번의 강산이 변했다고 해결된 것도 아니듯이.

여전히 안전치 않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니.

그러니 맞잡은 손에 힘을 줘가며 말이죠.

월간 십육일 덕분에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행사 기획을 완성했습니다.

그래!

기억하는 힘으로 함께 사는 것!

이것의 중요성을 알리자.

304명의 이름을 불러주자.

우리만의 기억의식을 행하자.

우리들의 마음콘서트를 열어보자.

오전 조회 시간.

우리 안에 304명의 이름을 되새기고.

오후 중식 시간.

바람에 실려 울려 퍼지는 현악기 소리에 맞춰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하늘 끝까지 올려 보내기.

세월호로 인해 생겨난

상처받은 수많은 치유자들이

홀로 외롭지 않도록.

보이지 않아도

어디선가 어디서든

행해지는 작은 의식들이

하나의 고리가 되어

하나의 연결이 되어

하나의 사랑이 되어

하나의 마음이 되어

커다란 기억이 되어

우리들 삶에 흔적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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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억의 흐름 속에 나를 초대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월간십육일 #사계절 #은유 #천선란 #이슬아

#김겨울 #수자샘 #책서평 #추천책 #세월호참사

#세월호참사10주기 #기억의힘 #연대의힘

#기억 #책임 #약속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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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자존감 연습 - 사랑받아 마땅한 나, 너, 우리를 위한 치유의 심리학 생각하는 청소년 24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외 지음 / 맘에드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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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목차가 아주 맘에 들었어요.

자존감과 관련된 주제들 + 실제 마음의 소리를 엮은게

눈에 띄어요.

저는 제가 먼저 관심있는 주제부터 읽었답니다.


1장 05 뒷담화: 야, 너 그 얘기 들었어?

3장 03 긍정적 언어생활: 내가 하는 말은 곧 나의 모습이야!

4장 04 상처받을 용기: 상처받았어, 하지만 이제 괜찮아


저는 말이 가진 힘에 관심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말이 주는 힘!

육아를 하면서 더욱

말이 주는 긍정성과 부정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

학교에서는 안 그러는데

자녀들에겐 득이 되지 않는 말.

독이 되는 말을 사용하더라구요.

오죽했으면 딸이 7살(만6세) 때

제 생일 선물로 내민 것이

(본인 돈으로 사옴)


여튼 그래서 저의 말과 타인의 말,

학생들의 언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작년 욕수업도

인권과 연결시켜 수업한 이유도

거기에 있죠.


올핸! 특히 '뒷담화'수업을 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딱 있네요?


뒷담화관련 추천 그림책

그 소문 들었어? 팬티 입은 늑대, 그랬구나!


수업을 어떻게 해라! 는 없지만,

각 챕터별로 관련 그림책 속 내용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연관된 이해인 수녀님의 대화법 소개라던지

뒷담화를 멈출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꿀팁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그리고 수업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내용들도 있구요.


도덕 단골 메뉴!

비폭력대화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구요.


자존감 관련 그림책을 집대성한 책입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해도

양질의 수업이 가능하겠어요!

자존감 수업을 계획하신다면,

한 번 참고해 보세요^^


#그림책으로시작하는자존감연습 #맘에드림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책서평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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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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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과 모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29세 창창한 젊음이들의 이야기 <별빛 창창>.

하지만 창창?

무슨~

실상은 꼬질꼬질하다.


대표 꼬질이 1번. 곽용호.

스타 작가 곽문영의 딸.

그 대단한 타이틀 제외한다면 그녀는

무직자, 엄마에게 빨대꽂는 삶.

그래서 누군가의 질시를 받거나,

또는 누군가의 혐오를 받는 삶.

이로 인해 스스로를 혐오하는 그녀.


사랑을 받지 못한 과거를 탓하며,

엄마의 그늘에 가려 29살이 되도록 자신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어느 순간, 엄마가 사라지고

엄마의 글을 대신 써달라는 요구에 응하여

작가의 꿈을 이룬 듯 쓴 글이 모두 통과되며

처음 맛보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하여 산다.


그러다 고등학교 문학 동아리 옛 친구 함장현과 함께

타의반 자의반으로 엄마를 찾아 나선다.

나중에 동행하게 된 주민호도 함께.

곽문영 엄마를 찾으러 나섰다

인간 곽문영을 만나게 되고,

꿈풀이나 타인의 바람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욕구, 생각, 마음 등을 마주하며

인간 곽용호를 만나는 이야기다.


별이 창창한 어둠 속에서 드디어

함께하는 곽씨 모녀.

추위에 하게 된 포옹 이것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화해가 아니었을까..


독서 모임 중,

곧 정년을 앞둔 선배 교사 한 분의 말씀이 생각났다.

"아들이 그러더라구요.

아니, 엄마같은 사람(동년배)이 아직까지

현직에 붙어서 방 뺄 생각이 없으니깐

우리 같은 젊은이들이 아둥바둥 애써봤자

갈 곳이 없는 거잖아."


젊은이랑 살면 이런 혐오 표현을 들으며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해서 괴롭다고.

