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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대화 -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을 때 줄을 그면서 읽곤 한다. (오랜 습관이다. 그런데 요즘은 자꾸 깜박깜박 해서 서슬 퍼런 새 책은 한번 보고 다시 봐도 마치 처음 보는 것같이 낯설다. 그래서 책에 내가 그은 줄을 발견할 때 그나마 낯선 곳을 방황하다 아는 가게라도 만난 것 같이 반갑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의 서문부터 연신 줄을 긋고 있었다. 한참을 줄을 긋다 보니 서문 저자가 버락 오바마 였다. 넬슨 만델라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도대체 먼 아프리카에서 27년을 감옥에 있던 이를 세계인들은 어떻게 알게 되었고 그를 기억하게 되었는가? 그의 무엇이 타국의 젊을 정치가를 흥분시켰을까?
이 책(나 자신과의 대화/넬슨 만델라 지음/ 버락 오바마 서문/윤길순 옮김)은 <목가> <드라마> <서사시> <희비극>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그의 편지, 연설, 인터뷰, 달력의 메모등을 정리한 것이다. 그의 삶을,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된 평범한 일상부터 그가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엿 볼 수는 있었지만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가 왜 감옥에 있게 되었는지 사건의 인과를 제대로 알기는 어려웠다. 책을 읽는 내내 인테넷을 검색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남아프리카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이 책의 부록에 있는 <사람과 장소, 사건>을 정리한 것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다.
첫장 <목가>는 비교적 평온했던 어린 시절과 그의 가치관과 판단의 기준 중 하나인 공동체의 관습과 전통을 어떻게 습득하였는지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넬슨 만델라는 19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트란스케이에서 태어났다. ‘롤리흘라흘라(장난꾸러기)’라고 불리다가 씨족명인 ‘니디바’로 알려지게 되었다. 코사족의 족장에 자리에 오를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강제 결혼을 피해서 달아났다.
'집에 머물러 있었다면 오늘날 존경받는 족장이 되었겠지요. 그랬으면 배도 불룩 나오고, 소와 양도 많았겠지요(p32)'
스물세살에 요하네스버그에서 공부를 하며 서양생활방식을 습득했고 법학부를 졸업했다.
‘서양문명은 내 아프리카적 배경을 완전히 지우지 못해. 나는 우리가 어릴 적 공동체의 어른들 주위에 모여 그들의 풍부한 지혜와 경험에 귀를 기울이곤 하던 것을 잊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의 관습이었고 우리가 자란 전통학교의 관습이었다. (p 49)'
두 번째 장은 <드라마> 다. 20대에서 40대의 그는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에 들어가 반아파르트헤이트운동을 벌이고 움콘토 웨 시즈웨(MK ;민족의 창)라는 군사조직을 만들어 최초의 사령관이 되어 남아프리카의 거물급 지명수배자 ‘검은 별봄맞이꽇’ 이 되었다. 그리고 체포되어 1964년 국가반역죄 종신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히게 된다.
과거를 회상하며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위해 싸우면서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않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p96) 자신의 가족의 희생을 보면서 갈등하기도 한다.
나는 넬슨의 드라마를 보면서 김구선생을 생각 했다. 폭력을 하나의 전술로 생각하고, 나라 안이나 국경 지대에 직접 학교를 세우고 훈련소를 만들려 하고. 혁명을 준비하며 이것 저것 준비하고 고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 번째 장은 <서사시>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가 27년 감옥생활을 하면서 그는 세계에서 정의를 위한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정신적 무기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어. 어떤 상황에서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충분히 알기 어려운 큰 영향을 끼칠때도 많답니다.....이 단단한 벽 뒤에 갇혀있는 것은 내 살과 뼈 뿐이랍니다. 내살과 뼈는 갇혀 있어도 나는 여전히 세계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전 세계를 내다보며, 생각은 송골매만큼이나 자유롭습니다. ....나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사회적 평등만이 인류 행복의 토대라는 신념의 영향하에 있습니다.(p240)
‘정직하고 성실하고 소박하고 겸손하며 순수하게 너그럽고 허영심없고 남을 위해 기꺼이 일하는 것, 이 모두는 누구나 얻기 쉬운 것들이지만 우리의 정신적 삶의 바탕을 이루는 자질들이오, 그런데 이런 성질의 문제에서 성장과 발전은 진지한 자기 성찰 없이는, 자신을 알지 못하고는, 자신의 약점과 잘못을 모르고는 상상할 수도 없다오, ......성인은 계속 노력하는 죄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p275)
‘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진흙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 그들도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나와 같은 위치에서는 주요과제가 서로 다른 파벌이 분열하지 않고 하나로 모여 있게 하는 것이예요....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가장 중요한 점은 조직의 통합을 유지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해요.‘(p335)
감옥에 적응한 넬슨은 감옥에 갖힌 자신의 입장을 전략적으로 이용해서 아프리카 민족회의(ANC)를 대신해 정부와 협상을 한다.
마지막장은 <희비극>. 1989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와 회담을 통해 석방되고 1991년 임시정부잠정헌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1994년 남아공화국 최초의 모든 인종이 참가하는 총선이 실시되었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희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극인것은 남아프리카에서 1990년~94년은 피와 공포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정치적 폭력으로 수천명이 죽었다. 만델라는 그 기간 내내 우익이 군과 경찰의 지원을 받아 학살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분개한다. 그러나 그는 쿠레타를 일으키려는 의도에 화해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종장에서 지도자로서 그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대중은 책임감이 있고 책임감 있게 말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해요. 대중이 그러니 내가 대중을 선동하는 연설을 피하는 거요. 나는 대중을 선동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대중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바라고, 그들에게 화해의 정신을 불어넣고 싶어요.’(p414)
'지도자는 아무런 제약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도록 격려하고, 그러는 것을 환영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동지의 정직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그사람이 지도자든 일반 조직원이든.(p415)
' 논쟁의 주요 목적은 아무리 우리들 사이의 차이가 뚜렷해도 바로 그 논쟁을 통해 우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강해지고 가까워지고 단결되고 확신이 강해지는 데 있다.(p415)
대통령으로서 넬슨은 민족 화해 협력을 호소하면서 화해와 관용이라는 톨레랑스 정신을 기초로 인종차별 체제하의 흑백의 대립과 격차를 시정하려고 노력 했고 인종간 충돌의 해소와 경제 불황을 회복하는 부흥개발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공언했든 단임으로 대통령직을 물러나고 지난 2013년 5월 세상을 떠났다.
"여러 자서전을 읽고 내가 받은 일반적인 인상은, 자서전은 어떤 사람이 관련된 사건이나 겪은 일들을 단순히 열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삶의 본보기로 삼아도 좋을 청사진 노릇도 한다는 것이다“(p515)
[나 자신과의 대화]는 넬슨 만델라와 관련된 사건이나 겪은 일들을 단순히 열거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기억과 저술의 파편들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넬슨 만델라라는 인물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또 다른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지도자로서 그의 영향은 엉그러진 실타래와 같은 전개속에서도 반짝 반짝 빛을 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과 리더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삶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