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수집가 - 어느 살인자의 아리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정창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소개 문구에도 있었지만 “향수”와 정말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향수”에서는 향기로 사람을 매혹시키기도 하고 주인공의 의지대로 행동하게끔 만들 수 있었다면 “소리 수집가”에서는 향수 대신 소리라는 매개체가 등장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을 알지 못했는데 이야기 중간에 설명되어지는 그 전설은 이야기의 애잔함 혹은 비애를 한층 크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향수에서도 그랬지만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을(이미 알고 있지만 애써 뒤에 미뤄두고 있었던) 새삼 깨달으면서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도 사실 주인공의 행동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자신을, 사랑의 소리를 위해 다른 사람을 살인까지 했으니까 게다가 사랑하는 아내(마리안네)를 지키기 위해 다른 여자를 살인하게 되고 아리안네 또한 남편(루트비히)을 지키기 위해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 두 사람의 행동을 어떤 무엇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만약 아무 이유 없이 죽어간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면 그들의 행동을 과연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가 없다는 것이 더 슬픈 일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던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나 자신도 이야기에 빠져든 것인지 왠지 죽어가던 그 사람들의 모습은 비극적이었지만 내면은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꽤 페이지 수가 많은 이 책을 한 번에 쭉 읽을 수밖에 없었다. 루트비히의 슬픈 운명 때문에 책에서 손을 쉽사리 뗄 수 없었다.

사랑은 이렇게도 처연한 빛깔인걸까? 사랑에는 행복, 불행, 슬픔, 기쁨 모든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생각했는데 ‘소리 수집가’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그 깊은 의미를 알기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가슴 한 구석에 스산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게 해 주었다. 다 읽고서도 책이 남겨둔 여운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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