지금 일을 그만 둘 순 없는데,

아들이 취직 못하는 게 본인 탓인 거냐며

답답해 하셨던 선배님.


청년들의 일갈은 누구를 향한 것이며

원래 누구를 향해야 하는 것인가?

용호 나이대의 젊은이와

부모들 사이에 화해가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누구의 몫이며, 누구의 탓인가?


일종의 트러블없이는

존재와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이토록 불가능한 일인가?


나의 20대 때 창창한 꿈은 무엇이었나?

지금 20대들의 창창한 꿈은 무엇이던가?


책을 읽고 나니, 이런 다양한 질문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 매력적인 인물을 만났다.


대표 꼬질이 2번. 함장현.

"그건 그 애만의 유구한 재능이었다.

그 누구도 마음먹는다 해서 쉽게 가질 수 없는 재능.

오히려 나이가 들고 표정이 딱딱해질수록

하찮게 여기게 되기 마련인 그런 재능.

다정한 재능.(p.295)"


난 함장현이 참 좋다.

난 아무래도 다정한 사람이 좋다.


무해한 사람.

별을 보러가서, 옆 사람을 보는 사람.

바보같지만, 바보가 아닌 사람.

고통 중에, 기어코 희망을 찾아내는 사람.

그래서 마냥 응원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사람.


장현이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이 세상이 얼마나 별빛창창 빛날지.


+ 꼬질꼬질한 삶을 창창하게 다림질하며

끈질기게 글을 이어나가며

결국 완성의 마침표를 찍으신

설재인 작가님.

어려움을 건너 일궈낸 군상들의 쫀쫀한 이야기들

감사합니다.


#별빛창창 #설재인 #밝은세상 #책서평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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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씻다가 생각이 났어 - 쓸쓸하고 찬란한 우리들의 열다섯
권지연 지음 / 폭스코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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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5세를 처음 만났다.
모든 존재가 모두 사랑스럽지만,
개인적으로 표현을 잘 하는 친구에게 마음이 간다.
표현을 통해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나고,
고맙고 마음이 더더 사랑으로 꽃피게 된다.
이런 선순환이 좋다!

그런데 내가 올해 가르친 15세들은?
난 중2 5개 반에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좋아요~"라든지,
"수업이 너무 재밌어요~"라고
표현하는 친구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뭔가 모를 결핍을 남겼다.
2%부족한 느낌!

아~~
칭찬받고 싶다!
응원받고 싶다!
고백받고 싶다!

'중학교에 가면 애들이 얼마나 날 더 좋아할까?'
라고 기대했다!
이 문장에서 강조하는 단어는 '더'!
그런데 그 '더'라는 느낌을 못 느끼겠다.
'이거 뭐지?'
'나 중학교에 온 거 맞아?'

그나마 다행인 것은
1학년 아이들만은 표현을 참 잘했는데..
아뿔싸!
내가 들어가는 2개반만 2학년과 비슷한 건 뭐지?

그랬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날 있음, 저런 날 있는거다.
잘하는 반 맡는 샘 있으면,
그렇지 않은 반 맡는 샘 있는 법이니..
이건 그냥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래도 제아와 현지가 제일 표현 많이 해줌!!^^)

그래서 그랬을까?
중학생들을 여유있게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 이제 갓 1년이 되었을 뿐이잖아.

권지연 선생님은
중학생들과의 다양한 만남의 이야기들을
잔뜩 펼쳐 놓으셨다.
그리고 본인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하셨다.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일들을
생생히 기록하신 것도 놀라웠고,
선생님만의 색깔과 아이디어로
교직 생활을 채워 오신 것이 반가웠다.
어쩜 이렇게 아름답게 글을 쓰실 수 있는 건지..
좋은 이야기가 뒤로 갈 수록 더욱 많았는데..
p.131 고민있을 땐 운동장 데이트
p.147 담임이라는 것
p.152 꽃이 스러졌는데

이 이야기가 모든 이야기를 이겼다.
p.200
나비야, 그 날개 팔랑이지 말아주렴-<불편한 편의점>
국어 선생님이시기에 가능한 독서 수업이기도 했겠지만,
독후 아이디어가 너무 기발했다.
그건 아이들의 말 하나하나 세심하게 담아두시고,
아이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려는 따스한 마음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일테다.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이
먹고 싶다는 학생의 말에
"참참옥(참깨라면 참치김밥 옥수수수염차)!"을
먹여 주리라 다짐한 쌀알 지연선생님.
사랑스러운 사제지간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날개짓이 되어
결국 논밭 사이 귀엽게 자리잡은 소규모 학교에서
전교생 14명을 데리고
정년 퇴임을 앞두신 교장선생님을 알바생으로 고용하여
도서관에 진짜 [불편한 편의점]을 차리신 것이다.
'입장료 = 책읽고 인상깊은 구절 적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편한 편의점 작가님을 모시고
2차 [불편한 편의점]까지 오픈.

