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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 / 소나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전에 처음으로 소위 “단체투어”를 간 적이 있다. 전혀 준비를 할 수 없는 시간도 이유가 됐지만, 무엇보다도, 믿을 수 없이 저렴한 비용 때문에 한번 저질러 봤다. 도착하자마자, 일단 며칠분 추가비용징수, 서늘한 오전엔 쇼핑센타의 에어컨 밑, 가장 더울 때는 유적지 방문의 일정도 웃겼고, 쇼핑센타라는 것이 모두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보석점, 건강보조용품, 상황버섯 가게라 말로만 듣던 해괴한 네트워크를 체험할 기회도 되었다. 쇼핑센타에 도착하면 바로 밖으로 나와 거리를 구경하고, 걸핏하면 항의하고, 일정에 없는 코스, 내 돈 내고 따로 갔다 오고, 오전 11시부터 일정이 시작되는 날은 일찍 박물관 다녀오고, 무법천지라는 밤거리를 가이드가 얘기한 교통비의 삼분의 일만 주고도 교통편을 대절하여 밤거리 카페에서 아내와 칵테일 즐기기 등 나름 정해준 관행에 대항하다가 가이드한테 요주의인물로 찍힌 것은 당연하겠거니와, 종내에는 일행들에게도 슬쩍 “왕따”를 당했던 여행길이었다. 이 여행길, 가이드의 설명과 같지 않은 저렴한 맛사지, 그리고 친절한 현지사람들의 따뜻한 배려를 받으며, 다시는, 죽기전까지 한국여행사가 운영하고 있는 단체여행에는 섞이지 않을 것임을 맹세했었다.
이십여일 전에, 매실청을 담갔다. 매실의 맛을 강하게 느끼기 위해 “흰색설탕”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올해는, 두레생협을 통해 필리핀 마스코바도 설탕을 구입했다. 이 설탕을 판매해서 남은 기금이 현지생산자들에게 관개시설, 트랙터 등을 제공 한다기도 하고, 전통 흑설탕 제조방법으로 화학적인 정제나 첨가물이 없는 제품이라는 장점을 든 아내의 선택에, 베란다에 놓여진 유리병에서 매일 조금씩 익어가는 맑은 빛깔을 감상하는 기회는 잃게 되었고, 맛이 어떨지도 궁금하지만, 평소, 몇 개에 불과하긴 해도, 나름대로 정한 기준에 의한, 악질기업의 제품에 대해 무턱대고 외롭게 구매거부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 연장선인 이번 구매에 대해서도, 사소한 아쉬움을 대신할 몇 배의 귀한 맛으로 틀림없이 되돌아 올 것으로 믿고 있다.
네팔 산악 트레킹의 자료들을 볼 때마다, 낡은 슬리퍼와 옷가지로 “고어텍스”로 무장한 관광객의 짐을 이고 있는 포터들은 원래 그 지역사람이라, 환경에 익숙하여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도, 50kg 가까운 등짐 속에 관광객이 누려야 하는 파라솔, 의자, 그리고 삼계탕 재료 등으로 가득하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공정무역”이라는 단어가 겨우 익숙해 지고 있는 즈음에, 다시 책임여행 등의 개념을 뛰어넘은 “공정여행”이란 말은, 단어는 “생소”하지만, 다행히도 내용은 매우 “익숙”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 공정여행을 아주 쉽고, 편하게 이해시킬 수 있는 책이 한권 출판되었다.
책은, 새로운 여행에 대한 즐거운 상상 “희망을 노래하라”는 공정여행 가이드북이라는 출판취지에 걸맞게 6부로 나눠 여행길에서 한번쯤 고려해 봄직한 주제들, 즉,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배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사례와 희망, 그리고 노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눈이 얼마나 내리든
심장이 얼마나 아파오든
나는 포터니까요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것
짐을 나르다 언제가 죽는 것
이것은 나의 운명이니까요
나는 포터니까요.“
본문 제 1부. 여행과 인권 중 인용된 포터 소남 세르파의 시
제 1부. 여행과 인권은 네팔의 포터들, 유명 리조트 등 호텔에서 종사하는 사람들, 성매매의 현장에 대한 희망보고서이다. 일당으로 먹고 자고 해야 하기 때문에, 바닥에서 자는 등 비용을 최소한으로 해도 일주일간의 중노동 끝에 얻은 임금이, 그들이 얻은 직업병의 수십만분의 일도 안되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어가는 짐, 그리고 여행사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대기하고 있는 10만명의 인력때문에, 스스로 가격을 낮추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위해 이제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단체들의 노력. 혹자는 이 새로운 운동 때문에 경비의 가중함을 걱정하겠으나, 사실, 그 짐속에서 가스통, 닭고기, 쌀 등의 부식재료와 파라솔만 제외시켜도 더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세계 등반계에 기록을 남겨야 하는, 몇 달씩의 사투를 견뎌야 하는 전문 산악팀들이야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고국의 음식을 먹어줘야 하겠지만, 일주일 남짓 즐거운 트레킹 길에서, 현지 음식만 즐긴다고 해서 결코 영양에 이상이 올 것 같지 않고, 그들과 함께 그저 바위위에 앉아 쉬고, 모자로 햇빛을 가려도 피부에 큰일이 없을 것이다. 정 불안하면, 배낭 안에다 공기방석이나 접어 넣고, 육포와 누룽지, 쵸컬릿 몇 개를 지참해서 그들과 함께 나눌 수는 없을 것일까?
