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나는 개입니까

나는 개입니까 ㅣ 사계절 1318 문고 62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10년 4월

「나는 개입니까」를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사람이 개보다 나은 존재인가? 하는 것이었다. 개의 눈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나’라는 인물은 인간 세상이 자신이 생각했었던 세상과는 달리 아집, 독선, 위선과 약육강식이 판을 친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심지어 개보다 못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가며 올바른 인간으로 커가는 성장소설이다. 처음에는 중국문학이라는 생소함에 쉽게 빠져들지 못했지만 상상도 못했던 전개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매우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

 간단한 줄거리는 ‘나’라는 개가 연분홍지렁이를 만나고, 결국 가족품을 떠나 창구를 넘어 인간들이 사는 도시로 건너가 인간 세상에 조금씩 적응을 하나 자신의 본성인 돼지갈비에 환장을 하거나, 믿는 사람을 무한정 믿는다는 등 개 본성을 버리지는 못한다. 인간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아동 보호 시설에 들어가게 되고 한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를 계속 만나고자 하는 마음에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학교에서는 현 교육제도의 문제를 비판하듯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교육이 아닌 성적, 등수, 결과로만 학생을 편애하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었다.

어느날 소녀가 ‘나’를 집으로 초대하여 집으로 갔다. 집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한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나’에게 돼지갈비를 해주고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 ‘나’를 안고 울기까지 하는것이다. ‘나’는 매우 익숙한 체취를 느끼고 이 여자가 나의 누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나와의 극적인 만남도 잠시 소녀는 나를 데리고 시장으로 갔다. 그 소녀가 다름 아닌 연분홍 지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시장에서는 뻣뻣한 많은 개가죽이 늘어져 있었는데 ‘나’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뻣뻣한 개가죽을 만지자 개가죽은 부드럽게 변한다. 그 뻣뻣했던 개가죽은 다름아닌 아빠의 가죽이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아빠에게 안녕을 고했다. 이것을 지켜보는 상인이 ‘나’에게 털을 쓰다듬에 달라며 거래를 했다. ‘나’는 인간세상에 환멸을 느끼며 상인에게 침을 뱉고 한 맨홀뚜껑 앞에서 통곡을 했다.

 단순히 인간세상을 동경하며 창구를 넘어설때만 해도 ‘나’는 이런 모습을 목격하리라 예상조차 못 했다. 그러나 정작 ‘나’를 맞이한 인간세상은 굶주림에 허덕이던 하수도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는 곳이였다. 이 글을 읽으면서 속상했던 마음을 내가 느꼈던 그 마음을 부정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씁쓸한 마음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