누군가의 나비 날개짓을 그저 보아 넘기지만 않는다면
그것을 언젠간 거대한 태풍이 된다.
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이야기였다.

그리고 에필로그.
권지연 선생님과 아이들이
찬란하게 살아 움직인다.
이런 세월을 건너 오셨기에 가능한 이야기였구나.
멋진 선생님들이 세상에 참 많다.
애쓰는 선생님들이 세상에 정말 많구나.
그 안에서 키워지고 위로받는 열다섯 인생들이 있고,
이들은 사랑받았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나가며,
또 누군가의 길이 될테다.

이제 쌀을 씻으면
권지연 선생님의 이야기가
살아나 펼쳐질 것 같다.
선생님의 펄떡이는 교직 생활을 응원한다.
"권지연선생님~ 더 많이 자랑하셔도 되요!"

#책서평 #책추천 #쌀을씻다가생각이났어 #권지연
#수자샘 #수자샘추천도서 #폭스코너
#교직생활이야기 #울고웃는교실속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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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 사용법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2
정연철 지음, 이명하 그림 / 길벗어린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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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다 사고를 냈다.
원래 가는 출근길이 아니었다.
2번째 걸린 코로나에도 한참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하는 길이었다.
사실 나도 또 코로나이길 바랐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도 PCR도 모두 내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몸은 왜 이렇게 아픈거냐?
약을 먹어도 건조한 빨래같은 상태로는
되돌아 가지 않았다.

약기운으로 인한 비몽사몽 간에
들어선 초행길.
차선을 잘못 탔고,
급하게 차선 변경을 하다
1톤 트럭 뒤를 그대로 감싸 안아버렸다.

화가 난 트럭 기사님.
트럭 기사님의 하루 일을 망친 것일테지..
그저 죄송한 마음에
진자운동하듯 목을 위아래로 쉬지 않고
까딱였다.
뒤 차들의 운행을 막은 것도 미안해,
자꾸 뒤돌아 목례를 했다.

경찰이 오고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다 제 잘못입니다. 100% 제 탓입니다."라는
고해성사를 마쳤고,
갓 길로 차량을 이동해 필요한 대화들을 했다.

보험사 관계자가 오신 후엔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렌트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서 차를 받으시겠어요?"
"저요? 학교요!"
"이(렇게 찌그러진) 차로 출근하시게요?"
"네~ 이제 빨리 가야해요. 곧 수업이거든요..T^T"

사고를 낸 것이 부끄러워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걸까?
수업이 너무 중요했던 걸까?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당시, 한 쪽 깜빡이는 완전 박살이 나 버렸는데,
이로 인해 끊기지 않는 깜빡이 소리가 지속되었다.
펄떡이는 심장에 비해
너무 잠잠하기만 한 멍한 두뇌를 담은 채,
고막을 뚫고 뇌를 찌르는 듯한 딸깍 소리를 참으며
한참을 운전해 출근했다.
그리고 연강을 마쳤다.

첫번째 수업 시간엔 몰랐다.
교통사고로 인해 놀란 몸에 공급된
아드레날린과 엔돌핀 덕이었겠지.

두번째 수업 시간엔 눈물이 흐르려고 했다.
점점 중력에 빨려 들어가려고만 하는 몸을
어거지로 붙잡고 있는 내가 너무 힘겨워서.

이야기가 길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난 꾀병이 아니라 '진짜 병도 숨기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대학교 3학년 후반 앓게 된
심장 부근 대상포진을 가족에게 3일째 숨기다
정말 죽을 뻔한 적도 있다.
병원 의사는 이만한 고통을 참아낸 나를
칭찬해 주기는 커녕,
희귀한 괴생명체 보듯 아연실색하며 놀라워 했고,
엄마는 등짝 스매싱 대신,
아프면 무조건 말하라는 신신당부만을 수백번 건넸다.

이런 내게 꾀병이라니.
<수자 인생 사전>에 올려 본 적 없는 단어다.

그래서 읽고 싶었다.
<꾀병 사용법>

그래.
하나같이 일이 풀리지 않을 땐
꾀병이라도 사용해야지.

아!
그러고 보니,
꾀병은 이런거다.
하루종일 겪은 어려움이
한없는 구석으로 몰고 가 버린 나의 상황에 주는
산소 한 입! 여유 한 스푼!

꾀병!
사용하라고 있는 거네!
그래!
이젠 나도 좀 사용해야겠다.
아니
난, 먼저 진짜 아픔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아픈 건 아프다 말하고,
살짝 아파도 가끔은 좀 많이 아픈 척도 해 보고.
그래!
인생에 이 정도 산소포화도는 있어야지.
암~ 그렇고말고~

꾀병사용 덕에 생긴 여유는
그림책 주인공처럼
친구에게 건네는 사과 인사도 되고,
친구와 나누는 한밤 중 치킨이 되기도 할테니 말이다.

꾀병을 잘 사용하자!
1년에 1번 정도!
기꺼이!

그리고
꾀병을 묵인해 주자!
1년에 몇 번 정도는!
너그럽게!

그래서
꾀병이 몰고 오는 사랑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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