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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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씨의 작품은 처음 접해본다. 그래서 이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타일도 전혀 모르고 다만 이 책이 갑작스레 통일을 이룬 후 몇 년 뒤의 모습이라는 생소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책의 첫인상은 살짝 무거웠다. 전반적으로 회색도시 배경에 한 줄의 빨간색! 거기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남자의 모습 또한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어디를 봐도 차갑고 썰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도 전에 ‘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2011년 갑자기 통일이 되고 그 후 2016년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지금으로부터 겨우 7년 뒤의 모습인 것이다. 분단 된 지 60년이 넘었고 이젠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 분단된 상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더 많아진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통일을 원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이다 보니 이 책 속의 상황이 결코 상상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만약 우리가 이 책의 내용처럼 2011년(불과 2년 후) 갑작스레 통일이 된다면 혼란이 야기되지 않을까? 분명히 커다란 혼란 속에 빠질 것이다. 어쩌면 책속의 상황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다른 체제와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고 생활 해 오던 사람들이 갑자기 합쳐진 것이다. 두 체제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생도 뒤따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릴 때부터 당연히 통일 되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고 그래서 ‘왜 통일이 되어야 하나?’하는 물음에 명쾌한 답변을 내 놓기에 머뭇거리는 우리에게 ‘정말 통일이 되어야 하나?’ 혹은 ‘왜 통일이 되어야 하나?’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하게 만든다.

물론 이런 생각으로 머리 아프게만 하는 책은 아니었다. 내용 자체만으로 읽는 사람을 빠져들게 했고 일련의 살인사건과 그것을 쫓아가며 점점 드러나는 광인의 모습 그리고 결말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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