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토끼!
마리카 마이얄라 그림, 토베 피에루 글, 기영인 옮김 / 블루밍제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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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이었을까? 6살이었을까?
언니를 따라 어린이집을 다녔다.
엄마의 증언으로는,
나이차가 없는 언니를 잘 따라다녔고,
잘 놀아서 간식비만 내고 다닐 수 있었단다.
그래서 그랬을까?

선생님과 친구들을 따라 노랑 나비처럼 팔랑팔랑 소풍을 갔다.
다들 원복을 입고 있었으나, 나 역시 위아래 모두 원복과 비슷한 노랑이었기에
모두 다 같은 개나리라고만 생각했다.
재밌게 논 후, 빙 둘러앉았다.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예쁜 자세로 있으면 모두에게 선물을 주신다 하셨다.
무슨 선물일까를 기대하며 가장 예쁘게, 부동 자세로 기다렸다.
선생님은 친구들 무릎 위에 필통이 담긴 투명 봉투 하나씩을 예쁘게 올려주셨다.
너무 두근거렸다. 호흡이 가빠졌던 것 같다.
드디어 선생님이 내 앞에 오셨다.
그리곤..그대로 내 앞을 지나가셨다.
다음 필통은 내 옆 친구 무릎 위에 올려졌다.
상황을 파악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하지만 여기서 울면 모두의 행복함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직감을 했던 것 같다.
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아 입을 더 세게 앙 다물었다.
가만있으려고 노력해도 눈 앞은 불투명해지고, 몸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이 슬픔의 양을 담아내기엔 당신 난 너무 작은 체구였다.

그래서 안다.
카야의 마음을.
‘나만 없다’는 것의 느낌은 끝없는 터널과 어둠의 느낌이니까.

없다는 있다와 결국 큰 차이를 만든다.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며 지레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과는 함께 하고 싶지 않다고 지레 오만스러워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차이는 구별을 만들어 내고, 종국엔 차별로 이어지기 쉽다.
없는 사람 카야. 있는 사람 코테와 카르멘.

그러니 이것을 중요하지 않게 만들면 된다.
‘토끼’가 놀이의 주요 요소가 아니기만 하면 된다.
그저 우리로 만족하게.
그래서 카야는 거짓말을 작정한다.
“나도 있어 토끼!”
모두에게 있다는 건 출발점이 같다는 것.
이제 토끼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같은 출발점 안에서 아이들은 가벼워진다.
의심의 눈초리를 가진 코테가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 카르멘이 있기에
카야의 거짓말은 오히려 놀이가 된다.
의심많은 코테자신조차 어느새 이 놀이에 푹 빠져 버린다.

나만 없다고?
그럼 이제부턴 이렇게 말해볼까?
“나도 있어 토끼!"
"내 토끼는 함께 찾아보자!”
"우리 내일도 만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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