힐튼이라는 체인망 뿐아니라, 대다수의 서비스업이 가지고 있는 무기술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 하루 15개내외의 객실을 청소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배려는 무엇일까? “티벳, 말하지 못한 진실”이란 책에서 전해준 “사실”에 의해 밀려난 티베탄들, 20만의 여성들이 인도의 윤락가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 그걸 부술 수 있는 방법은?
2007년 한국인 1천3백만명이 해외로 나갔고 18억 2천만달러를 사용했다. 개별여행객의 평균 지출액은 187만 8천원, 패키지여행객은 160만 4천원을 지출했는데, 쇼핑경비로는 패키지여행객이 40만원, 개별여행객은 32만 7천원을 사용했다. 게다가 쇼핑액의 55%는 한국을 떠나기전 면세점에서 이미 지불했다.
2002년, 어느날 갑자기 트럭이 마을로 들어와 사람들을 싣기 시작했다. 정착촌이라는 곳에서 텐트를 던져주고는.... 우리집이, 마을이 너무 그리웠다. 새로운 땅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제 2부 여행과 경제는 더 갑갑하다. 천혜의 자연만 가지고 있는 나라들, 어느날 세계 최고의 휴양지들을 만든다는 정부와 다국적기업, 혹은 재벌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과 여행객이 지출하고 있는 비용에 대한 씁쓸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자. 몇 년전 베니스 리도섬 아름다운 해변을 걷다가, 잠시 메모를 하기 위해 앉았을 때, “여긴 사유지이니 나가달라는” 정중한 부탁으로 쫓겨난 기억, 그 호텔은 과연 현지인들, 일반인들의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을까? 어느 날, 개발과 지역경제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현지인들을 몰아내고, 그럴싸한 리조트을 완공한 다음, 현지인을 채용할 수 있는 일꺼리는, 세탁부, 청소부, 웨이터 등의 잡부일 뿐이다. 조그만 배 하나의 어업으로 살던 사람들을 초원으로 이동 시킨후 충분한 보상을 해 주었다고 우기기는 하지만, 평생 바다와 고기잡이로 살아 온 그 활력을 보상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고 나서 그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 그물이라도 던지려면, “사유지 불법 침입 및 불법 어로”에 해당한다. 땅만 판 것이 아니라, 바다를 생계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사까지도 자신도 모르게 판 결과이다. 현지인의 숙소, 현지인 가게는 권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규모로 국한하고 있는 여행경비 덕에, 대부분 이 장에서 권하고 있는 것들을 실천할 수 밖에 없지만, 이 갈등을 이겨낼 내 스스로의 대안을 제시하라면, 우리 관광객들이 호텔에게, 이 멋진 바다에서 고기 잡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부탁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긴, 그러면 또 생계형 작업이 아닌, 구경용 쇼를 보여주고 말겠다만....
제 3부 여행과 환경은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입고 있는 동물, 자연,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이야기다. 동물을 사람과 똑같이 대하는 나로서야 절대로 어길 일 없는 사례들이긴 하지만, 낼 돈 다 냈으니까 하고 충분하게 사용하는 자원으로 인해 현지사람들이 고통 받아야 하는 것들, 그리고, 그 것들이 줄일 수 있는 사례와 제언으로 이루워진 장이다. 물론 “에코투어리즘”의 그릇된 전개로 자칫 “에고투어리즘”으로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대목에서, 문득, 며칠 전, 오지를 전문적으로 다니는 단체라고 쓰여진 20여대가 넘는 지프차들이 “에코투어”전문 관광지에서 보여주던 무질서와 횡포가 떠 올랐다. 떼지어 다니는 무리가 가진 만용이겠다만, 적어도, 우리가 “에코”라는 단어를 한번 더 생각한다면, 여행의 목적과 과정이 일치해야 하지 않을까?
“2002년부터 이스라엘은 분리장벽을 쌓으면서 서안지구 수자원의 85%를 빼앗아 갔어요.
올리브작황은 반으로 줄었고, 농부들은 밭을 떠나고 있어요.
이스라엘은 지금도 고대 오토만 법에 따라
경작하지 않은 땅은 국가가 소유한다는 “유기토지회수법”을 가지고 있죠.
