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상속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 이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첫인상은 ‘헉’ 이 한 단어였다. 처음엔 두 권 인줄 알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포장을 뜯어보니 나의 그런 생각을 비웃어주기라도 하듯 듬직한 한권이 나를 맞아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이정도 두께의 한권짜리 책을 만난 것 같다. 첫인상으로 일단 나의 기를 단번에 눌러주더니 600여 페이지의 글을 읽는 동안 감정이 참 버겁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머나먼 인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제시대부터 아니 혹은 더 이전부터 한국전쟁까지 한창 혼란의 소용돌이 속이였던 우리나라의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서 아니 어쩌면 지금 현재에도 이렇게 가난은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건 아닌지... 미국에 보낸 아들을 자랑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요리사도 그런 아버지의 기대와 너무 다른 생활을 하고 그 기대감의 무게에 힘들어하는 아들 비주도 젊은 시절 영국에도 인도에도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좌절감을 느끼고 이제는 퇴직한 늙은 판사 제무바이도 얼마 전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사이도 이들 모두에게 삶 자체가 너무나 힘들어서 그렇지만 일상적인 우리네 모습이라서 공감을 갔지만 더 마음이 묵직해졌다. 어쩌면 우리는 마음속으로 현실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한 가닥의 희망을 기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솔직한 이들의 삶이 읽는 내내 나의 마음까지 눌러버린 것 같다. 하지만 비록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살아 볼만 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던건 아닐지 그런 의미가 없었더라도 난 왠지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처음부터 기가 눌리더니 마무리까지 기가 눌린 채 끝난 것 같다. 이 묵직해진 마음을 풀어내려면 왠지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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