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만났을 때 첫 느낌은 ‘아 두껍지 않네.’였다. 요새 워낙 4,500여 페이지 훌쩍 넘는 책들을 자주 만나서 일반적인 이 책이 두껍지 않고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대는 초반에 여지없이 깨어졌다. 생각만큼 쉽게 읽어 나갈 수가 없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괴물이라 하며 그들의 욕망을 경멸하며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적게 벌고 적게 쓰며 살아가고 있는 준성, 어쩌면 그의 행동은 멋있게 보이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경쟁에 휘둘리며 살고 있지만 거기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세상을 경멸하며 모두를 괴물로 매도해 버리는 그가 무슨 이유인지 안쓰럽게 보였다. 그렇게 힘들게(?)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준성은 그가 그토록 경멸하는걸 자신의 인생의 전부라 여기며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진이를 만난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가 그토록 매몰차게 경멸했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고 자신의 허무한 삶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거기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진이를 준성은 왜 그토록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이런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힘겨워하는 준성과 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조차도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장은 더디게만 넘어갔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과연 이 둘은 어떻게 되는걸까 하는 궁금함에 책장을 놓아버릴 수도 없었다. 험난한 장애물들을 뛰어넘고 이 둘은 해피엔딩이 될까 아니면 결국은 힘든 상황 속에서 허덕이며 끝나게 될까 호기심이 생겼는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식상한 해피엔딩은 결코 주지 않았다. 물론 가장 마지막엔 두 사람의 행복한 결말이였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마지막에 한 번 더 한방 친 것은 읽는 사람의 기운을 쏙 빼 놓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그래도 이들이 포기하지 않아줘서 계속 함께 괴물과 맞서 줄 것 같아서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고 한편으로 안심이 되기도 했다. 나 또한 어느 순간 괴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면서 다른 괴물을 두려워하고 경멸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