분리장벽과 부족한 물때문이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그 때는 이미 늦은거죠“
제 4부, 여행과 정치 본문 중
제 4부 여행과 정치는 하나님의 후손들이 인류의 자손인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유린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 미국, 근세, 현대사 등 이 지역을 얘기하려면 일단 흥분부터 가라앉혀야 하며, 단순한 여행가이드북 독후감으로는 썩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긴 불평은 끄집어 내지도 못하고 마감하겠다만, 작년 겨울에 본 영화, 이스라엘인 에란 리크리스 감독이 만든 영화 “레몬 트리”로 아주 짧게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지역 여행시에는 반드시 이 책이 소개한 방법을 이용해야 하겠다는 결심도 함께.
앞 서 언급한 “티벳, 말하지 못한 진실”이란 책에서 전해준 중국이 파괴하고 있는 티벳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게다가, 무심결에 우리 같은 일반 관광객이 행하는 무례함도 함께 부끄러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5부 여행과 문화와 제 6부 문화와 배움은 사실 일반 관광객이 고려할 수 있는 수칙의 범위를 다소 벗어난 느낌이다. 관광으로 출발하여 일종의 “운동”으로 대미를 장식해야 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사실, 그 실행에 어렵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구 한 켠에서, 비록 대중적이진 않지만, 방문국을 존중하고, 봉사와 배움을 통해 인류애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국수주의에 빠져있는 이 세상과 자기의 이익외에는 한치의 눈돌림도 없는 세태와 견주어 비교하면서, 살짝 부끄러움을 일게 해준 부분들이었다.
여행은, 한마디로 정의하고 주장할 수 없는 수많은 목적이 공존하고 있다. 여름내내 뜨거운 태양아래서 허리 숙이고 농사를 짓다가, 추수를 끝낸 촌부들이 관광버스 안에서 막춤을 춘다고 흉을 볼 자격은 안전관리를 제외한다면 누구에게도 없다. 평생 노동에 힘들게 지내다가 자식들이 보내 준 효도관광 속에서 “공정여행” “공정무역”의 노력을 기대할 필요도 없다. 막연한 외국에서 불안감. 저렴한 비용을 이유로 단체관광을 선택하는 것을 한심하게 바라 볼 자격도 없다. 일상에서는 누릴 수 없는 행복과 우월감, 안식을 얻기 위해 모아놓은 돈을 가지고 가서 위세를 좀 떨겠다는 것을 욕을 할 이유도 없다. 우리 부부처럼 유적과 박물관을 중심으로 짠 동선이나, 일몰, 풍광 등의 자연 속에서 소진한 육체의 재생을 꿈꾸는 계획과의 차이는 아무 것도 없다. 어떤 여행이든,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일탈이며, 그 일탈을 통해 되돌아 온 일상을 기쁘고 편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떤 의도든, 경로든, 일정이든 여행은 모두 값진 것이다.
그런데, 한번만 되물어 보자. 과연 최저비용의 상술 속에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들은 없는가? 10원짜리 상품을 1,000원에 구입한 적은 없는가? 우리가 박수치며 즐거워 하는 사이에, 우리의 쾌락 때문에 상처받고 죽어가는 동물들은 없는가? 좋다, 동물들이야, 뭐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우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혹시 우리의 즐거움이 이름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고, 그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뺏어간 것은 아닌가? 어떤 여행이든 적어도 이 정도의 자문은 한번쯤 해 볼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1. 지구를 돌보는 여행자가 되자_비행기 이용 줄이기, 1회용품 쓰지 않기, 전기와 물 낭비 않기
2.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자_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와 여행사 선택하기
3. 성매매를 하지 말자_ 아동 성매매, 섹스관광, 성매매 골프관광 등을 거부하기
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소비를 하자_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여행사, 교통 이용하기
5. 윤리적으로 소비하자_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지나치게 깎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6. 현지인과 친구가 되자_ 현지 인사말, 춤이나 노래를 배워보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7. 다른 문화를 존중하자_ 여행지의 생활 방식과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 갖추기
8. 타인을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자_ 사진을 찍을 땐 허락 구하기, 현지인과 한 약속 지키기
9. 적선보다는 기부가 어떨까_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사회단체에 기부를!
10. 부당한일에 목소리를 내자_ 동물 학대, 인권 유린 등 부당한 일을 목격한다면 시정요청하기
본문중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따져보니까, 1번, 3번, 4번, 5번, 7번, 8번 등은 반드시 지킬려고 노력하는 것, 2번은 대체로 자유여행으로 여행을 떠나므로 앞으로 기회되면 지키고자 하는 것, 6번은 짧은 여행기간 때문에 나 공부하기도 바뻐 현지인을 사귈 여유도 없고, 언어능력도 안된다는 것, 9번은 생각조차 못한 일 10번은 글쎄, 나는 절대로 안하겠지만, 남이 하는 것까지 오지랖을 넓히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복잡할 바에야 그냥 집에 있지, 놀자고 가는 여행 별 것을 다 시비한다고 반론을 필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운동들은 여행을 통해 인류가 하나라는 것을 갈수록 깊게 체험하고 있는 내 스스로에게는 좋은 제언이 아니었나 싶다. 적어도 내가 즐거움을 얻기 위해선 남도 즐거워야 한다는 기본 원칙 하나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